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글의 기억

by 서인석

고등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의 담당 과목은 국어였다. 말수가 매우 적고, 요즘의 묘사대로라면 '대문자 I'인 분이셨다. 학생들을 친근하게 대하는 선생님은 아니셨다.


어느 날 한 친구가 말했다.

"담임이 너 교무실로 오라는데?"

선생님들을 잘 따르던 나에게 교무실은 무서운 공간이 아니었지만, 오라고 한 주체가 '담임'이라는 사실에 의아했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하다. 그 '담임'은 누구를 따로 총애하거나 미워하거나 하는 성향의 사람이 아니었고, 조용하고 침착하며 무색의 사람이었다. 그래서 꽤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선생님의 자리로 쭈뼛쭈뼛 다가가자 선생님은 어떤 종이를 내밀며 다짜고짜 물었다.

"이거, 니가 쓴기가?"

선생님의 짧은 문장에 나는 '이거'가 뭔지를 알아야 했다. 그것은 며칠 전 제출했던 독후감이었다. 전상국 작가의 <우상의 눈물>은 수능과정에서 한 번쯤 만나보게 되는 한국문학 단편소설이다.

나는 그렇다고 했다.


선생님은 거의 1분 동안을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눈을 작게 뜨며 물었다.

"어디 참고한 곳은 없고? 인터넷이나?"

나는 이 1분 남짓한 정적이 제법 어색했는데, 그래서 지금도 담임선생님의 교무실 자리까지 기억날 정도다.

나는 그렇다고 했다.


선생님은 독후감을 다시 한번 말로 설명해 보라고 했다. 나는 그제서야 마음이 좀 편했다. 왜냐하면 첫째로는 선생님과의 정적이 학생에게는 편할리 없었기 때문이고, 둘째로는 <우상의 눈물>을 나는 정말로, 진심으로 재밌게 읽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마음에 드는 이야기를 알게 되었을 때, 남들과 그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행복하게 느낀다.


소설과 독후감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자 선생님은 희미하게 웃었다. 그 선생님은 그렇게 감정이 드러나는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그 또한 의아했다.


선생님은 물었다.

"니 국문과 갈 생각없나?"

나는 없다고 말했다.

'똑똑한 아이'라는 착각이 유효했던 나이였기 때문에, 나는 법대에 갈 거라는 꿈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그 이야기를 선생님에게 말하진 않았다. 선생님은 잠시 또 침묵으로 고개를 끄덕인 후, 가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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