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싫어서> 문학기행, 열네번째 이야기
계나는 지구 반대편으로 떠났지만, 한국에 남아있는 더 많은 계나들이 있다. 행복해지고 싶은데 대체 이놈의 행복이 뭔지, 어떻게 행복해져야 하는지 고민하는 수많은 청춘. (물리적 나이로 청춘을 재단하지는 않겠습니다!) 때때로 행복이 어떤 절대적인 목표 혹은 종교처럼 받아들여지는 건 좀 부담스럽지만, 어차피 살아야 한다면 행복한 삶이 낫다는 것은 틀림없다.
행복해지는 방법이 정해져 있지는 않을 거다. 사실 그럴 수도 없고.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 등장한 친구들만 보아도, 계나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행복에 다가갔다. 삼미 친구들이 보여준 방법은 순수하게 좋아하는 것을 더 많이 하는 것이었다. 얼마나 잘하느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런 게 어디 있느냐고 볼멘소리가 나오려나.
그런데 진짜 그런 활동이 있다. 예를 들어서 팬클럽(=덕질)! 누군가 혹은 무언가를 좋아하니 더 알고 싶고, 더 자주 만나고 싶고, 내 시간과 비용을 내서라도 기꺼이 그들의 활동에 동참한다. 게다가 여기에는 등수가 없다. "쟤가 인천 지역 1등 팬이래." 그런 말은 들어본 적 없지 않은가. 팬클럽처럼 더 잘하는 것에 의미를 두지 않고 좋아해서 하는 활동이 분명히 있으니, 그런 활동을 순수하게 더 자주 즐길 수 있다면 더 행복해질 것이다. 책 속의 사람들은 이 팬클럽과 아마추어 야구단 활동을 통해서 사회의 보편적 기준과 가치관을 따르지 않고 제멋대로 사는 방법을 찾아냈다. 타인의 기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몰입은 그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었다.
행복을 갖는 또 다른 방법은 계나처럼 싫어하는 것을 제거하는 것이다.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이 아주 불만족스럽다면 그 상황을 어떤 식으로든 멀리해야 한다. 추위가 싫으면 덜 추운 곳으로 가면 되고, 어떤 상사를 견딜 수 없다면 이직을 하거나 그 상사를 어딘가로 보내버리면 된다. 물론 그 과정이 너무 어렵고, 겨우 성공한다고 해도 생각지도 못한 더 싫은 것이 나타나 “까꿍? 요건 몰랐지?” 하며 놀라게 할 위험도 있다. 그래도 싫어하는 것이 분명하다면, 애써서 그것을 없애버림으로써 행복해질 수 있다.
재미있는 점은 삼미 친구들이나 계나도 둘 다 처음에는 사회에 적응하려고 노력해봤다는 부분이다. 그 과정에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떨 때 행복하고 어떨 때 불행한지를 깨달았기에 다음 발걸음을 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삼미 친구들과 계나의 방법이 조금 극단적으로 느껴진다면, 현시점 한국사회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고자 노오력하는 가장 표준형 인물인 지명이처럼 순응하는 방법도 있다. 사회가 요구하는 자질이 개인의 적성과 성향과도 맞는다면, 어떤 면에선 좀 부러운 사람들이다. 아니면 성공적인 안착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안에서 적당히 적응하고 만족하며 행복을 찾는 건 어떤가.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생활하는 프리터족 혜나 언니와 미래가 불안정한 아티스트 남자친구를 사귀며 9급 공무원을 오랫동안 준비하며 지내는 예나. 계나는 그 둘을 희망이 없다며 안타깝고 답답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혜나 언니와 예나 모두 각자의 성향과 기준에 따라 본인이 더 행복한 방향으로 매 순간 본능적이고 합리적인 선택들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모든 삶에는 각자의 이유가 있다.
행복의 모양이 여러 가지인 만큼 그것을 찾으려는 방법 역시 이토록 다양하다. 어떤 것을 선택하든 개인의 자유다. 여기서 또 다행인 것은 하나를 택했더라도 살다 보니 내 안의 무언가가 바뀐다면, 또다시 새로운 선택지를 집어드는 것 역시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이다.
자, 그럼 이제 마음에 드는 행복의 모양을 골라보자. 뭐가 됐든 간에 서로의 선택을 다양하게 존중할 수 있다면. 어느 쪽이든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눈치 보지 않고 나대로 살 수 있다면.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듯이, 어떤 방법론을 택하든 조금씩 더 행복해진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리라.
모두들 진심으로 행운을 빈다!
[만들지도 그러다 떠날지도] 매거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