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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린이 Jan 14. 2019

엄마와 수영

어쩌다, 수영


작가: Joanne Ho

                                                                                                                                                 


엄마는 말다툼을 할 때면 항상 나에게 잘난척하는 딸이라고 했다. 부모가 애지중지 키워 준 공도 모르고 저 혼자 잘나서 쑥쑥 큰 줄 안다는 말인가보다. 크게 넉넉하진 않았던 집, 그리고 아주 많이 배운 사람도 아니었던 엄마는 늘 '네가 하고싶은게 제일 중요하지'라고 말하는 방임형 엄마이긴 했다. 어릴때 부터 모든걸 스스로 결정했던 나는 솔직히 '그럼! 내가 내 인생 혼자 산거지'라고 생각한게 사실이다.


엄마는 요즘 장볼 것도 깜박깜박하고 아파트 단지 바로 옆에있는 반찬가게 위치를 정확하게 설명하는데도 한참 걸린다. 돋보기 안경을 쓰고 핸드폰을 안경 너머로 들여다 보며 '아니 이게 갑자기 왜 안되는거야'라고 불쑥 물어본다. 모든 사람은 나이가 들면 다시 어린아이로 돌아간다. 엄마가 삼십년 넘게 나에게 가르쳐 준 것 보다 이제 내가 해결하고, 처리하고, 잊지않게 일러드리는게 더 많다.


한번은 엄마랑 자유수영을 갔다. 환갑 지난 아주머니들이 다 그렇듯 엄마는 어깨통증, 허리통증을 달고 살았다. 그렇게 시작한 수영이 이제 3년차. 날씨가 어떻든, 해가 언제 뜨든, 오리발 가방을 들고 새벽반 1번을 사수하는 사람. 허리가 아프다는 핑계로(사실은 풀과 킥 박자를 못맞춰서)평영은 안하려고 하지만 엄마의 접영 만큼은 선생님도 인정한 일품이다. 나는 그 연배에, 그 수력에 접영을, 특히 접영 리커버리를 그만큼 예쁘게 하는 사람을 본적이 없다.


나는 아직 저병(접영을 못하는 병)을 앓는 수영 꿈나무다. 물속에서 꿀렁꿀렁 각기춤을 추며웨이브를 타면 엄마는 혀를 끌끌 차며 "엄마 하는거 보고 따라와"하며 힘찬 입수킥과 함께 물개처럼 물살을 가른다. 그리고 나는 자유형으로 간신히 25미터 따라간 다음 "남여사 같이 좀 가~~"하며 낄낄대고는 엄마 허리를 붙잡았다. 시장 따라다니던 다섯살, 엄마 치마 붙잡고 노래 흥얼거리며 졸졸 따라가던 그때처럼 말이다.


나는 엄마가 아직도 나에게 가르쳐 줄 것이 남아있는게 좋다. 접영 박자가 정말 엉망진창이던 날, "혼자만 잘할거냐. 딸도 좀 같이 잘하자"며 엄마에게 카톡을 보내는 순간이 좋다. 텔레비전을 보며 자유형 팔꺾는 시늉을 할 때 "팔을 왜 그렇게 이상하게 꺾어?"라며 엄마가 내 자세를 흉보는 순간이 좋다. 엄마가 40대 '젊은놈'들 사이에서 새벽반 1번을 꿋꿋이 지키며 수영을 오래오래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는 엄마보다 늘 수영을 조금 못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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