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의 숫자들을 지울 수 있다면
일하다가 갑자기
오늘 저녁 먹고 싶은 메뉴가 떠오른다.
그래, 오늘은 떡볶이다!
집에 가는 길 내내
그의 향기가 나는 듯 설렌다.
집에 오자마자
최고의 만남을 위해
새 레시피를 찾아보고,
튀김도, 라면사리도, 계란도 준비한다.
모든 것이 완벽하다.
마침내 그를 맞이하려는 바로 그 순간—
내 머릿속에서
이 사랑스러운 존재의 칼로리가
1초만에 계산된다.
가족들 전화번호는 몰라도,
세상 모든 칼로리는 다 기억하는 내가 슬프다.
그 숫자를 알아버린 나는,
먹을 수 없다.
결국,
내가 그토록 그리워하고 사랑한 그 떡볶이는
가족들의 무심한 입 속으로
사라져버린다.
나는 왜
그 행복을 느낄 수 없는 걸까.
내 머릿속의 숫자들을
지울 수만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