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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리 Jul 28. 2020

왜 스타벅스 레디백은 되고, 영화 굿즈는 안 될까?

굿즈 마케팅(1) - 어려운 이유와 대안 고민


출처: 스타벅스코리아, 던킨도너츠

1. 나도 마케팅 대박을 내면 좋겠다.

스타벅스 서머레디백에 이어 던킨도너츠가 준비한 노르디스크 폴딩박스 대란이 벌어졌다. 가는 곳마다 품절과 서버 먹통을 부르는 이 괴현상은 모든 마케터가 부러워하는 성과일 것이다.


뭘 모르던 시절에는 굿즈가 영화 흥행을 견인할 것 같았다. 하지만 영화 개봉과 함께 환상이 박살 나고 현실을 깨달았다. 이미 경험자들은 굿즈와 흥행이 별 관계가 없다는 것을 알았고, 남들이 하니까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었다. 굿즈 마케팅의 현실과 기타 유용한 정보는 씨네21이 2017년 3월 말에 잘 정리해 놓았다.



2. 영화 굿즈 마케팅 부진의 원인

공들여 만드는 굿즈인데 왜 스타벅스는 되고, 내 영화는 안 될까? 그 원인을 여러모로 생각해 봤다.


첫째, 브랜드 가치의 확고성/일회성

굿즈의 가치는 그 자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대변하는 브랜드 가치에서 비롯된다. 남들이 뭔지도 모르는 브랜드의 굿즈를 가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스타벅스, 던킨도너츠 같은 브랜드는 오랫동안 물건을 팔며 브랜드 가치를 쌓았다. 내일도 그 가치가 유지될 것이라는 암묵적인 약속이 되어있다.


반면 영화의 가치는 불확실하고, 개별 작품에 국한되어 있고, 일회적이다. 영화는 뚜껑을 따 보기 전까지 그 가치를 알 수 없다. 오늘 개봉한 작품이 훌륭하다고 해서 같은 회사의 차기작도 훌륭할 수는 없다. 또한 아무리 훌륭한 영화여도 한번 공개가 되면 대중의 관심이 줄어든다. 그러니 영화 굿즈를 획득함으로써 가지는 의미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


둘째, 희소성 및 과시 능력의 차이

서머레디백이나 다른 명품이 과시 수단이 되는 이유는 희소성에 있다. 서머레디백만 받고 커피는 버리고 간 사람이 욕먹은 이유도 어렵게 미션을 달성하고 가져갔어야 할 보상을 돈으로 밀어붙여 획득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영화 굿즈는 너무나 얻기 쉽다. 일단 단가도 싸거니와, 10,000~15,000원 내외의 굿즈 상영 티켓을 살 수 있다면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회가 주어진다. 굿즈를 얻는다고 해도 과시의 수단이 되지 못한다.


물론 영화관 굿즈샵에 가면 있는 마블, 디즈니 등의 상품은 예외다. 블록버스터 개봉 시 진행하는 N차 관람 경품도 예외다.


셋째, 굿즈 자체의 질과 정보 교환

관객들도 이제 굿즈에는 도가 터서 어지간한 굿즈로는 오히려 욕만 먹을 수 있다. 특히 배지의 경우 제조 공정상 원하는 모양을 100% 구현하기 힘든데, 이 때문에 조악한 결과물이 나오면 인터넷 게시판에 등판해 조리돌림을 당한다.


또한 굿즈 상영회 시기나 증정품 내용에 대한 정보 교환도 활발하기 때문에 단기적 안목으로 잘못된 판단을 하면 특정 관객이 차별감이나 불쾌함을 느껴 상술 부리는 배급사로 찍히기 쉽다.



3. 대안은 없을까?

대안을 고민하는 것부터가 에러다. 그만큼 팔리지 않을 영화를 손에 쥐고 있다는 거니까. 가장 좋은 해결책은 팔릴 만한 영화를 사는 거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자기 회사를 바꿀 순 없는 노릇이니 어쩔 수 없이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해야겠다.


1) 자기 영화 객관적으로 보기

미운 놈도 보다 보면 정든다고, 한 영화를 몇 달간 붙들고 있으면 이게 내 새끼 같고, 밖에 나가서 다 씹어먹고 올 것 같다. 하지만 개봉도 사업이므로 개인적인 애정에 앞서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


<2019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영화진흥위원회)을 보면, 2019년 개봉한 독립/예술영화(한국영화 + 외화)는 409편인데, 이는 전체 개봉작(647편)의 약 63%이다(VOD 플랫폼 직행을 위해 소수 상영관만 대관하는 형식개봉작은 제외한 수치). 하지만 전체 관객의 3.6%인 809만 명만 독립/예술영화를 관람했다고 한다.


그럼 상위 39%에만 들면 흥행할 수 있을까? 당연히 아닐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한 해에 흥행하는 영화가 고작 20편가량 되는데, 수치로는 상위 3%이다. 굿즈 마케팅에 목매는 영화가 상위 3%에 들 리는 없으니, 그럼 기본적으로 '내 영화는 찾는 사람이 없겠구나'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이것은 헐뜯는 게 아니고 현실에 기반한 객관적인 전략 수립을 권하는 것이다. '이 정도 영화가 굿즈 패키지 상영을 한다고?'라는 생각이 드는 개봉작이 1년에만 기십 편이다.


2) 저렴한 굿즈 기획하기

그래도 남들이 굿즈를 할 때 나만 안 할까 봐 불안하다면 저렴하게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우선 원가가 저렴한 굿즈를 기획할 수 있겠다. 배지, 트로피, 열쇠고리 등 금속이 들어가는 굿즈는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원가가 낮아질 수 없는 것 같다. 그럴 바에야 엽서, 책갈피, 마스킹 테이프 등 지류 굿즈를 활용하는 게 훨씬 현명하다.


같은 지류 굿즈 중에서도,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마스킹 테이프, 메모지, 포스트잇 등 실용적인 굿즈가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엽서류는 받을 때 기분 좋아도 나중에는 결국 어딘가 처박힌다. 정리 1순위다. 반면 실용적인 굿즈는 일상생활에서 매번 사용하며 작품을 기억하기 좋은 매개체라고 생각한다.


시사회 프로모션을 기획하며 제휴업체의 상품을 제공받는 것도 한 방법이다. 시사회 티켓을 상대 업체에 제공하면서, 상대의 상품에 영화 이미지를 인쇄하는 등 가공을 거쳐 굿즈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3) 온라인 굿즈 기획하기

요즘 같은 언택트 시대에 꼭 실물 굿즈를 제공해야 할까? 돈 버는 데 귀재인 K-pop 관계자들을 보면 꼭 그런 건 아닌 듯하다.


예를 들어 네이버 V LIVE에는 fanship 기능이 있는데, 이를 통해 아티스트의 팬클럽에 가입하면 독점 영상을 즐기거나 콘서트 예매를 우선적으로 할 수 있다. 실물 굿즈 패키지를 집에 배달해 주는 것은 물론이다.

청하 fanship 독점 영상
청하 fanship의 혜택들


영화 배급사도 관객을 위한 온라인 독점 콘텐츠를 제공하면 어떨까? 예를 들어 배우가 당첨된 관객의 이름을 불러주며 특별 메시지 영상을 찍을 수도 있겠다.


다만 배우들(특히 외국 배우)의 협조를 구하기 어려울 것이고, 배우 측에서 추가 비용을 요구할 수도 있는 점은 위험 요소이다. 또한 특별 영상 제작 비용을 아끼겠다고 저렴한 장비나 장소를 쓸 경우 조잡한 영상이 나올 수 있다는 점도 감점 요소이다.


그래도 해외와의 원활한 소통이 힘든 수입영화보다는 한국영화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해 볼 수 있지 않나 싶다. 요즘은 메이크스타에서 드라마 OST 발매, 스타 영상통화 이벤트 등을 진행하니 그쪽도 참고해볼 만하다.


아니면 2000년대 감성처럼 영화 홈페이지를 만들어 당첨된 관객에게만 독점 선재를 공개하는 건 어떨까? 요즘은 WIXWordpress로 쉽게 홈페이지를 만들 수 있으니 시도해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노력과 시간 대비 효과는 크지 않을 것 같다. 과거의 영화 홈페이지 제작 열풍도 그런 비효율성 때문에 사라진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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