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3 a.m. — 조리원 퇴소, 첫 주의 새벽

by 이숨



단지 안 풀벌레 소리가 베란다로 스치운다.


새벽 수유를 하다가 바지를 버렸다. 수유 직후 왕창 쏟아진 응아가 바지까지 튀었다.

안방엔 여벌잠옷이 있지만 문 소리에 남편이 깰까 싶어 발길을 옮기지 않았다. 대신 컴퓨터방 옷장을 뒤졌다. 한때 내 근무복이자 잠옷이었던 레지던트 시절의 스크럽바지를 꺼내 입는다.


물티슈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돼 아이를 물로 씻겼다. 그때부터 아이는 다시 잠들지 않았다. 불편했는지, 아직 덜 졸렸는지. 쪽쪽이를 갈아 물리고 아이를 안은 채 주방과 거실 사이를 몇 번이고 오갔다.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내 아기는 여전히 세상에 적응 중이다.

무얼 원하는지 빠르게 알아차리면 너를 더 잘 도와줄 수 있을 텐데.

그럼에도 새벽 어둠 속에서 마주친 말똥말똥한 눈은 참 귀여웠다. 귀엽다는 마음보다 ‘얼른 자 주면 고마울 텐데’ 하는 바람이 앞선 건, 지금의 내가 여전히 버거운 탓일 거다.


문득, 임신 중이던 어느 저녁이 떠오른다.

“조금 심심하다”던 남편의 말.

그 기억이 벌써 아득하다. 지난주 심심한 때는 단 한순간도 없었다.


지금은 퇴소 일주일차의 주말을 겨우 버텨냈다. 정부 지원 산후관리사를 모시지 않았다면 벌써 정신적으로 무너졌을지도 모른다.


퇴소 첫날은 아침 9시 반에 조리원을 출발해,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오후였다. 그날은 정말 반쯤 정신이 나가 있었다. 오늘은 그보다는 낫다. 조금은 버틸 수 있게 되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내게는 의미 있는 기록이다.


이제 자야겠다.

곧 다음 수유 텀이 돌아올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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