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가 되어가고 있다

부다페스트에 1년 동안 살게 됐다

by 서인석

헝가리에서 산지 수개월이 됐다.

다른 세상에서의 삶은, 기본적인 습관에서부터 영향을 미친다.

지하철을 타는 방법이라든지, 쓰레기를 버리는 방법 같은 것들 말이다.

이제 이런 것들이 모두 자연스러워졌다.

횡단보도에서 차들이 멈춰주는 모습에도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고 지나갈 수 있는 거주자가 됐다.




거의 매일 방문하는 부다페스트의 한 스타벅스가 있다.

외국인이 어떻게든 굳이 헝가리어로 주문하려 노력하는 모습 때문이었는지,

혹은 긴 머리 때문에 눈에 띄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서너 명의 직원과는 아예 인사를 주고받는 사이가 됐다.


1732206635833.jpg 자주 방문하다보니 친구들과 모이는 장소로도 많이 쓰였다. 이 사진은 지난 '견인' 에피소드의 '찬양'이 찍었지만 찬양의 얼굴이 클로즈업되었기에 보호를 위해 일부를 잘랐다.


처음 이 스타벅스를 방문했을 때,

“어떤 음료 주세요.”, “카드로 계산할게요.” 이외의 질문과 대답은 꼭 영어로 다시 물어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 직원들이 알려준 덕분에

“여기서 마시고 갈 거예요.”, “네, 데워주세요.”라는 말도 헝가리어로 하게 됐다.


이 스타벅스는 1층이 통유리로 되어있다.

며칠 전, 이 스타벅스로 가는 중 유리 안에서 무언가 희미하지만 크게 휙휙 흔들리는 게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그것은 나를 아는 두 직원이 나를 향해서 신나게 손을 흔드는 모습이었다.

나도 반갑게 손을 흔들며 스타벅스 안으로 들어가며 헝가리어로 말할 수 있었다.

“밖에서는 안이 잘 보이지 않아!”

그들은 환하게 웃으며,

“오늘도 그란데, 따뜻하게지?”라고 물으며 음료를 준비해 주었다.


KakaoTalk_20260302_114313467_03.jpg 1층과 2층의 유리가 크기 때문에, 이 스타벅스의 창가 풍경은 '예쁜 유럽' 그 자체다.




이곳의 풍경들, 이곳의 사람들은 철저히 이국이었고, 철저히 타인들이었다.

그렇게 쭈욱 생각했다.

나는 이방인이고, 이곳은 다른 세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나브로 나는 그 풍경의 일부가 되어 있었고, 그 사람들과 미소를 나누고 있더라.


20241023_172237.jpg 헝가리인 두 친구인 '번더'와 '비키'도 이 스타벅스에서 알게 됐다. 나중에 연재될 에피소드에 두 친구들의 이야기도 예정되어 있다.


지난주, 스타벅스를 방문할 때마다 요일별로 주문을 받는 직원들이 달랐다.

그러나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나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

“듣기로는 너 이번 주에 어학 시험 친다며?”

아마 내 얼굴을 아는 직원들끼리 내 얘기를 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이번 주에 만난 두 친구는 각각 다른 날 같은 질문을 하더라.

“너 시험 어땠어? 잘 쳤어? 넌 제법 잘 하잖아! 잘 봤을 거 같은데?”


20241209_173307.jpg 이 매장의 1층은 매우 좁은 편이다. 이 곳에서 주문한 커피를 기다리며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곤 했다.


나는 ‘terrible’이라는 단어를 헝가리어로 몰랐기 때문에 영어로 각각 대답할 수 밖에 없었지만,

대답하면서 기분이 으쓱했다.

이 곳의, 나와 다른 눈 색깔을 가진 사람들이

나에게 구체적인 안부를 묻게 될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 서서히 좋아하게 되어버린 이 도시에서,

나도 그 풍경 중 일부가 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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