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사실은 그저, 평범한 두 노인>
◇ 넷플릭스 영화 추천, 싱크로율 100% 배역들
오늘 얘기할 영화 '두 교황'은 넷플릭스에서 제공하고 있는 작품이다. 영화의 이야기를 하기 전에 배역을 안 짚고 넘어갈 수 없다. 나는 진심으로 깜짝 놀랐다. 다큐인줄 알았다. 아니 어쩜 이렇게 완벽한 캐스팅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조나단 프라이스가 프란시스코 교황과 전혀 이질감 없이 배역을 소화하는 것도 놀랍지만, 안소니 홉킨스가 베네딕토 16세라니. 나는 정말 진짜 베네딕토 16세가 출연한 줄 알았다. 이것이야말로 '싱크로율 100%'라는 표현이 적합할 것이다. 아마 두 교황의 얼굴을 아는 분들은 영화의 시작부터 "헉"할 것이다.
◇ 그저, 두 노인의 이야기
영화를 간단히 요약하면 너무도 재미없을 것이다. 종교인인 두 노인이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다가 끝난다. 그런데 그 내막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혹은 영화를 보면서 내막을 슬며시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명작 스릴러 영화 못지않게 재밌게 볼 영화다.
제목에서 암시하듯 '두 교황'의 이야기이다. 제목이 뭘 암시하냐고? 사실 '살아있는 두 교황'이 존재하는 일은 역사적으로 (대립교황 시기를 제외하면) 극도로 드물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시대를 살고 있다. 즉, 이 영화는 수백년만에 사임을 하게 된 전임교황과 그 후임 교황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교황'이라고 하면 마치 '신의 통로'라고 생각한다. 교황은 지구상에 유일하다. 그렇기 때문에 준신격화 하는 경향도 있다. 그러나 이 영화를 통해 그저 나약한 두 노인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들은 천주교를 이끌어 가야하는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있다. 그리고 이 둘은 그 이끌어감을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가지고 있다. 이 입장차이는 '교황 두명'이라는 소재에서는 전혀 발생하지 않을 것 같은 갈등을 표출시킨다.
◇ "축구가 원래 그래요"
무엇보다도 영화의 백미는 엔딩크레딧 중에 나오는 두 교황의 월드컵 결승전 관람 장면이다. 나는 정말 깔깔대면서 봤다. 사실 인터넷상에서는 '독일 출신'의 교황이 물러나고 '아르헨티나 출신'의 교황이 선출되면서 '이거 축구매치 아니냐'는 농담들이 쉴 틈 없이 쏟아졌었다. 신의 뜻인지 진짜로 두 국가는 월드컵, 그것도 결승전에서 만난다.(그런데 또 신의 뜻인지, 결승전에서는 독일이 이겼다.)
◇ 반가운 얼굴
영화에는 잠깐씩 실제 두 교황의 영상이 등장한다. 천주교인이 아니라면 구분을 못할지도 모른다. 그만큼 두 교황 역의 배역 선정은 완벽하다.
◇ 교황이라는 자리는 과연 무엇일까
예전 어떤 신부님께서 요한바오로 2세를 록밴드의 보컬리스트로, 베네딕토 16세를 클래식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로, 그리고 프란치스코를 거리에서 버스킹하는 포크 가수로 묘사한 적이 있는데, 그 묘사가 너무도 잘 맞는 말이라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
이 세상에 죄가 없는 사람은 없다. 오점이 없는 사람도 없다. 교황도 마찬가지다. 두 교황이 스스로에 대해 가진 짐들, 그리고 그 짐을 짊어지고서도 유일한 자리에 앉아야 하는 무게. 이 영화는 우리가 '신과의 통로'로 생각했던 사람들이 사실 '사람'이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그 누구도 나쁘지 않다. 어쩌면 '두 교황'은 두 노인의 대화를 보여주면서 우리 마음 속의 대화를 끌어내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