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캔으로 무너진 생일

나의 주량을 몰랐던 하루

by 냠냠첩첩

생일을 맞아 오랜만에 술을 마시기로 했다. 나에게 술은 특별한 존재였다. 나의 첫 술은 고3 때 친구가 추천해 준 칵테일 계열의 술이었다. 성인이 된 후에는 아빠와 함께 한 병을 나누어 마셨다. 얼굴이 빨개지는 것 외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어 ‘취한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언제나 소량만 마셔왔기에 정확한 주량을 몰랐고, 맥주보다는 콜라를, 소주보다는 사이다를 더 좋아해 술은 늘 멀게만 느껴졌다.


생일에 무엇을 하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문득 술이 떠올라 편의점에 들렀다. 마스크와 모자를 쓰고 있어 신분증 검사를 받은 뒤 술을 샀다. 빈속에 마시면 안 될 것 같아 집에 있던 과자와 함께 술을 마셨다.


첫 입은 알코올 냄새가 나는 음료수 같았다. 4분의 1 정도 마셨을 때부터 얼굴이 빨개지기 시작했고, 칵테일 한 캔을 다 마시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위기가 찾아왔다. 머리가 너무 어지러워 일어나 걸을 수가 없었다.


물을 마시려고 정수기 버튼을 누른 채 기다리다가 그대로 바닥에 누워버렸다. 물은 컵을 넘쳐 흘렀다. 결국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누워서 자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생일이 지나갔다.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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