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아직도 버리는 일을
어려워할까

by 냠냠첩첩

물건을 버리는 데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12월, 올해의 끝자락에 서서 책상을 바라보았다.

어지럽고 복잡한 풍경이었지만, 그 안에는 내가 살아온 시간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남들이 보면 그냥 쓰레기일지 몰라도, 내게는 추억이고 말 못 할 감정이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끌어안고 살 수는 없다.

언젠가는 손에서 놓아야 한다.

문제는 마음이 쉽게 놓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고민 끝에 작은 의식을 하나 만들기로 했다.

버리기 전에, 마지막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는 일.

어차피 떠나보낼 거라면, 그동안 고마웠다는 마음 정도는 전해주고 싶었다.

마치 영정사진을 찍는 것처럼, 조용하고 정성스럽게.


생각해 보면, 나는 오래전부터 물건을 떠나보내는 일을 어려워했다.

내가 처음으로 받았던 생일 선물, 곰인형 ‘푸돌이’가 그렇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나는 어린애가 아니라고 스스로를 설득했고,

어른이 되려면 인형을 버려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어느 날, 손으로 직접 푸돌이를 쓰레기통에 넣었다.


하지만 푸돌이는 가랑이가 찢어질 때마다 꿰매며 다시 안아주던, 정말 소중한 인형이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날 이후로 가끔 생각이 난다.

조금 더 가지고 있을 걸.

그건 어른이 되고 싶었던 마음보다 훨씬 더 오래 남는 후회였다.


아마 그래서 지금의 물건들도 쉽게 버리지 못하는 것인지 모른다.

버림 속에는 늘 조금의 슬픔과, 불완전한 작별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사진을 찍는다.

추억을 버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추억의 모양을 바꾸어 간직하기 위해서.

버리는 대신, 기록한다.

손에서 떠나는 대신, 마음에 남겨두기 위해서.


언젠가 이 사진들을 다시 꺼내 볼 날이 올까.

사실 그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오늘의 나에게 필요한 만큼의 작별을 해냈다는 것이다.

떠나보낸 자리에는 조금의 바람이 스치고,

비워진 공간만큼 마음은 오히려 따뜻하게 채워진다.

그렇게, 올 한 해의 마지막 정리를 조용히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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