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베네치아에 산다.

베니스 상점

by 이태리부부
베네치아가 주홍빛으로 물드는 시간

이탈리아!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 밀라노 같은 큰 도시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될 것이다. 나는 그중에서도 물의 도시 베네치아에 살고 있다. 나의 이탈리아 생활 첫 시작점인 로마에서의 생활을 마무리하고 남편과 함께 2018년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 이제 베네치아에서 겨우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모두 겪어본 새내기 입주민인 셈이다.

올해 기나긴 겨울을 지나 무사히 1년을 보내면서 처음 베네치아에 왔을 때가 생각났다. 남쪽 로마에서 올라오자마자 뼛속까지 시린 습한 북쪽 추위에 눈, 비를 맞으며 열심히 집을 구하러 다녔다. 아니나 다를까 듣던대로 베네치아 사람들의 외국인에 대한 배타적인 시선과 쉽게 그들 사이로 파고들 수 없을 것만 같은 냉소적인 말투로 조금은 첫인상이 좋지 않았는데, 지금은 냉소적이지만 오히려 과장되지 않고 현실적이며, 내가 지금껏 겪어왔던 이탈리아 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일처리 확실한 북쪽 베네치아에서 삶의 만족도가 더 커졌다. 어쩌면 나 스스로가 이탈리아의 생활 방식에 익숙해지고 삶에도 여유가 생겼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으나 이제 이탈리아 안에서도 달팽이 집을 옮기듯 이사하는 생활을 정리하고 이곳 베네치아가 우리의 마지막 정착지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살면 살수록 점점 확고해지고 있다.



어디에서 살든 장단점이 존재하겠지만 분명한 건 베네치아는 그 삶 속으로 스며들수록 더 매료되는 도시라는 사실이다.


Fondaco dei Tedeschi 전망대에서

베네치아에 오기 전 베네치아에 대해 아는 정보라고는 곤돌라, 베니스 영화제, 베니스의 상인 등 단편적인 정보들밖에는 없었다. 그리고 이곳에 살면서도 베네치아인들의 이 도시에 대한 자부심에 대해 알기 전까지는 관광객의 입장에서 왜 이렇게 불편하게 살까? 싶은 의문을 속으로는 수백 번씩 품었다. 물의 도시 베네치아는 오랜 무역업으로 이어져온 상인들의 도시이자, 지금은 1년에 3,000만 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어쩌면 지금보다도 훨씬 더 철저히 상업화, 현대화가 될 수도 있을 도시지만 아직도 이토록 불편한 것 투성이 옛날 도시의 모습 그대로 남아있다.


한국으로 가끔 휴가를 가는데 한국은 갈 때마다 너무나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상업화되는데 비해 이탈리아는 그중에서도 특히 베네치아는 베네치아 사람들의 자부심과 도시에 대한 사랑으로 돈보다도 중요한 도시의 정신과 가치를 지키려고 부단히 도 애쓰고 있다는 사실이 한편으로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이탈리아는 절대 선조들이 남겨놓은 문화 예술적 가치만으로 지금까지 잘 먹고 잘 사는 나라는 아니다. 이토록 악착같이 지켜내려는 지금의 사람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이탈리아도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베네치아도 요즘은 관광지 주변으로는 허우대 멀끔한 현대식 점포들이 늘어나고 있고 곤돌라나 수상택시를 비롯한 상업 수단들이 크게 한자리 차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지켜지고 있는 정신과 가치 그리고 그들만의 기준이 있다. (물론 세계 자본의 흐름인 중국자본 앞에서는 아무리 자부심 강한 베네치아 상인들도 가끔은 힘없이 고꾸라져 버리기도 한다. )



노을이 낭만적인 베네치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베네치아 노을의 명소

독일 상관 백화점(Fondaco dei tedeschi) 전망대

영업시간 : 월-일(10:00-20:00)

주소 : Fondaco dei Tedeschi, Calle del Fontego dei Tedeschi, Ponte di Rialto, Venezia, Italia

https://www.dfs.com/it/venice/stores/t-fondaco-dei-tedeschi-by-dfs



불과 몇 년 전에 생긴 베네치아에 하나밖에 없는 최신식 백화점인데, 이마저도 옛날 독일 상인들의 상가 건축물을 개조하여 옛 모습 그대로를 최대한 보존하면서 베네치아라는 도시와 어우러 지게 현대적으로 백화점을 만들었다. 옥상 루프탑에 칵테일 바라도 오픈해서 상업적으로 이용해도 될법 한데, 상업적인 부분을 최대한 배제하고, 이토록 아름다운 전망대를 일반인에게 무료로 공개하고 있다.

전망대는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시간별로 인원을 한정하고 있어서 비교적 여유롭게 아름다운 베네치아의 모습을 조망할 수 있다. 전망대에서 노을 지는 주홍빛 베네치아의 모습을 감상하시는 것을 추천한다.


Fondaco dei Tedeschi 전망대에서 바라본 곤돌리에레의 모습


물론 베네치아에 살면서 좋은 점만 있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마치 콩깍지라도 씐 것처럼 베네치아의 모든 장면들이 아름답기만 하다. 어쩌면 앞으로의 내 글이 베네치아에 대해 편파적이거나 너무 아름답게만 표현하게 될지도 모르겠으나 최대한 내 감정을 솔직하게 써내려 갈것을 약속드리며, 이 글을 통해 베네치아에 머물다가 각자의 자리로 되돌아가게 되는 여행객들에게 그리고 어쩌면 베네치아에 대한 실망감을 가지고 돌아갔을 많은 이들에게 베네치아를 한 번이라도 다시 오고싶게끔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고, 앞으로 베네치아를 방문할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지침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은 패키지여행에서도 일반 여행자들에게 조차도 아직은 가장 짧게 머물다 가는 아쉬운 도시이지만 조금 더 긴 시간 발길을 머물게 하고 싶고, 가장 오랜 잔상을 남기고 싶다.


베네치아 무라노 유리공예 상점
베니스 상점의 첫 번째 프로젝트는 빠른 변화 속에서도 오랜 시간 변하지 않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베네치아 상점들 그리고 나만 알고 있기에는 아까운, 그래서 더 많은 이들에게 공유하고 싶은 공간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내부 공간이든 외부의 공간이든 모두 다룰 예정이다.



베네치아는 이탈리아의 다른 도시들처럼 역사적인 장소나 성당, 미술관도 물론 있지만 꼭 미술 작품이나 역사 이야기뿐만 아니라도 골목골목을 누비는 것만으로도 큰 즐거움을 선사하는 도시이다. 북적이는 관광지에서 진짜 사람 냄새나는 베네치아까지, 일반적인 가이드북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현지에 살고 있지 않으면 절대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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