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에 1년 동안 살게 됐다
헝가리의 홀로쾨(Hollókő) 마을은 마을 자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이다.
과거의 모습을 최대한 보존하고 있다.
이 곳에서는 부활절마다 큰 행사가 열린다.
특히 남성이 여성에게 물을 뿌리는 행사는 ‘뿌리다’라는 한국어 표현에 민망할 정도로, 거의 물을 ‘퍼붓’는다.
이외에도 각종 전통 춤들을 선보이며, 부활절 달걀 공예 등의 세션들도 준비된다.
1년 동안의 헝가리 시한부 삶을 살게 된 사람의 입장으로서
홀로쾨를 방문한 경험은 이색적이면서도 소중한 무언가였다.
부활절이 1년에 한 번이므로 헝가리에 머무르는 기간 동안 체험할 수 있는 유일한 부활절이 될 테다.
그런 부활절을, 가톨릭 신자로서, 전통의 마을에서 맞이했다는 사실은 감동과 설렘을 동시에 주기 충분하다.
사람들은 ‘전통’과 ‘보존’이라는 말을 긍정적인 단어로 생각한다.
그래서 이 두 개를 붙여서 ‘전통을 보존한다’라는 문장 형태로 표현한다.
그만큼 사람들은 역사적으로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오랫동안 간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전통과 보존은 사실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당장 서울에서 길 가는 사람을 붙잡고 물어보자.
“당신은 전통을 보존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나요?”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 사람에게,
“당신이 살고 있는 집을 재개발, 재건축 없이 500년 동안 보존하는 것에 찬성하나요?”
라고 물어보자. 다른 대답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특히나 서울의 부동산 가격이 이런 시기에는 더더욱.
전통의 보존은 불편함을 자연스레 야기한다.
새롭게 등장하는 각종 편리함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자동차가 등장해도 마차를 타는 것,
스포티파이나 멜론이 있어도 CD나 LP로 음악을 듣는 것,
넷플릭스가 있어도 영화관에 기어코 가는 것,
모두 먼 미래의 관점에서는 전통을 유지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그걸 ‘내’가 해야 한다면,
세상이 모두 바뀌는데 ‘전통 보존’이라는 중요한 가치를 위해 ‘내’가 과거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면,
그걸 감내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그래서 전통과 역사의 보존은 여론의 공감대와 정부의 노력,
그리고 '일부 사람들의 희생'을 반드시 필요로 한다.
홀로쾨 마을은 주민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그저 폐허의 마을로 남았을지 모른다.
덕분에 나 같은 외부인들은 마을을 방문해서 아름다운 색감에서 다가오는 설렘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때로, 아니 자주,
우리 스스로가 희생하고 싶지는 않은 가치에 대해 ‘소중하다’고 쉽게 말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이 나와 멀기 때문에 쉽게 말하고,
내 희생을 담보하지 않기 때문에 쉽게 말하는 건 아닐까.
‘전통’과 ‘보존’이라는 두 단어의 병립을 위해,
내 일상에 닿아있지 않은 누군가의 노력과 희생이 있음을 기억해야겠다는 생각을,
지구 반대편에서 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