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받던 내가 보호자가 되던 순간

by 냠냠첩첩

그날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아침 겸 점심을 준비하고 있을 때,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회사에서 조퇴하고 집으로 오는 중이라고 했다. 어지럽고, 이석증이 온 것 같다고 했다.


오전 진료는 이미 마감이라 오후로 예약을 잡았다고 했다. 다행히 식욕은 있다며 라면이 먹고 싶다고 했다. 동생이 라면을 끓여 드렸고, 엄마는 조금 드신 후 침대에 누워 쉬셨다. 시간이 되어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


진료를 받고 나오니 이석증이 맞았다. 약을 처방받았다. 작년에도 같은 증상으로 쓰러져 입원했었는데, 거의 1년 만에 다시 재발한 모양이었다. 할아버지도 이석증으로 고생하셨다고 들었다. 다음 차례는 내가 아닐까, 쓸데없는 생각도 스쳤다.


이석증은 스트레스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있을 테고, 어쩌면 나에 대한 걱정도 조금은 있지 않을까 싶었다.


엄마가 문득 물었다.
“넌 뭘 하고 싶어?”


숨이 잠깐 멈칫했다.
나는 그냥 글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돈이 되지 않는 일이라 조금 부끄러웠다.


병원에서 본 엄마의 얼굴은 창백했다. 진료실에 함께 들어가 설명을 듣고, 처방전을 받아 나오면서 엄마가 말했다.
“집에 너희가 있어서 다행이야.”


그 말을 듣는 순간, 기분이 조금 이상해졌다.
나는 늘 보호받는 쪽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날은 내가 엄마 앞에 서 있었다.


나는 어느새 엄마의 보호자가 될 만큼 커 있었다.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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