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근교 여행
후쿠오카에서 멀지 않은 작은 섬, 아이노시마.
배를 타고 도착한 순간,
바람에 실려 온 짭조름한 바다 내음이
마음을 가볍게 만든다.
선착장에서부터 고양이들이 아이노시마에 도착한 사람들을 반겨준다.
아이노시마는 흔히 '고양이 섬'이라고 불린다.
섬 전체가 커다란 고양이들의 마을이라도 된 듯,
이곳에서는 어디를 가든 고양이들이
유유자적하게 노닐고 있다.
이곳의 고양이들은 조금 특별하다.
흔히 고양이는 도도하고,
사람을 따르지 않는 동물이라고 하지만,
아이노시마의 고양이들은 마치 강아지처럼
애교가 많고 사람을 잘 따른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스스럼없이 다가와 몸을
비비거나 졸졸 따라다니며 애정을 표현한다.
나도 조심스래 고양이의 엉덩이를 토닥였다.
이곳의 특별한 고양이들은 나의 손길을 즐기며,
친근함을 표현한다.
작은 체온과 부드러운 털의 감촉이 마음을 녹인다.
오랜만에 접촉하는 생명체의
따뜻함이 가슴 한편을 간질인다.
정신없는 해외 생활 속에서 잊고 지냈던 온기였다.
섬을 천천히 걷다 보니
그동안의 복잡한 고민거리들과 부담감들이
바닷바람에 실려 멀리 흩어지는 것만 같았다.
고양이들은 걱정하지 않는다.
어제를 후회하지도, 내일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그저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간다.
햇빛이 좋으면 몸을 쭉 뻗고 낮잠을 자고,
배가 고프면 동네주민들이 길에 마련해 놓은
사료를 먹는다.
지나가는 사람의 손길이 싫으면 피하면 그만이고, 관심이 가면 먼저 다가가 인사를 건넨다.
단순하지만 분명한 삶. 그들은 복잡한 계산 없이도 매 순간을 충실히 살아간다.
억지로 꾸미지 않고, 필요한 만큼만 움직인다.
아이노시마의 탁 트인 바다, 부서지는 파도 소리,
그리고 따스한 햇볕 아래에서 낮잠을 자는 고양이들
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천천히, 여유롭게 흘러간다.
해외생활은 매일매일이 새롭지만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었다.
본국에서는 자연스럽던 의사소통도 해외에서는 한번 더 생각하고 다른 언어로 소통해야 하며,
내 생각과는 다른 상황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사람들이 모두 낯선 언어로 대화하며, 문화적인 환경 또한 낯설기만 하다.
하지만 이곳 아이노시마에서는 그동안 내가 품고 있던 긴장감과 불안, 조금함이 무색할 정도로 여유롭고, 완벽했다.
나는 이곳에 내 걱정들을 두고 가기로 한다.
고양이들이 내 걱정보따리를 살짝 발로 차서 바다에 흘려보내줄지도 모른다.
다시 시작될 내일은 여전히 낯설겠지만,
적어도 아이노시마에서의 하루만큼은
고양이들처럼 걱정 없이, 여유롭게 살아볼 것이다.
이곳에서의 평온함을 마음에 간직한 채,
내가 사는 후쿠오카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