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좋은 기분
<오프 더 레코드> 전시 2주차다.
지난주에는 2층에서 근무하다가 이번주에는 1층 리셉션으로 내려왔다.
리셉션에서 하는 일은 전시를 보러 오신 분들께 관람 키트를 제공하며 전시 관람방법과 함께 좀 더 재밌게 보실 수 있는 팁을 안내드리는 것이다. 더불어 경품 이벤트 진행 및 굿즈 결제도 담당한다. 안내 리플렛들이 많은 편이라 수량이 부족하지 않게 챙기고, 굿즈 재고 역시 꼼꼼히 채워둔다. 키트를 반납하고 나가실 때에는 적절한 넛지 멘트로 리추얼 홍보와 굿즈 구매를 유도해본다.
평일에는 100명 남짓한 분들이 방문하시는데, 반나절 근무이니 하루에 50명 안팎으로 만나는 셈이다.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인원일테다. 그렇지만 한 명의 방문객과 체크인과 체크아웃을 할 때 각각 총 두차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게 되어서 접객의 밀도는 꽤 높은 편이다. 내가 어떤 표정과 목소리 톤으로 인사를 건네는지에 따라 방문자의 마음이 열리는 정도가 달라짐을 느낀다. 상대방의 마음이 열리면 덩달아 내가 있는 이 공간과 시간의 의미도 조금 달라진다.
1층 리셉션에서 전시를 볼 생각에 설레는 마음으로 들어오시는 분들을 만나다보니 <좋은 기분>이라는 책이 생각난다.
올해 초에 출판된 이 책에는 마포구 염리동에서 <녹기 전에>라는 작은 아이스크림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님이 쓴 장사와 삶의 태도에 관한 생각들이 담겨 있다. <녹싸>라는 닉네임과 개성있는 인스타그램 계정 운영으로 유명한 저자는 원래 직원을 채용하기 위한 접객 매뉴얼로 이 글을 썼다고 한다. 그런데 현 시대의 필요와 결핍을 절묘하게 짚어낸 인사이트에 해당 내용이 온라인 세상에서 회자되었고, 책으로도 나오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좋은 기분>에는 ‘손님을 대하는 태도가 곧 내 삶을 대하는 태도와 같다’는 메시지가 빼곡하게 담겨 있다.
접객이란, 좋은 기분을 나누는 일이다.
좋은 기분은 자신의 기분을 맞바꾸거나 갉아먹으면서 건네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오직 자가 복제를 통해서만 나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지 않은 채 접객을 하면 자신의 하루도 굉장히 힘들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시간에 대한 태도는 결국 나 자신에 대한 태도와 같습니다. 나라는 사람도 결국 시간에 종속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나라는 시간'동안 벌어지는 사건들의 총합입니다. 매장에서 일어나는 사건들, 마주치는 사람들 모두가 내 기억과 감각에 저장되고 이는 곧 나 자신을 이룹니다.”
당신도 '제품 제공자'가 아니라 제품과 사람을 엮는 '기분 전달자'로서 일하며 매일의 삶 속에서 조금씩 조금씩 무언가를 배워나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읽다보면 어쩐지 도인이 해주는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칫 고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좋은 태도에 대한 긴 생각이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받았다는 건, 그만큼 우리 사회에 좋은 태도와 인간적인 삶의 방식이 절실하다는 반증이기도 할 것이다. 우리는 모두가 대체가능한 기능으로 취급받고 싶지 않고, 고유한 한 사람으로 존중받고 싶다. 그것이 키오스크 세상에서 대면 서비스가 사라지지 않아야할 이유이기도 하다.
매 순간을 100% 순도의 진심으로만 사람을 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타인에게 언제나 최고의 친절과 정성만을 건네겠다는 강박도 건강하진 않을테니.
하지만 <스스로 가능한 좋은 기분을 유지하고 전달해보려는 애씀>은 매일 해봄직한 일이다. 직접적인 서비스 관련 업무를 하지 않더라도 내가 일상에서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모두 내 인생에서 만나는 고객일 수 있으니까. 그럼 매일의 만남이 접객인 셈이다. 그렇게 나는 내 삶이라는 가게에서 좋은 기분을 나누는 사람이 된다.
전시 [오프 더 레코드] / 기간 : 2024.10.26 ~ 11.14
https://www.nicetomeetme.kr/pages/offtherecordstart
책 [좋은 기분] / 발행: 2024.01.01.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16928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