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살면서 자발적 왕따가 좋은 이유

지금은 내 힘을 키우는 것이 정답

by 이태리부부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맞이하는 두 번째 겨울, 나는 자발적 왕따가 되었다.


왕따라는 단어가 긍정적인 단어는 아니지만, 자발적인 왕따라 하면 제법 그럴싸해 보이지 않나?

내가 살고 있는 이곳 베네치아(Venezia)가 속한 베네토(Veneto) 주에는 등록 통계상 한국 사람이 200명도 살지 않는 곳이다. 이탈리아 자체가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서 한국인 이민자가 많지 않고, 정착이 힘든 나라이기도 하지만 이탈리아의 대도시들 중에서도 베네치아에는 특히나 한인 비율이 낮은 편이다. 200명도 안 되는 이 좁은 사회에 멋도 모르고 내발로 살아보겠다고 뛰어들었다니..


처음에 낯선 도시로 왔을 대부분이 여행업에 종사하는 곳에 후발 주자로 뛰어든 내가 밉보이지 않기 위해서 한인 모임에도 종종 나가고 새로운 사람들을 사귀려고도 많이 노력했지만, 내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인간관계의 끈은 더 이상 주고받을 대가가 없거나 내가 노력하지 않으면 금방 끊어지고, 결국엔 내가 힘이 있고 돈이 있으면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따라온다는 것을 느꼈다.



사람들(특히 한국 사람들)을 거의 만나지 않고, 나 스스로 자발적 왕따가 되고 나니 나를 위해 투자할 시간이나 돈이 훨씬 많이 생겼다.

나는 이탈리아의 중학교 검정고시 학교에 등록했고, 이탈리아 독서 모임에도 나가고, 재봉틀 수업 및 요가 수업도 듣고 있다. 남편은 일이 끝나면 글을 쓰고, 유튜브 동영상 작업을 한다. 우리는 요즘 집에 있을 때도 각자의 방에서 각자의 커리어를 쌓는다. 그렇게 키워나간 우리 유튜브 구독자가 벌써 6,000명이 넘었다. 여러 매체들을 통해서 조금씩 우리가 알려지고 나니 이제는 우리가 노력하지 않아도 알아서 주변 사람들에게서 연락이 온다. 지인들 뿐만이 아니라 베네치아 거리를 걸으면 관광객들도 우리를 알아보기 시작했고, 유튜브를 통해서 여러 가지 기회도 생기고 있다.

왕따가 되고 나서 또 하나 좋은 점은 항상 내 옆에 있는 남편이 너무 고맙고 사랑스럽게 느껴진다는 거다. 나는 왕따인데 내 옆에 또 하나밖에 없는 왕따 내 편이 있으니 괜히 위안이 되고, 더 맛있는 걸 해주고 싶고, 꼭 붙어 있고 싶고, 더 의지 하게 되고 그렇다. 2020년도 왕따끼리 잘해보자고 다짐을 했다.


왕따가 되기로 했다고 해서 완전히 관계를 단절할 필요는 없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만나고, 아니면 그저 정중하게 거절하면 그만이다. 나를 못 만나서 애걸복걸할 사람도 이 세상에는 없고, 언젠간 도움을 받을 일이 생길 때를 대비해서 적당히 관계를 유지하면 된다. 누군가는 내가 너무 이기적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해외에서의 인간관계는 내가 상처 받지 않는 선에서만 해나가면 그만이다.


나는 그저 내 힘을 꾸준히 키우고 영향력을 드러내면서 이 좁은 사회를 지혜롭게 버텨내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