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돌아오는 수요일(1월 8일), 스타워즈 에피소드 9편에 해당하는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가 한국에서 개봉한다. 스타워즈 팬이지만 썩 달가운 소식은 아니다. 이미 미국을 비롯한 월드와이드 개봉은 어느새 작년이 되어버린 지난 12월에 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영화 소비 강국이다. 오죽하면 그 '어벤져스'의 시리즈 중 두 편에서나 한국이 등장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 흥행한 스타워즈는 유독 한국에서 약세다. 많은 매니아들과 영화 평론가들이 이유를 분석해 두었으나 오늘의 주제는 '왜 한국에서 스타워즈는 인기가 없는가'가 아니기 때문에 넘어가기로 한다.
스타워즈 시리즈물들이 개봉할 때만되면 항상 특정 검색어가 늘어난다. 그 중 가장 많은 검색어가 '스타워즈 보는 순서'이다. 스타워즈 매니아라고 자부하는 관객으로서 어떻게 스타워즈를 봐야 하는지를 정리해보겠다. (본 소개에서는 스핀오프와 TV시리즈를 제외하고 설명한다.)
순서 설명 전에 시리즈별 간략히 요약을 하자면,
에피소드1 : 보이지 않는 위험(1999) : 우주를 삼킬 야욕을 가진 어둠의 세력이 슬며시 얼굴을 드러내다, 그리고 만나는 한 꼬마.
에피소드2 : 클론의 습격(2002) : 점점 야욕을 드러내는 어둠의 세력, 시작되는 우주 전쟁
에피소드3 : 시스의 복수(2005) : 결국 칼날을 뽑아서 제국을 장악하는 황제, 타락하는 아나킨.
에피소드4 : 새로운 희망(1977) : 제국에 대항하는 반란군들은 한가지 희망을 위해 싸움을 이어나간다. 그리고 농부 루크.
에피소드5 : 제국의 역습(1980) : 반란군들을 뿌리 뽑기 위해 공격을 퍼붓는 제국. 제다이가 되어야 하는 루크.
에피소드6 : 제다이의 귀환(1983) : 우주의 평화를 찾기 위한 마지막 전쟁이 펼쳐진다. 루크는 결국 황제와 아버지를 만나고..
에피소드7 : 깨어난 포스(2015) : 여전히 제국은 건재하고 우주는 어지럽다. 심상치 않은 포스가 깨어나고..
에피소드8 : 라스트 제다이(2017) : 루크를 만난 레이, 야욕에 불타는 렌, 계속되는 전쟁
에피소드9 :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2019) : 한국 미개봉, 2020년 1월 8일 개봉 예정
1. 정석으로 보겠다 + 모든 시리즈를 다 봐야 성에 찬다
: 4-5-6-1-2-3-7-8-9
일단 스타워즈 4, 5, 6이 당시 기준으로는 엄청나게 화려한 영상 효과를 사용한건 맞다. 그러나 무려 십 수년 후에 개봉한 1, 2, 3의 영상효과와는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개봉 순서를 꼬아서 보게되면 상대적으로 4, 5, 6편이 미흡해 보일 수 밖에 없다. 이 순서대로 보면 스토리상으로도 무리는 없다. 1, 2, 3은 4, 5, 6에서 궁금한 스토리를 이후에 설명해주는 느낌으로 충분히 볼 수 있다.
2. 정석으로 보겠다 + 거를건 거르겠다.
: 4-5-6-2-3
1번 방법과 일단 순서는 같다. 하지만 안봐도 무방한 에피소드를 뺀 형태다. 에피소드1은 스토리 상으로 어느정도는 중요하다. 또한 리암 니슨이 등장하는 유일한 스타워즈 에피소드이기도 하고, 다른 어떤 편에서보다 화려한 검술씬이 등장한다. 그럼에도 뺀 이유는 에피소드1에 너무 불필요한 장면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포드레이싱은 아홉편이나 되는 스타워즈의 시리즈를 이야기할 때 전혀 필요가 없다.
굳이 에피소드1이 없어도 에피소드2에서 '청소년이 된 아나킨'부터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아나킨의 변화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7, 8, 9는 과감하게 뺀다. 1부터 6까지의 에피소드와는 애당초 감독이 다르다. 정석대로라면 우주세계는 6편에서 평화를 차지하며 끝나는 결말을 보는게 합당하다.
3. 스토리의 순서대로 보겠다.
: (1)-2-3-4-5-6-(7)-(8)-(9)
특수효과나 액션신이 아닌 스타워즈만이 갖는 서사성을 존중한다면, 개봉연도와 무관하게 1부터 9까지 쭉 보면 된다. 괄호는 기호에 따라 보거나 안보거나를 선택하라는 의미. 이유는 위에서 설명한 '거를건 거르는' 상황을 가정한 것.
4. 다수론
: 4-5-2-3-6
스타워즈 매니아들 사이에서 '다수론'이라고 불리워지는 견해다. 앞 이야기를 몰라도 단편으로 이해가 가능한 에피소드4를 먼저 보고, 뒤에 이어지는 에피소드5를 본다. 다쓰베이더와 루크의 관계가 공개된 후, 다쓰베이더의 앞 이야기를 알 수 있는 에피소드2를 본다. 에피소드3에서 아나킨의 흑화를 확인한 후, 마지막 마무리를 보는 방법이다.
5. 어차피 가상의 스토리, 액션만 보겠다.
: 1-2-3
다시 말하지만 4, 5, 6의 액션은 당대로서 엄청난 수준이었다. 하지만 시간을 훌쩍 뛰어넘은 1, 2, 3의 수준을 따라잡긴 힘들다. 에피소드1에서 다쓰몰과 오비완, 콰이곤이 벌이는 무쌍난무는 스타워즈 전 시리즈에서 가장 세련된 전투다. 에피소드2에서는 요다가 단지 웃기는 캐릭터가 아님을 증명할 액션을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에피소드3은 액션과 스토리, 분위기 측면에서 모든 시리즈를 능가한다. 우주 상의 파이터 전투씬과 그리버스, 두쿠, 황제, 오비완-아나킨 등의 모든 검술씬이 훌륭하다.
여기서 7, 8, 9를 뺀 이유는 현재까지 개봉된 7과 8이 액션면에서 1, 2, 3 보다 월등이 훌륭하다고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1, 2, 3과 십 수년의 격차를 가지고 있음에도 말이다.) 4, 5, 6과 십수년의 차이를 둔 1, 2, 3이 그만큼의 영상미와 액션의 발전을 이룬 반면, 7, 8은 1, 2, 3과 비교했을때 그 정도의 발전을 보이지 못한 듯 하다.
6. 완성된 단편으로 보겠다.
: 4
조지 루카스는 5와 6을 만들면서 "애초부터 계획되었다"라고 했다. 하지만 에피소드4의 스토리를 보면 5와 6이 없어도 한 편의 서사가 완벽하다. 짐작해보건데, 에피소드4가 대성공을 거두면서 후속작에 투자할 여력이 충분해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7. 어쩌다가 7, 8편을 보거나 둘 중 한 편만 봤다.
: 4-5-3-6
지금의 10대나 20대 초반은 어쩌면 7, 8로 스타워즈를 처음 접했을 가능성이 크다. 만약 그랬다면 아예 '스타워즈가 뭐가 재밌냐'하며 굳이 더 볼 필요를 못 느낄지도 모른다. 그러나 혹여라도 앞 이야기를 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면 추천하는 순서다.
에피소드2도 빼도 된다. 이미 에피소드7과 에피소드8을 봤다면 루크도 '요다급'일 뿐, 주인공은 아니다. 그렇다면 아나킨의 성장과 흑화에 많은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다. 루크의 활약을 보아야 하니 4, 5, 6은 모두 봐야 한다. 에피소드3을 넣은 이유는 온전한 사람 시절의 다쓰베이더를 연결할 하나의 고리는 필요하기 때문이다.
8. 작성자 추천
: 4-5-1-2-3-6-7-8-9
괄호는 일부러 치치 않았다. 평이 안 좋은 에피소드8도 본다고 가정했다. 다수론에서 제외하는 에피소드1을 넣은 이유는 시리즈에서 유일하게 다쓰몰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다쓰몰은 한 편만 등장하기 아까운 '개간지' 캐릭터다. 많은 팬들이 쟈쟈 빙크스의 슬랩스틱과 포드레이싱을 혹평하지만, 못 볼 건 아니다.
7, 8, 9는 사실 스토리상 실망이 크고 기억 속에서 너무 아름답게 마무리된 스타워즈 시리즈에 스크래치를 내서 제외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래도 팬으로서, 개봉할 9편이 어느 정도 8의 잘못을 만회해주길 바라며 빼지 않았다는 점을 알린다.
오늘 제안한 여덟가지의 방법 이외에도 스핀오프와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넣어서 더욱 맛깔나게 스타워즈를 즐길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 제시한 방법이 정답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각 방법이 어떤 재미에 초점을 맞춰서 제안된 것인지를 이해해 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