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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인석 May 23. 2020

아이유 "Love poem"

음반리뷰

<완성된 뮤지션의 성숙한 증명>


 팔방미인. 아이유에게 더할 나위 없는 수식어다. 등장부터 실력있는 신예임을 인정받았다. 처음부터 '대박'은 아니었지만, '좋은 날' 이전까지도 분명 음악적으로 나이를 뛰어넘는 찬사들을 받으며 자라왔다. '좋은 날' 이후의 음악적 성장은 설명하면 입아프다. 단지 '음악을 잘한다'를 넘어서서 스스로의 음악적 색깔을 공고히 구축해 가고 있다.


 게다가 연기로도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외모까지 아름답다. 그녀는 천상 연예인인 것 같다. 나는 저서 '명함을 정리하며'에서 아이유의 노래 '제제' 논쟁에 대해 이야기 한 적이 있다. 아이유가 훌륭한 아티스트였기 때문에 오히려 논란이 되었다는 사견을 제시한 글이다. 



 이제 아이유의 음악은 특이점을 넘어간 듯 보인다. 단순히 앨범이 많이 팔리고, 대중들이 듣기 좋은 노래를 내는 단계를 넘어섰다는 뜻이다. 그녀는 각 앨범마다 스스로 내고 싶은 목소리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명확하게 보여주기 시작했다. 


 오늘 소개하는 'Love poem' 미니앨범은 여섯 곡 전곡이 아이유 작사다. 아이유는 책(시집)처럼 구성된 앨범의 커버 가장 앞장에 '진심어린 시들을 부지런히 쓸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나는 이 글이 '해야되서 하는 음악'이 아닌 '하고 싶어서 하는 음악'을 하겠다는 이야기로 이해하고 싶었다. 그런 음악이 아름답다.



 앨범은 아이유의 외모적 매력을 충분히 담고 있다. 음악으로 승부하지 않아도 충분히 예쁘고, 귀엽고, 아름다운 외모의 연예인이다. 그런데 그 매력은 음악적으로도 탁월하기 때문에 더더욱 부각된다. 


 앨범에 담겨있는 가사들은 시집 컨셉에 맞춰서 문단 구성을 세심하게 담고 있다. 가사집들은 보기 어려운 작은 글씨로 쓰여 있거나, 줄줄줄 불친절하게 인쇄되어 있는 경우도 많다. 이 앨범에서의 가사는 단지 가사일 뿐 아니라 하나의 '문학'으로 담기길 희망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물론 '진심어린 시들을 부지런히 쓸 것'이라고 다짐했던 아이유의 의도를 십분 담고 있는 구성이기도 하다.



 타이틀곡인 'Blueming'은 이전 앨범의 '제제'나 '팔레트'가 그랬듯 통통 튀면서 밝은 아이유의 분위기를 잘 드러내 줘서 좋았다. 선공개 되었던 'Love poem'은 반대로 '미아'나 '잔혹동화'에서 들려준 어둡고 쓸쓸한 음색을 절절한 가사와 함께 잘 조화시켜 주었다. 


 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트랙은 단연 '시간의 바깥'. 요즘 곡들은 너무 짧아지고 서사가 없어서 인스턴트의 느낌이 많이 난다. 몇 번 들을 때는 맛깔나지만 곧 잊혀진다. '시간의 바깥'은 이런 곡들과 대척점에 있는 상당히 긴 곡이다. 멜로디와 가사가 의미있는 이야기를 길고 섬세하게 품고 있다. 게다가 영화 인터스텔라를 연상시키는 아이유만의 '시간 틀어보기' 세계관을 담고 있어서 마음을 징- 울린다. 이전 앨범들의 '분홍신'이나 'Last Fantasy'가 그랬듯.


 완성된 하나의 작품으로서, 앨범은 '싱글'보다 더 많은 공헌이 들어간다. 날림으로 제조하는 앨범이 아니라면 뮤지션 입장에서도 더 큰 애정이 들어갈 것이다. 


 아이유는 이전의 많은 음반들에서 지속적으로 그랬듯 '여러 곡을 담고 있는 앨범'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를 잘 이해하고 있다. 또 '노래'를 단순히 '음악'이 아니라 '시'를 함께 담고 있음에 가치를 두고 있다. 좋은 작사가인지, 글을 잘 쓰는지를 평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음반이 무엇을 담아낼 수 있는지 아이유는 끊임없이 고찰하고 발전시킨다. 그래서 이 앨범은 예쁘다.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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