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세대 직장인이 멋진 어른을 만났을때
차디찬 겨울 저녁 선릉역 한 일식당에서 첫번째 모임. 세 분 모두 내가 좀처럼 뵐 수 없는 어떤 지식에 정통한 분들. 잔은 언제 비실까, 술은 이때 권하면 될까하는 예의에 힘쓰며, 일식을 좋아하는 내가 초밥을 아껴 아껴 나름 품위를 떨며 드셨다.
오고 가는 대화들을 말 그대로 ‘경청’ 했던 거 같다.
요즘 친구들은 다 높은 상사로 볼지 모르지만 내게는 다르다. 정말 멋진 분들은 저 해수면 아래 숨겨진 빙산 하단부 같이 잘 보이지 않기에. 나는 귀동냥에 박차를 가했다.
언제부터 였을까 조금씩 입이 트이기 시작했다. 가능한 경솔하지 않게 오고가는 대화에 합류를 해보며, 가끔은 먼저 대화를 내뱉어 보기도 해본다. 이걸 받아주시다니..
네이버 금융에서 마이 데이터로 마이 데이터에서 부동산으로, 윤여정 여사에서 맥주로 맥주에서 아싸라비아 콜롬비아로.. MZ 세대에서 대학원으로 대학원에서 블라인드로, 그들의 이야기는 그렇게 무르익어갔다.
‘무르익다’ 시기나 일이 충분히 성숙된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과연 나는 무르익은 사람일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언뜻 생각해 봐도 나는 아직 설익은 풋사과같이 파아란 사람이다. 그렇기에 이런 붉은 열정을 지닌 분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즐거웠다.
지식의 탐닉이란 인간의 욕정보다 강하고 중독성 있기에. 나는 이곳을 다시 찾으리라. 물론 이 어린 풋사과를 다시 찾아 주신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