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3월 이탈리아 락다운 이후부터 매일 실시간 스트리밍을 했습니다. 꼼짝없이 집에만 갇혀있게 된 3월 12일부터 자유롭게 외출이 가능해진 5월 18일까지 방송을 할 때마다 구독자가 5명에서 10명씩 빠지기 시작하더니 외출이 허용되고 이탈리아의 현지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급격히 구독자가 늘어 5월 25일 드디어 꿈에 그리던 유튜브 구독자 1만 명을 달성하게 되었습니다.
유튜브 구독자 1만을 넘어서고 나니 실시간 스트리밍에 참여해주시는 인원도 늘어나고 눈덩이 굴리듯 구독자 숫자도 불어나기 시작하더니 새로운 기능 2가지가 추가되었습니다. 스토어와 멤버십이라는 기능인데, 멤버십 기능은 이미 사용을 하고 있었고, 스토어 기능을 활용하여 연예인들만 하는 줄 알았던 굿즈를 제작해보기로 했습니다.
디자인에 디자도 모르는 저희 부부이지만 구글에서 연계된 "Teespring" 이라는 사이트에서 지정된 상품의 도안에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 또는 글씨를 넣으면 굿즈가 완성되고, 주문과 동시에 제작에 들어가 세계 각국으로 배송을 해주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우리가 제작만 해두면 Teespring 사이트와 유튜브 스토어가 연결되어 진열이 되고, 누구든 우리의 굿즈를 구매하면 사이트에서 바로 배송을 해주어 유튜버의 입장에서는 미리 제작을 하여 재고를 떠안지 않아도 되고, 유튜브에서는 스토어 판매 수수료를 받고, 구독자는 내가 좋아하는 인플루언서의 굿즈를 구매하여 응원을 보낼 수 있는 아주 좋은 시스템이었습니다. 내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수입이 되는 일이라면 시도하지 않을 이유가 없잖아요? 아무래도 코로나를 겪으면서 되든 안되든 일단 해보자 하는 막무가내 정신이 깊숙이 자리 잡은 것 같습니다.
사실 만들면서도 이 어설픈 티셔츠가 몇 장이나 팔리겠나 싶어 그저 제작 과정과 온라인 스토어 진열 과정 자체가 새롭고 즐거웠습니다. 그림은 자신이 없으니 디자인은 이태리부부 구독자 애칭을 뜻하는 로마의 문자 S.P.Q.R.로 정했습니다. 왠지 고급 브랜드 네임 같지 않나요? 이 티셔츠를 입고 로마를 방문하신다면 아마 길거리 곳곳에서 S.P.Q.R. 만 보이실지도 몰라요. 저희도 그랬으니까요.
티셔츠는 어설펐지만 완성하고 보니 내가 제일 먼저 입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남편과 함께 입을 티셔츠 2장씩과 머그컵, 에코백을 주문했습니다. 평소에는 노부부처럼 커플 아이템을 장착하는 것이 넘사스러워 절대 하지 않던 우리 부부가 처음으로 가져본 커플 티셔츠가 직접 만든 굿즈가 되었습니다. 생각보다는 많은 분들이 구매를 해주셔서 다행히 그 수익금으로 저희가 저희의 굿즈를 직접 사서 입고 홍보를 하게 되는 선순환의 과정이 되었고, 새로운 시도를 통한 수익 파이프라인의 기회를 만들게 되어서 무척이나 흥분되었습니다. 연예인들만 만드는 줄 알았던 굿즈를 우리도 만들게 될 줄이야. 코로나는 정말 밉지만 그 위기 덕분에 언택트의 시대를 온몸으로 겪으며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요즘은 감사로 가득합니다. 고정적이고 안정적인 수입이 있을 때는 절대로 생각하지 못했을 일이었을 텐데 말이죠. 어쩌면 지금의 시기에 코로나가 찾아와 준것은 여러가지 면에서 참 적절한 타이밍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더 늦었다면 그저 손놓고 이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각국에서 굿즈를 주문해서 받아 입고, 들고 인증샷을 찍어 보내주셨습니다. 주문과 동시에 제작에 들어가다보니 가격이 저렴하지도 배송 기간이 짧지도 않았습니다. 무엇보다도 모두가 힘든 코로나의 상황에서 얼굴한 번 본적도 없는 저희가 제작한 물건을 직접 주문해서 인증샷을 보내주시다니.. 그 크고 작은 마음들이 정말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이 매일의 시간들을 헛되게 보내지 말아야 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여름 내내 우리는 우리가 제작한 S.P.Q.R. 티셔츠를 입고 이탈리아를 누비고, 매일 실시간 스트리밍을 했습니다. 이제 쌀쌀한 겨울이 오고 있는데 겨울용 후드티셔츠를 한 번 만들어야 하나 하며 남편과 눈빛을 주고받고 있네요.
계획하고 상상하면 현실이 되는 온라인의 시대. 앞으로 어떤 흥미진진한 일들이 펼쳐질까요?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도 늘 고민하며 한 걸음씩 나아가는 우리가 참 대견스럽습니다.
굿즈를 만들면서 생각한건데 '이태리부부'라는 브랜드를 지금보다 더 확장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보아야겠습니다. 이탈리아 여행 이탈리아에서의 삶 하면 '이태리부부'를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도록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