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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인석 May 31. 2020

마르타와 마리아

TEXTIST PROJECT

 성경을 찬찬히 읽으면 재밌는 구석이 참 많다. 매번 성경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강조하지만, 신이 존재한다면 성경을 해석해주는 성직자들에게 수백번, 수천번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해야 할 듯 하다.
 지난 7월 셋째주를 맞이한 일요일, 천주교회의 복음 구절은 '루카복음 8장 15절'의 이야기였다. 성경과 무관한 읽는 이들을 위해 간략히 요약해본다. 객관성을 위해 존칭은 생략한다.

 예수가 어떤 마을을 방문했을때, 마르타라는 여자는 예수를 자기 집으로 모신다. 마르타에게는 여동생 마리아가 있었다. 마르타는 예수를 맞이하기 위해 여러 시중을 들고 동분서주 하고 있다. 마리아는 그저 예수의 앞에 앉아 예수가 전하는 이야기만을 듣는다.
 마르타가 볼멘소리로 "예수님, 저 혼자 일하는데 마리아보고 저를 좀 도우라고 해주세요"하자, 예수는 마르타에게 "너는 참 많은 일을 걱정하는구나. 마리아는 좋은 몫을 택했다."고 말한다.

 교회에서는 이 부분을 통해 '말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신자로서 응당 가져야 할 자세다. 하지만 신의 대꾸는 섭섭하게 느껴진다. 말씀을 듣는 것만이 신앙인의 자세인지.
 누군가 좋은 말씀을 듣게 만들기 위해 힘들게 뛰어다니고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그렇게 땀 흘리는 이 또한 신의 자녀다. 신께 "저 열심히 땀흘리고 있어요"라고 투정부리는 자녀. 자비로운 신이라면 '오구구' 해줄 수 있지 않았을까.
 성경은 구석구석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 흘리는 이들의 노력이 자주 홀대된다.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누군가 해야할 일을 하는 자를, 신은 좀 더 따뜻하게 안아주었으면 어땠을까. 이 천년 전, 그 시대에 살았던 마르타가 나였다면, 신의 저 말씀을 듣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아, 내가 정말 중요한 말씀듣기를 게을리 한 채, 청소하고 먹을걸 준비하고, 신의 시중을 들고 있었구나. 내가 어리석었어.'라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참나. 그래 지금 깎던 사과는 그냥 냉장고에 넣어두고 나중에 나 혼자 먹어야겠다. 마리아처럼 예수님 이야기나 듣고 집이 더럽든 깨끗하든 신경쓰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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