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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 Oct 14. 2019

런던 여행(1) 뮤지컬 편

한국보다 싼 런던 뮤지컬


우리가 본 뮤지컬은 총 4편,
순위는 1위 스쿨 오브 락, 2위 위키드, 3위 마틸다, 4위 알라딘



오직 런던에서만 9일을 보냈고 4편의 뮤지컬을 봤다. 여기저기 분주하게 다니며 차에서 시간을 죽이고 싶지 않아서 런던 중심가로 접근하기 쉬운 리젠트 쪽에 호텔을 잡고 도심 라이프를 즐기기로 했다. 물론 대영 박물관이나 내셔널 갤러리 같은 명소도 좋았지만 런던 여행에서 제일 좋았던 건 세 식구가 다 같이 보기에도 부담 없는 가격에 퀄리티 높은 뮤지컬 공연이었다. 위키드만 1층 앞자리로 미리 예약을 해서 인당 한화 6만 원 정도로 가장 비쌌고, 나머지 3편은 로컬 앱과 사이트에서 그때그때 올라오는 싼 표를 예매했기 때문에 3장을 합쳐서  10~11만 원 정도에 구입했다. 한국에서 한 사람 표값으로 3인 가족이 모두 관람을 한 셈이다. 싸다 싸.

                                                                                                 

1위를 차지한 <스쿨 오브 락>은 정말 별로 기대를 안 하고 봤는데 대박! 귀에 쏙쏙 들어오는 가사와 멜로디가 노래를 정말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찾아보니 역시나, 작곡가가 <오페라의 유령>과 <캣츠>를 작곡한 뮤지컬계의 거장 앤드류 로이드 웨버였다. 거기다 어린 배우들의 넘치는 끼와 무대 메너, 폭발적인 락 스피릿으로

배우의 가창력과 표현력도 최상, 너무 크지 않아서 집중이 잘 됐던 공연장의 구조까지 모두 마음에 들었다.  

사실 <스쿨 오브 락>을 네 편 중 가장 마지막에 봤다. 티켓 예약 담당인 남편이 이미 세 편의 공연을 본 상태여서 마지막으로 이걸 한 편 더 볼까 말까 눈치를 보며 물었었다. 나는 벌써 세 편이나 봤으니 가정경제를 생각해서 그만 보자고 했었다. 공연 당일 아침에 화장실에서 핸드폰으로 결제를 진행하던 남편은 내가 당연히 본다고 할 줄 알고 거의 결제 코앞까지 갔다가 내가 보지 말자고 해버리니까 당황했나 보다. 깜짝 놀라, 누르지 말아야 할 결제 버튼을 실수로 누르는 바람에 예약을 해버렸단다. 당일 결제 취소할 수 없는 표여서 그냥 보기로 했는데, 나는 화장실에서 응아 하다 어이없는 실수를 했다며 남편을 엄청 놀려댔었다. 허나 결과는 나를 포함해서 남편과 아들까지 <스쿨 오브 락>을 런던에서 본 최고의 뮤지컬로 꼽았다. 공연을 보고 난 후 나는 내가 준 면박 이상으로 남편에게 납작 엎드려 사죄를 올리고 안목 높은 공연 선택에 대해 감사를 표해야 했다.


2위를 한 위키드는 유명세만큼이나 멋진 배우와 무대 장치 노래까지 역시나 훌륭했다. 사실 위키드가 2위를 차지한 데는 자리 공이 컸다. 4개의 공연 중 자리가 제일 좋았다. 좌측이었지만 앞에서 4번째 줄이었다. 자리가 좋으니 배우들과 거리가 매우 가깝게 느껴졌고 무대에서 배우들이 연기하는 모습이나 얼굴 표정을 생생하게 볼 수 있어서 감동이 배가 되었다. 공연은 역시 자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3위를 차지한 마틸다가 좀 손해를 본 것도 역시 자리 때문이다. 마틸다는 2층에 앉게 되는 바람에 무대와 너무 멀어서 배우들의 표정과 몸짓, 노래에서 느껴지는 디테일의 감도가 떨어졌다. 노래도 귀에 착착 감기고 아역 배우들의 놀라운 연기와 춤솜씨는 정말 징그러울 정도였다. 다음에 런던에 다시 간다면 한번 다시 보고 싶은 뮤지컬이다. 한국에서도 마틸다가 공연 중이라고 해서 유튜브로 찾아봤었는데 역시 오리지널 공연이 가장 맛깔난 건 어쩔 수 없다. 원곡이 가지고 있는 리듬감을 다른 언어로 번역하면 확실히 그 맛을 살리기 어려운 것은 배우나 무대의 차이라기보다는 번역 뮤지컬이 갖는 한계인듯하다.


4위 알라딘이 꼴등인 이유는, 아마도 영화나 만화로 너무 잘 만들어진 콘텐츠를 익히 봐와서 새로움이 덜했다. 유명한 노래들, 지니의 천연덕스러운 연기, 거기에 뛰어난 무대 장치로 재스민과 알라딘이 양탄자를 타고 날아다니는 부분을 공연장에서 연출한 것은 단연 하이라이트다. 하지만 런던에서만 볼 수 있는 유니크한 공연들을 보기도 시간이 부족하니 굳이 알라딘을 선택하지 않아도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중요한 문제 하나, 영어 실력이 그저 그런 사람이 영어로 뮤지컬을 보면 잘 이해할 수 있을까? 

해외에서 사느라 영어와 친해지려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당연히 다 알아듣지는 못한다. 아마 원어민이라도 뮤지컬 노래 가사를 다 알아듣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영어 실력이 조금 부족하면 어떠한가? 그냥 즐거운 리듬과 곡조에 맞춰 흥얼거려보는 거지! 가벼운 마음으로 첫 뮤지컬 위키드를 보러 갔고 우리 가족 모두에게 즐거운 경험이 됐다. 원어로 원작 공연을 관람한다는 자체가 흥미진진하기 때문이고 영어를 좀 못 알아듣는 게 그리 문제가 되지 않았다. 구글에서 뮤지컬의 가사와 스크랩트와 검색해서 공연을 보기 전에 찾아 듣고 입으로 흥얼거려보니 줄거리와 내용을 이해하는데 꽤 도움이 되었다. 공연을 또 보게 된다면 노래 가사를 달달 외서 가야겠다. 실용적으로 영어를 익히는 좋은 방법이 아닐까? 



* 참조 : 런던에서 뮤지컬 예매했던 앱과 사이트 공유합니다.


날마다 런던 뮤지컬 싼 표들이 업데이트되는 앱이에요.^^ 

                            

https://seatplan.com  예약한 좌석에서 시야가 어떻게 보이는지 알 수 있게 해 놓아서 편리한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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