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간 딸을 찾아온 엄마의 첫 해외여행

엄마가 보고 싶은 날

by 이태리부부

2016년의 어느 날

엄마와 남동생이 이탈리아에 왔었다.


2015년 늦은 봄 대구공항에서 기약 없이 엄마와 작별 인사를 하던 날... 엄마는 내가 무슨 이유 때문에 가는지, 언제 돌아올 건지도 묻지 않고, 끝까지 아무렇지 않은 듯 웃는 모습으로 나를 배웅했지만 비가 내리는 대구공항에서 나를 보내며 혹여나 마음이 바뀌어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거의 반나절을 눈물을 훔치며 서있었다고 했다.

내가 프랑스 파리에 잘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을 때까지 먹지도 잠을 자지도 못했다고 했다.

나를 만나러 오던날의 엄마, 인천공항에서




나는 엄마의 기다림도 모른 척해가며 1년을 훨씬 넘기고도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았고, 나를 기다리던 엄마는 당신의 인생 첫 해외여행으로 집 나간 딸을 만나러 머나먼 이탈리아로 오시게 된 것이었다. 나를 만나러 오기 위해 여권이란 걸 만들었고, 평생을 남의 밑에서 일만 하시다가 50년 인생에 처음으로 열흘이란 긴 시간을 자유롭게 여행을 해보신 엄마... 여행 내내 '엄마는 딸 덕에 유럽여행도 하고 호강한다' 라며 좋아했지만 나는 그 말에 담긴 의미를 알기에 마음 한구석에는 죄송스러운 마음뿐이었다.


50년 중에 단 열흘...


나는 엄마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으로 오로지 엄마를 위한 여행을 준비했고, 엄마를 맞이했고, 여행을 즐겼다.

엄마가 아이처럼 행복해하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오랜만에 만났지만 못난 딸인 나는 고맙고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못할 망정 여행 내내 엄마와 티격태격 잦은 싸움을 했다. 엄마는 나를 위해 30년을 희생했고 1년이 넘는 시간을 아무것도 묻지 않고 기다려 주었는데, 나는 그 며칠을 참지 못했다. 멀리 떨어져 있을 땐 그렇게 보고 싶던 엄마였는데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다.

여행하기 가장 좋은 이탈리아의 9월 시에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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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어느 날 동생과 엄마, 베네치아에서

우리 여행의 마지막 도시는 베니스였다. 2018년에는 베니스로 이사 갈 거라고 했더니 '나는 베니스가 제일 좋았다' 하시며 나보다 더 기대하고 좋아하는 엄마.. 엄마는 언제나 내가 하는 일에 안된다고 하신 적이 없다. 언제나 무슨 일이 있어도 내편, 무조건 잘될 거라고만 하셨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죽을 때까지 감사해야만 하는 나는 못난 딸이다.

이탈리아 남부 아말피에서



여행을 마친 후 공항에서 엄마를 배웅하고 오던 길.. 나를 보내던 날의 엄마처럼 나도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오늘따라 엄마가 많이 보고 싶다. 해외에 사는 자식은 이유불문 불효녀, 불효자다. 엄마를 만나면 많이 껴안고, 사랑한다고 말해야겠다고 또 부질없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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