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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인석 May 23. 2020

단테 알리기에리 "신곡"

책리뷰

<베이트리체의 손을 잡기 위한 길고 긴 여정>


 자신만의 세계관을 갖고 대서사시를 완성한 작가들을 보면 한없이 존경스럽고 부럽다. 그들에겐 누군가 함부로 손 댈 수 없는 그들만의 세계가 있는 셈이다. 박경리 '토지', 조정래 '태백산맥' 같은 작품들 말이다. 아니, 꼭 이렇게 당대를 반영한 현대문학이 아니더라도 예는 많다. 톨킨 '반지의 제왕', 롤링 '해리포터' 같은 판타지/SF 장르는 물론이고, 아예 고전으로 가서 '삼국지'류의 작품도 마찬가지다. 

  


 오늘 얘기할 '신곡'은 완성되고 세상에 펼쳐진 이후, 어마어마하게 큰 영향을 끼친 작품이다. 신곡의 세계관이 마치 정말 그럴듯하게 받아들여져서 내세에 대해 묘사하는 이후 세대의 수많은 작품에 영향을 끼쳤다. 강렬한 세계관이다. 감히 블로그에 리뷰할 엄두는 안난다. 그냥 편하게 여행기가 더해졌다고 생각해지길 바란다.


 신곡은 총 세 파트로 나눠져 있다. 지옥-천국-연옥 편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부분은 '지옥'편이다. 댄 브라운의 '인페르노'라는 소설은 단테의 신곡에서 '지옥'을 원어 그대로 옮긴 제목이다. 제목처럼 스토리도 신곡의 지옥편에 숨겨진 암호들을 찾아(주인공 랭던 교수를 개고생시키며)가는 스토리이다. 

 신곡은 서양 문화권에서 가장 강렬하게 내세를 묘사한 작품으로 받아들여진다. 성경의 '요한묵시록'만큼 말이다. 무려 단테가 죽기 직전까지 무려 13년동안 쓰여졌고, 이탈리아의 언어 형성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친 작품이라는 등 작품 내외적으로 수 많은 의미를 남겼다. 

 다만 소장하고 있는 민음사 번역의 신곡은 읽기 어렵다. 마치 성경의 '시편'을 읽는 것처럼 문단 구성이 많이 나눠져 있다. 가독성이 상당히 떨어지는데, 신곡에 등장하는 인물이 천 여명 가량이라는 사실을 덧붙이면 더더욱 소설로서는 읽기 어려워진다. 나는 다른 출판사의 신곡을 읽어보지 못해서 이것이 민음사 번역본의 문제인지, 아니면 신곡 자체의 문제인지 완벽히 파악하진 못했다. 하지만 서점에서 다른 신곡들을 몇 권 들추어 보고는 서술형의 문체로 번역한 출판사도 꽤 존재함을 알았다.  

 또한 대부분의 평이 그러하듯 천국편과 연옥편은 지옥편에 미치지 못한다. 난해하고 구체성이 떨어진다. 무엇보다도 지옥편에서는 지옥에 가야할 이들, 즉 '악인'들에 대한 풍자가 곁들여져 있기에 그 서사성이 더욱 고조된다는 점도 고려하여 읽어야 할 것이다.


     

 신혼여행으로 피렌체에 갔을 때, 단테 박물관을 들렀다. 단테 생가를 박물관으로 복원하여 전시하고 있다. 오래되고 넓지않은 건물의 3~4층 정도 규모를 차지한 박물관이다. 워낙 볼거리, 놀거리, 먹을거리가 넓지 않은 대지에 몰려있는 피렌체이기에 단테 박물관은 다른 명승지보다 오히려 관광객들의 발은 덜 닿는 편이다. 

 대문호에 대한 동경이 워낙 컸기 때문에 이 곳은 꼭 와보고 싶었고, 아내는 충분히 시간을 할애해 주었다. 특별히 유적이 많다거나 볼 거리가 많은 곳은 아니었다. 다만 역사적으로, 사회적으로, 언어학적으로, 문화적으로 한 획을 그은 작가의 숨을 느꼈다는데 의의를 두었다. 


사진의 뒤에 있는 빽빽한 글들은 신곡의 전문을 모두 옮겨 놓은 것이다.  


 신곡이나 단테에 대해 알지 못한다면 충분히 지나쳐도 되는 장소다. 피렌체에는 이미 다른 많은 볼거리가 있다. 사실 피렌체는 어딜 안가도 그냥 아주 천천히 걸으며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예쁜 도시다. 아니, '마을' 같은 곳이다. 그러나 단테가 피렌체와 세계에 끼친 영향을 조금이라도 들어보았다면 방문하여 느껴봄직한 공간이다. 

    


 결코 쉬운 책은 아니다. 하지만 사회적, 역사적, 언어적, 문화적으로 큰 영향을 끼친 작품임은 수백년간 인정되어 왔다. 번역판에 따라 한국인에게 주는 느낌도 상당히 달라질 것이다. 비록 단테는 신곡이라는 글 속에서야 베아트리체의 인도를 받았지만, 신곡이 남긴 유산들은 장르를 막론하고 수 많은 작가들에게 그들만의 베아트리체를 동경할 수 있도록 인도했음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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