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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리 Aug 11. 2020

굿즈보다 영화가 우선인 마케팅을 기대하며

굿즈 마케팅(3) - 이벤트 진행과 성과 돌아보기

영화 일이든 아니든, 살면서 계획대로 된 일이 별로 많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화 굿즈 마케팅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1. 굿즈 상영 진행


1) 상영 기획

영화 굿즈는 관람에 대한 보상으로 주어지기 때문에 상영 플랫폼 사업자와 증정 시기를 사전에 논의해야 한다. 개봉 전이라면 극장 담당자와, 부가시장 서비스 전이라면 부가서비스 담당자와 논의해야 한다.


굿즈 상영은 초반에 관객수를 올리기 위해 대개 개봉주에 열린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개봉 1~2주 후에 추가로 열리기도 한다. 개인적인 짐작이지만 이런 추가 굿즈 상영은 굿즈 재고를 털거나 마지막 힘을 짜내 관객을 유인할 목적으로 열리는 것 같다.


고생해서 배지를 만든 뒤, 극장에서 상영 1주 전에 굿즈 상영 예매를 열어줬고, 예매 현황을 수시로 확인했다. 고작 200석에 불과했지만 굿즈가 보상으로 걸리니 예매가 쭉쭉 되고 매진이 되는 것에 놀랐다. 역시 굿즈를 만든 보람이 있구나, 잘 팔리면 배지 추가 발주도 할 수 있겠구나라고 느꼈다.


하지만 이는 관객들이 합리적이고 영리한 소비자라는 사실을 간과한 착각이었다. 상영 이틀 전부터 취소표가 생기더니 굿즈 상영 당일에는 20~30% 정도의 빈 자리가 생겼던 것 같다. 결국 극장 상영이 종료된 뒤에는 100개 정도의 배지가 남았고, 난 그가 왜 '내가 추가 발주를 할 것 같으냐'라며 코웃음 쳤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2) 상영 진행 및 굿즈 증정

극장에 굿즈를 전달하면 극장에서 증정을 알아서 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극장에 진행 인원이 부족할 경우, 배급사에서 직접 외근을 나가야 한다.


굿즈를 증정하는 방식은 증정 시기에 따라 상영 전과 후로 나뉜다.


[#1] 상영 전

유료 상영이 아닌 경우 이벤트 참여 대가로 굿즈를 증정하는 케이스다. 예를 들어 시사회 입장 전 SNS 해시태그 이벤트에 참여하면 현장 담당자가 참여 여부를 확인하고 굿즈를 주는 식이다.


쾌적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 이 방법의 장점이다. 시사회 참석자는 출석체크를 위해 미리 도착할 테니 이벤트에 참여할 여유도 많고, 급히 진행할 이유가 없다.


[#2] 상영 후

유료 상영 종료 후 관람 보상으로 굿즈를 증정하는 케이스다. 상영 전에 굿즈를 증정하면 굿즈만 받고 표를 취소할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진행한다.


쾌적한 진행이 힘들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굿즈 증정은 상영관 퇴장로나 매표소에서 진행한다. 사람이 몰려 누군가 다치거나 기다림에 지쳐 짜증을 낼 수 있으므로 미리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 굿즈 배포처를 넓은 곳에 설치하고, 담당자가 굿즈 수령 대기자 줄을 깔끔하게 관리하면 좀 나을 수 있다.


사람들이 깐깐하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어떤 관객들은 자기가 받은 굿즈를 이리저리 둘러보고 조금이라도 흠이 있으면 바꿔달라고 한다. 아쉽긴 하지만 그 사람들도 자기 돈 내고 하자 없는 물건을 받고 싶어하는 건 당연한 것이니 이해해주자.


대처 요령은 있다. 상영 종료 10~15분 전에 상영관 퇴장로에서 굿즈 배포 준비를 하는데, 이 때 불량품을 미리 솎아내면 좋다. 아니면 클레임을 제기한 관객에게 잠시 양해를 구하고 다른 관객들에게 먼저 굿즈를 배포한 뒤, 클레임 관객이 남은 굿즈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을 알아서 골라가게 할 수도 있다. 클레임 관객 입장에서도 자기가 원하는 것을 뒷 사람 신경 안 쓰고 마음껏 보고 고를 수 있으니 권해볼 만한 옵션이다.




2. 성과 돌아보기


굿즈가 흥행과 관계없다는 이야기는 굿즈 마케팅 첫 번째 글에서도 말했다. 그렇다면 굿즈 마케팅의 성과는 흥행 성적이 아닌 마케팅 효과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


영화 마케팅 캠페인 진행 시, 기사로 만들 수 있는 아이템은 모두 만들어서 보도자료를 배포한다. 기자의 간택을 받은 보도자료만이 기사화되기 때문에 기사 개수로 마케팅 아이템의 매력도를 가늠할 수 있다. 그외에 SNS 검색 결과를 참고하는 것도 마케팅 효과를 가능하기 위한 방법이다.


배지로 마케팅을 할 당시, 유명 영화평론가를 초빙한 GV 상영회도 추진했다(내가 한 것은 아니고). 굿즈 상영과 달리 GV 상영은 취소표가 많이 발생하지 않았고, 몇 개 매체를 통해 기사화 되기도 했다. 평론가의 평 중 하이라이트는 홍보용 카피로 사용했다.


반면에 당시 진행한 굿즈 마케팅은 딱히 기사로 나간 기억이 없다. 사실 마블 영화 굿즈가 아닌 이상 기사로 만들 건수가 없을 것이다. 게다가 SNS에서도 딱히 입소문 효과가 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남은 굿즈가 재고로 쌓인 것은 물론이다.


한마디로 굿즈 마케팅은 다각도로 활용할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이러한 효과 차이가 난 까닭은 소비를 통해 자아표현을 하려는 관객의 입장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예술영화를 통해 지적 욕구를 충족하려는 관객 입장에서 평론가의 고견을 들을 기회가 기념품을 얻는 것보다 훨씬 귀하고 가치 있게 느껴졌을 것이다.


굿즈 제작비 및 기타 비용을 생각하면 차라리 그 돈을 GV 게스트 섭외비나 온라인 마케팅 비용에 투자하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남들이 다 하는 굿즈 마케팅을 안 하긴 불안할 것이다. 하지만 애초에 영화 관람의 경험을 기념하기 위해 시작했던 굿즈 마케팅이 지금은 주객전도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코로나 19 시대에 예전과 같은 방법으로 관객을 극장으로 유인하려 매달리기 보다는 온라인 마케팅 등 다른 전략에 비용을 투자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방법이야 어찌 되었든, '굿즈를 해야 하니까 해야지'라는 마인드보다는 그것을 하는 이유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이 뒷받침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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