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했던 것을 좋아하게 되는 순간

by 송가연

처음에는 거부감이 들던 일본 음식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맛있게 느껴지는 요즘,

변해가는 입맛처럼 점점 일본생활이 즐거워지고 익숙해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초밥을 먹을 때 생강절임은 절대 먹지 않았다. 시큼하고 이상한 생강 향기가 초밥을 망치는 느낌이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갔던 첫 일본 여행에서는 반짝거리면서 귀엽게 생긴 겉모습에 이끌려 구매했던 당고는 첫 입을 먹고 바로 쓰레기통으로 향했다. 흔히 초밥에 들어있는 시소는 화장품을 먹는 듯 맛과 향이 생소하기만 했다. 생강절임과 시소 그리고 당고 같은 일본의 몇 가지 음식들은 너무 생소해서 맛없고, 앞으로 살면서 만나고 싶지 않은 음식들이었다. 하지만 일본에 살면서 자연스럽게 마주칠 수 있는 이 음식들은 우연한 만남에 다시 좋아지기 시작했고, 다시 한번 먹어볼까?라는 마음에서 새로운 맛을 발견할 수도 있었다.

시소의 존재감을 사랑하게 된 건, 한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어보았던 오징어 회에서의 향긋함이었다. 예전에 먹었던 시소임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이게 이렇게 향긋했나? 우연히 다시 먹었던 시소의 다른 매력에 놀랐다. 그다음부터는 야키토리집에 가서 먹는 돼지고기 시소 말이도 먹을 수 있었고, 먹을 때마다 올라오는 시소의 향긋함이 좋아졌다. 화장품맛이 향긋함으로 변하기까지는 정말 많은 시간들이 흐른 뒤 우연한 만남에서 시작되었다.

한국에서는 초밥집에 가면 테이블 한편에 놓아져 있는 생강절임을 볼 수 있다. 한국에 살 때는 절대 먹지 않았다. 초밥의 맛을 망치는 악당이라고 생각했다. 생강이 초밥보다 자기주장이 너무 강하다고 생각했다. 생강절임은 필요 없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본에서 생강절임은 초밥 집이나 식당에서 당연하게 볼 수 있는 흔한 음식이었다. 야끼소바를 주문하면 위에 살짝 올라가 있기도 하고, 카이센동에도 위에 올려주는 그런 기본적인 토핑 같은 존재였다. 생강절임의 매력을 발견한 건 야끼소바와의 조합 덕분이었다. 나는 일본의 야끼소바나 오꼬노미야끼, 타코야끼 위에 올라가는 갈색 소스의 맛을 좋아하는데, 이게 처음은 맛있지만 갈수록 짠맛이 올라오는 맛이라 이 맛을 딱 잡아줄 수 있는 맛이 필요하다. 이 맛과 잘 어울리는 게 바로 생강절임이었다. 야끼소바를 먹을 때, 아 조금 짠데? 슬슬 느끼한데? 싶을 때 생강절임을 딱 먹어주면 그 느끼함과 물림이 싹 내려가면서 또 열심히 젓가락질을 할 수 있게 된다. 나에게 생강절임은 이제 야끼소바를 먹을 때 꼭 필요한 존재가 되었다. 한번 생강절임을 먹기 시작하니 이제는 초밥집이나 카이센동 집에서도 사시미의 느끼한 맛이 올라올 때 내 입안을 정화시켜주기 위해 열심히 먹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처음 일본여행을 오기 전 설레는 마음에 여행 한참 전부터 일본 편의점에서 먹어야 할 것들을 찾아보았다. 그중에서도 그때 당시 내가 좋아하던 연예인이 라이브 방송 중에 먹었던 당고가 내 눈길을 사로잡았고, 편의점에 가자마자 당고를 제일 먼저 집었다. 반짝거리는 소스와 귀여운 떡들이 틀림없이 맛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 기대와는 달리 당고는 짜고 맛없고, 평생 먹어본 적 없는 맛없음이었다. 떡은 쫄깃하고 맛있었으나 소스가 최악 중에 최악이라 생각했다. 참고 두입까지는 먹었으나, 그 뒤로는 절대 못 먹겠어서 쓰레기통으로 직행했던, 웬만해서는 음식을 남기지 않는 나에게 몇 안 되는 남긴 음식 중 하나였다. 일본 생활 중 시소와 생강절임의 매력을 발견한 뒤에 당고를 파는 곳을 보고 당고의 맛이 다시 한번 더 궁금해졌다. 이번에는 여러 가지 맛이 담긴 당고를 구매해 보았고, 결과는 아주 만족이었다. 떡은 말할 것도 없이 맛있었으며 그때 먹었던 편의점 당고와는 달리 소스도 단짠의 조합이 좋았다. 팥이 올라간 당고도 맛있었고, 인절미 가루가 붙어있는 당고는 한국에서도 잘 먹었던 인절미 떡 같았다. 생각보다 너무 맛있었다.


음식 자체의 변화보다, 나의 입맛과 내가 먹는 방식이 변화가 크게 느껴졌다. 처음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할 때마다, 익숙해지고 더 맛있게 느껴졌다. 단순히 입맛이 변한 것일까? 아니면 나를 둘러싼 환경이 변하며 내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태도 자체가 변한 것일까? 생각해 보면 음식뿐만이 아니다. 일본에서 생활하며 나도 모르게 바뀐 것들이 많다. 먹는 음식부터 만나는 사람들, 그리고 이제는 자연스럽게 익숙해진 몇 가지 일본어 표현들까지, 처음에는 외롭기만 하고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거부했던 것들이 시간을 두고 마주 했을 때는 새롭게 다가오는 순간들이 많아졌다. 음식은 변하지 않았고, 변한 건 내가 음식을 마주하는 방식이었다. 나는 앞으로도 이런 변화를 조금씩 쌓아가며 살아갈 것이다. 예전에는 손도 대지 않았던 무언가를, 어느 날 문득 아무렇지 않게 먹고 있는 날이 또 오겠지.

그렇게 나는 지금도 앞으로도 점점 변화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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