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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STI Dec 30. 2021

5-2. 여성들은 왜 식이장애에 시달릴까?

김윤아 상담사님과 함께 한 <아이스티의 평균수업> 다이어트와 식이장애 편

안녕하세요, ISTI입니다. 


다이어트와 식이장애에 대한 이번 실전편에서는 주제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을 듣기 위해 식이장애 전문 상담사 김윤아 님을 모셨습니다! 

저희와의 인터뷰를 위해.. 먼 길 이동해서 찾아와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


아래에 인터뷰 내용 공유드리기 이전에, 간단히 상담사님에 대한 소개와 상담사님과 진행한 식이장애 상담 경험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김윤아 상담사님께서는 심리적인 요인으로 식이장애를 겪으신 후, 치료를 시작하며 심리상담사 자격증과 심리학 학위를 취득하셨고, 이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상담사라는 진로에 들어서게 되었다고 하시네요. 

제는 식이장애에 있어서 폭넓고 깊은 이해도로 많은 분들을 도와주고 계십니다. 

더 많은 분들께 닿기 위해, 폭식과 다이어트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보듬는 책 <또, 먹어버렸습니다>(yes24 링크)를 올해 출판하기도 하셨습니다.


저희는 상담사님과 인터뷰를 진행하기 앞서, 식이장애 상담에 참여해보았는데요.

식이장애 상담을 저희가 "체험"으로 진행해보는 게 맞을지에 대해서 참여에 앞서 고민을 했었습니다.

그러나 "상담"이 많은 분들께는 어렵게 느껴지고 심리적 장벽이 크기 때문에, 

저희가 직접 체험해봐야 이를 청취자 분들, 구독자 분들께 진심으로 추천드릴 수 있겠다는 생각에 직접 체험이 필요하겠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실제 상담은 밀크티와 피치우롱티가 참여하였는데, 참여 이전에 식이장애 자기진단 테스트를 진행하였습니다. 

*식이장애 자기진단 테스트는 김윤아 상담사님 브런치 글에서 직접 확인해보실 수 있습니다! <또, 먹어버렸습니다>에도 동일한 진단 테스트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그 결과, 둘 다 식이장애 경향성이 있다 (여성의 경우 18점 이상은 경향성이 있다고 본다고 합니다) 는 결과를 받고 놀랐었습니다. 

다이어트에 대한 염려가 2030 여성에게 얼마나 널리 퍼져있는지를 5-1화를 통해 확인했음에도, 저희 스스로도 어느 정도로 다이어트에 대한 염려를 일상적으로 하고 있는지를 체감하지 못했던 것인데요. 

이후 실제 상담을 진행하며 저희뿐 아니라, 많은 2030 여성의 일반적인 언어 습관, 식사 습관에 다이어트에 대한 염려가 얼마나 뿌리깊게 내려있는지를 더욱 느낄 수 있었습니다. 

둘 다 평소 식사 습관과 그에 바탕이 되는 심리를 직시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고, 더 건강한 식습관을 다짐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주기도 하여 정말 의미있는 상담 시간이었습니다. 



상담사님과 인터뷰 Q&A


인터뷰 진행 팟캐스트는 여기!


Q. 

김윤아 상담사님 반갑습니다!

혹시 <아이스티의 평균수업> 청취자 분들을 위해 간단히 소개를  해주실 수 있을까요?


A.  

안녕하세요. 저는 식이장애를 겪었던 식이장애 전문 상담사입니다. 

상처받은 마음이 무리한 다이어트와 폭식으로 이어져 6년간 힘든 시간을 보내다 상담치료를 받기 시작했답니다. 이를 계기로 심리학에 관심이 생겨 대학원을 진학했고, 

현재는 양재동에 <나를 만나는 시간 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가 쓴 책 <또 먹어버렸습니다>는 폭식과 다이어트의 무한반복 굴레를 빠져나오게 도와주는 심리치유 에세이예요. 음식에 얽힌 다양한 심리를 분석해 문제적 식사의 진짜 원인을 밝혀내고 있죠. 

책에는 실제 상담내용을 재구성한 예시가 담겨있기에 읽으시면서 공감이 많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Q. 

맞아요, 저희도 책을 읽으면서 예시들을 보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어 이해하기 좋았습니다. 사실 저희는 전문가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기 이전에, 주제에 대한 통계 자료를 조사하고 있는데요. 

식이장애에 대한 자료는 워낙 적지만, 한 다이어트 관련 통계에서 비만율은 남성이 더 높지만, 다이어트 시도율은 여성이 더 높다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다이어트란 많은 여성들을 옥죄고 있는 사회적 강박인 것 같은데, 다이어트라는 표현은 많이 듣고 쓰지만, "식이장애"나 "섭식장애"라는 단어는 약간 낯설어요. 용어를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A. 

섭식장애란 APA(미국정신의학협회)에서 발행한 DSM(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 편람)에 분류된 정신장애 중 하나로, 먹는 행동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장애를 뜻합니다. 

신경성 식욕부진증, 신경성 폭식증, 폭식장애으로 유형을 나눠볼 수 있는데요. 

아마 여러분은 거식증, 폭식증 정도로 알고 있을 거예요. 


특징 별로 분류를 하자면, 신경성 식욕부진증은 심각한 저체중을 보이고 신경성 폭식증은 폭식과 더불어 보상행동을 보입니다. 폭식장애는 보상행동 없이 폭식만 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Q. 

그렇군요, 단 하나의 섭식장애 행태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중첩되어 나타날 수 있다는 말씀도 인상적인데요. 

저희가 이번 주제를 다루면서 섭식장애의 사회 문화적 맥락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 연구에서는 대한민국 여성 4명중 1명은 이 섭식장애를 앓고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실제로 저희 아이스티 중에도 위험 경향을 갖고 있는 멤버가 있었고요. 

이런 현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매우 안타까워요. 더욱 속상한 사실은 SNS로 인해 다이어트에 관한 정보들이 무차별적으로 확산되면서 식이장애를 겪는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거예요. 


저에게 상담을 오는 성인 내담자들은 대부분 청소년기부터 다이어트 강박을 겪었다고 말합니다. 

또, 초등학교 5학년 때 살을 빼려고 이틀을 내리 굶다가 쓰러져 입원을 한 청소년 아이의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어요.


Q.  

대한민국에서 여성이 사회적으로 체중에 대한 부담을 크게 느낄 수밖에 없는 걸까요?

한국 여성들이 특히 식이장애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을까요? 


A. 

식이장애는 한국 사회만의 문제는 아니예요. 

해외 여러군데를 살펴보더라도 ‘마름’을 하나의 성취로 보는 시선은 분명히 존재하죠. 

해외 미용 산업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는 연예인이나 모델 역시 대부분 날씬한 몸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한국의 경우 그 기준이 보다 엄격한 것 같아요. 


실제로 10대가 주로 롤모델로 삼는 아이돌만 하더라도 저체중이 아닌 경우를 찾기가 힘들 정도이니까요.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날씬한 몸’에 엄청난 가치를 부여해요. 


사람의 몸은 천차만별로 다양한데, 체중은 몇kg, 다리는 어떤 모양, 팔뚝은 어떤 형태가 되어야 한다고 주변 사람들과 미디어에서는 끊임없이 이야기합니다. 


이런 사회에서 살다보면 누구나 먹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자신의 몸을 미워하게 되죠. 



사람의 몸은 천차만별로 다양한데, 체중은 몇kg, 다리는 어떤 모양, 팔뚝은 어떤 형태가 되어야 한다고 주변 사람들과 미디어에서는 끊임없이 이야기합니다. 



Q.

말씀을 듣고 생각해보니 대한민국 사회에서 ‘날씬한 몸’을 강조하는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섭식장애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A. 

맞아요. 한국사회에서 식이장애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원인으로는 두 가지를 꼽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첫째로, 음식을 먹고 살을 빼는 것은 ‘의지의 문제’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식이장애는 우울증과 같은

하나의 정신장애예요.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식이장애를 두고 ‘유난스럽게 다이어트를 한 네 탓’이라며 비난하거나 ‘적당히 먹고 적당히 운동만 했더라면 걸리지 않는 병’이라며 가볍게 치부하죠. 


둘째로, 이건 좀 비극적인데요, 대부분의 여성들이 크고 작은 식이장애 증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주변을 둘러보세요. 


항상 다이어트 얘기를 하고, 

많이 먹었다 싶으면 토하기도 하고, 

살을 빼기 위해서라면 시술이나 약복용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마치 다이어트 공화국같죠. 

너도 나도 겪고 있기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이게 정말 치료를 받아야 하는 문제라고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요. 


음식을 먹고 살을 빼는 것은 ‘의지의 문제’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식이장애는 우울증과 같은 정신장애예요.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식이장애를 두고 ‘유난스럽게 다이어트를 한 네 탓’이라며 비난하거나 ‘적당히 먹고 적당히 운동만 했더라면 걸리지 않는 병’이라며 가볍게 치부하죠. 


Q. 

식이장애는 정신장애이지만 가볍게 치부된다는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많은 2030 여성들이 섭식 장애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데, 

2030 여성들은 전연령/성별 분포 중 우울증 위험도도 제일 높은 성별/연령 그룹이기도 합니다. 

섭식 장애를 전문적으로 다루고 계시지만, 섭식 장애로 고통받는 분들의 마음 건강 상태에 대한 의견도 여쭤보고 싶습니다. 


A. 

식이장애는 거의 대부분 우울, 불안, 강박, 수면불균형 등의 정신적인 문제를 동반해요. 

여러분은 하루동안 굶어보신 적이 있나요?


단순하게 예를 들어보자면 하루만 음식을 먹지 않아도 사람은 쉽게 예민해지고, 불쑥 화가 나고, 우울하거나 무기력해져요. 

하루종일 음식 생각만 하게되고, 

그러다 음식을 마주하게 되면 맛도 모르고 허겁지겁 입으로 쑤셔 넣습니다. 


이 패턴을 짧게는 몇 달 길게는 수년간 지속하고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당연히 일상이 마비되고, 삶 자체가 피폐해질 거예요. 


Q. 

대한민국 여성들이 더 건강한 마음상태를 유지할 수 있기 위해선 

사회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어떤 조치가 필요할까요? 


A. 

한국에 살고 있는 개인이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몸’ 자체로 자신감이 있게 하려면 사회적으로 다양한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다이어트, 엔터, 뷰티 산업 등에서 ‘완벽한 모습만이 아름답다’라는 메세지를 바꿔야 하겠죠. 

이를 테면 바비 인형으로 유명한 마텔사가 최근에는 빼빼 마른 체형의 인형뿐 아니라 다양한 체형을 가진 인형을 출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 영국에서는 나이키 매장에 플러스 사이즈 마네킹을 진열한 경우도 있죠. 

국내에서도 모델 콘테스트에서 플러스 사이즈 모델을 선발하는 등의 사례가 있어요.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사회에서는 앞으로 신체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메세지를 

대중에게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개인의 경우 쏟아지는 정보들을 그대로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현실에 기반하고 있는지, 광고는 아닌지, 이 미디어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분별해내는 능력을 길러야합니다. 


Q.  

이번에는 상담사님의 개인 경험에 대한 질문을 드려보려고 하는데요!

식이장애를 겪었던 경험으로 인해 심리학에 관심이 생겨, 상담사로서의 진로까지 이어졌다고 말씀하신 걸 보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식이장애 경험이 본인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공유해주실 수 있을까요? 


A. 

식이장애를 겪으면서 이걸 병이라고 인식하기까지도 시간이 오래 걸렸고, 

인식하고 나서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홀로 고군분투 했어요. 


하지만, 정보가 너무 없었고 상담으로 도움을 받긴 했지만 이후에 폭식 증상이 다시 나타날 때마다 치료를 받으러 가기에 현실적인 제약이 존재했습니다. 

그래서 저를 이해하고 고치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혼자 원서 책을 뒤져가며 공부했고, 

그러다가 대학원 진학도 하게되었죠. 

막상 대학원을 졸업하고 나니 식이장애 증상이 많이 가라앉아서, 

이에 대한 열정은 사그라드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식이장애를 주제로 상담을 하거나 글을 쓰고,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식이장애로 여전히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듣다보니 

지금은 식이장애를 알리고 인식을 개선하는 데 저의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이고 있답니다. 

이제 저와는 뗄레야 뗄 수 없는 키워드가 되어버렸네요! 


Q. 

현재 상담사로 활동하고 계시지만 식이장애 경험에 대해서 터놓고 이야기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이런 경험을 공유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계기가 있을까요? 


A. 

 저도 식이장애를 한창 겪을 때는 이런 아픔과 힘듦이 있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전혀 알리지 못했습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사람들의 반응이 겁나기도 했으니까요. 


상담을 받으면서 처음으로 식이장애는 치료해야 할 병이라는 것과 내 잘못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러면서 조금씩 주변 사람들에게 용기내어 말하기 시작했죠. 


물론, 시행착오도 있었습니다. 

공감해주고 진지하게 들어주는 사람도 있었지만 

비난조로 말하거나 농담처럼 가볍게 넘기는 사람도 있었죠. 

저도 식이장애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두려울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제 얘기를 듣고 힘을 받아서 치료를 결심했다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용기내서 알려야겠다는 얘기를 들을 때면 더 힘내서 동네방네 말하고 다녀야겠다는 다짐이 든답니다. 


Q. 

마지막으로 본인이 섭식장애에 취약하다고 느끼는 여성분이 계신다면, 어떤 말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A. 

제 책인 <또, 먹어버렸습니다>에 써놨던 글을 전달해드릴게요. 

저는 이런 사회에서도 여성들이 당당하게 살았으면 좋겠고,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말 행복하기 위해 스스로 무엇을 추구할지 알아야 합니다. 


또 여태까지 받았던 무수한 시선과 평가가 사실은 터무니없고 틀린 것이며 저항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합니다. 

저는 이제 완벽해지고 싶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의 지적과 평가에 맞춘 다이어트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여러분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섭식장애는 절대 여러분 혼자만 겪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또, 식이장애를 겪는 것은 ‘의지의 문제’도 아니죠. 그러니 부디 식이장애를 겪고 있다고 해서 죄책감을 가지거나 숨지 말아주세요. 


섭식장애는 절대 여러분 혼자만 겪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또, 식이장애를 겪는 것은 ‘의지의 문제’도 아니죠. 그러니 부디 식이장애를 겪고 있다고 해서 죄책감을 가지거나 숨지 말아주세요. 




평소에 무의식적으로 많은 압박을 받고 있었지만, 정확히는 몰랐던 식이장애에 대해서 김윤아 상담사님 덕분에 의문점들을 전문적인 시각으로 풀 수 있었는데요.


이 인터뷰를 마지막으로, 

저희 <아이스티의 평균수업> 마지막 회도 마무리 되었습니다!

2021년의 찐 마지막 인사는, 12/31 공개되는 팟캐스트로 인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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