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에 45도를 육박하는 두바이를 선택했던 이유는비성수기에 저렴한 호텔값 때문이었다. 너무 더워서 나가기 싫으면 호캉스 모드로 바꿔서 나가지 말고 호텔 안에서 놀고먹으면 되겠지 했었다. 그런데 정말이지 두바이의 여름은 외출 불가였다. 한낮에 나가 돌아다녔다간 머리밑이 다 익어버릴게 분명했다. 아무도 거리를 돌아다니지 않았다. 아니 돌아다닐레야 다닐 수가 없었다.
마천루들이 밀집한 거리에 어둠이 내리고 한낮에 해가 사라지고 나서야 두바이는 자기 얼굴을 드러냈다.
에너지를 아끼지 않는 중동의 부유한 나라답게, 밤이 되자 빌딩숲에서 형형색색의 빛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중에도 압권은 부르즈 할리파를 둘러싼 두바이몰. 그 중심부의 놓여있는 호수처럼 거대한 분수였다. 매시 정각과 30분에 시작하는 분수쇼는 30분 간격으로 사람들을 분수 앞으로 모였다 헤쳤다 하게 만들었다. 분수쇼를 하는 시간은 5분 남짓이었지만 수만 톤에 달아는 어마어마한 물을 힘차게 쏘아 올리는 광경은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진풍경이었다. 물결치는 파동에 맞추어 부르즈 할리파가 바다처럼 푸른빛으로 물들고 물을 춤추게 하는 음악의 선율이 분수 앞에 모인 사람들의 귀를 즐겁게 했다. 사람들은 음악소리에 춤추는 물과 푸른빛으로 옷을 갈아입는 부르즈 할리파에 매료되어 열광했다. 이 순간을 놓칠 수 없다는 듯 휴대폰의 동영상을 찍는 손길이 바쁜 사람들의 대열에 속에 나도 넋을 놓고 서 있었다.
2023년 6월 26일 밤 9시경 두바이몰 부르즈 할리파와 분수쇼
고대 인간이 하늘에 닿기 위해 축조한 바벨론탑을 연상시키는 부르즈 할리파. 우리나라의 가장 높은 건축물인 잠실에 롯데 시그니엘도 브루즈 할리파와 닮았다. 탑에 신의 경지에 닿고 싶었던 인간의 마음이 담겼다는 사실을 알아버린 신은 진노했다고 구약 성경 <창세기>에 나온다. 이 불경한 인간의 작당모의가 더는 계속되기를 원치 않았던 신은 인간이 같은 말을 쓰면서 신을 모독하는 일을 모의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신은 인간들 사이의 말을 뒤섞어 버렸다. 이제 다시는 민족이 다른 사람들은 대화를 할 수 없게되었고
큰 일을 도모할 수도없다.
인간의 오만함에 격노한 신이 천벌을 내린 까닭으로 외국어 학습이라는 인생의 고난이 하나 더 늘었다니! 수십 년을 공부해도 영어가 늘지 않는 나, 40살이 넘어서 시작한 터키어는 단어 암기조차 어려워서 타고난 언어치가 아닐까 하는 의심을 자주 하는 나였다. 인간이 오만함을 갖지 않았다면 우리는 민족이 다를지라도 서로 같은 언어로 소통하고 있었을 텐데. 성경적인 프레임에서 생각해 보면, 참 아쉽다.
평소에 나는 인간이 만들어낸 건축물, 그러니까 인공물이 신이 만든 자연의 아름다음에 비할 수 없다고 생각했었다. 어떤 여행지에서도 광활한 자연과 기후 현상을 보고 나면 사람이 만들 것들은 너무나 작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두바이몰 분수쇼를 보는 이 순간에는 이런 내 고정관념이 싹~ 바뀌었다. 인간이 만들어낸 것의 위대함이라니!, 엄청난 힘을 가졌구나!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바벨탑, 부르즈 할리파 옆으로 아래에서 위로 솟구치는 물결 앞에서, 나는 '우와~'하고 놀라운 탄성을 질렀다. 빛과 물과 소리에 눈과 귀가 감동해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