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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인석 Jun 21. 2020

종교의 패배

TEXTIST PROJECT

 사회가 발전을 거듭하고 인간의 지식이 트일수록 종교와 신앙은 목적을 잃는다. 종교의 등장 원인이 미지에 대한 두려움이었던걸 생각하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반대로 인간이 아는 것이 적었던, -과학의 힘이 연약하던- 시대에는 종교가 압도적인 힘을 발휘했다. 종교가 곧 정치, 종교가 곧 사회, 종교가 곧 문화이던 그런 시대가 역사 속에 분명 존재했다. 인간이 지금보다 미개했기 때문이어서가 아니라 당시로서는 기댈 수 있는 몇 안되는 수단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제정일치 사회에서 임금은 곧 제사장이었다. 왕의 권위를 대리할 수 있는 자들은 신성의 일부를 위임받았다. 신성한 권위를 행사하는 것과 도덕성은 별개이기도 했지만 어쨌든 권위 그 자체로 법이자 도덕이며 관습이었다.
 21세기에 제정일치가 남은 사회는 별로 없다. 북한이 제정일치와 유사한 방식으로 권력층의 권위를 내세우지만 주민들은 단지 무력과 강압에 복종할 뿐, 백두혈통의 신성에 진정으로 감복하지 않는다. 탈북자들의 존재가 이를 증명한다. 종교의 몰락은 과학의 부흥과 완벽히 비례한다. 과학보다 신성에 기울어진 무게추는 북한 정권의 미개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들은 미제 자본주의가 가진 월등한 기술력을 두려워하지만, 끝끝내 경제력이 가져다 줄 수 있는 기술과학 대신 정권의 신성을 선택했다. 그들이 할수있는거라곤 상대적으로 저비용, 저기술이 드는 비대칭전력 개발뿐이다. 물론 이마저도 이젠 주변국 어디도 위협을 느낄 수준이 되지 못한다.
 신성을 위시한 사회구조는 지구상에서 도태된 형태임은 분명하다. 특히 대한민국은 당장 북한을 보면서 그 고단함과 무기력함, 미개함, 미약함을 실시간으로 느낀다. 종교와 과학은 마치 사회라는 한 개의 파이를 두고, 누가 더 많이 차지하느냐를 역사 속에서 경쟁하는듯 하다.

 이제 무신론자의 수는 과거에 비해 확연히 늘고 있다. 신앙을 가진 자들도 증명된 과학 현상에는 굳이 신앙으로 반박하지 않는다. 종교는 이제 신의 존엄성을 얘기하지 않는다. 한 때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모두 망라하며 세상의 규칙을 이끌던 종교는 이제 인간의 존엄성과 도덕 정도만을 담당한다. 나머지 파이는 모두 과학과 경제력의 것이 됐다.
 앞으로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과학은 종교의 파이를 더욱 가져갈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양 극단은 더더욱 극단적으로 움직이게 될텐데, 정치에 신앙을 붙이려는 극소수의 부류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터무니없는 영생교리를 주창하는 종교는 신도가 줄어들수록 남은 신도들의 높고 깊어지는 광기를 먹으며 교세를 유지한다.

 코로나19는 수개월째 지구전역을 마비시키고 있다. 치료제를 개발하고, 환자들을 보살피는 과학과 의학에 비해 종교는 오히려 비난의 대상이 됐다. '옳은 종교'라면 과학에 너그러울 수 있는 배포가 있어야 한다. 아직 남아있는 유신론자들에게 종교는 여전히 유효하다. 어려운 시기에 가져야 할 도덕적 행동, 이웃과 더불어 살아갈 때 행해야 할 책무에 대해서 과학은 알려주지 못한다. 종교는 따뜻하게 설명할 수 있다.
 다시 한번 얘기한다. 종교는 더 이상 과학을 이길수 없다. 명백하다. 과학은 종교가 수백년 수천년동안 기도로 해결하지 못했던 수많은 문제들을 해결해왔다. 종교가 살리지못한 사람들을 살려왔다. 반대로 과학이 득세하면서 생겨난 문제들도 분명 존재한다. 종교는 과학이 해결하지 못하는 인간들끼리의 다툼에 처방이 될 수도 있다. 신성과 교리가 아닌, 도덕과 인간성에 기대서 말이다. 종교는 이제 빠르게 변해야 한다. 교세확장과 비과학적인 신성전파를 위해 갈릴레오의 입을 다물게 하던 모습은 단호히 버려야 한다. 진정으로 인간의 따뜻함을 전파할 마지막 보루가 되어야만 존재 이유가 명확해진다.
 비록 많은 파이를 과학에 내주었지만, 종교가 스스로 역할을 찾아내고 행동한다면 과학과 병존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한 종교는 필요에 의해 자연스럽게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추게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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