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사는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바로 주변 유럽 국가로의 이동이 쉽고 저렴하다는 것인데(베네치아에서 벨기에로 가는 비행기 2만 원에 예매한 적 있음) 이태리부부는 이탈리아에 살면서 왜 이탈리아만 여행 하나요? 이 질문을 정말 많이 받는습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주변 유럽 국가로의 여행을 아주 안 한 것은 아니지만 기회가 있으면 무조건 이탈리아 여행을 1순위로 두고 있기는 합니다. 갔던 장소를 몇 번이고 또 가기도 하고 전혀 듣도 보도 못한 곳을 일부러 정보를 수집해서 찾아가기도 하죠. 그렇게 우리가 지난 5년간 함께 여행한 이탈리아의 크고 작은 도시가 백여 개가 넘는데 그냥 여행만 한 것이 아니라 사진을 찍고 기록으로 남겨둔 덕분에 많은 여행자들이 우리를 통해 이탈리아의 새로운 도시에 대한 매력을 느끼게 되시는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합니다.
우리 부부가 이탈리아만 여행하는 이유는 언어나 시간 그리고 화폐의 변화가 없어 물리적으로 편하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이탈리아만 해도 볼 것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이탈리아는 실제로 각자의 도시국가 체제에서 이탈리아라는 하나의 나라로 통일된 지 불과 한세기 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각 도시가 마치 각자의 나라인 것처럼 다양한 모습과 체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밀라노, 피렌체, 베네치아, 로마만 따로 놓고 본다면 이 도시들이 한 나라에 속해있다고 감히 유추해낼 수 있을까요? 뿐만 아니라 알프스와 지중해를 모두 가진 복받은 나라가 바로 이탈리아이기 때문에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투자 대비 오감만족 여행하는 재미를 쏠쏠히 느낄 수 있다고 장담합니다. 물론 저희가 이탈리아에 콩깍지가 단단히 씐 것 일수도 있습니다. 아니 그럴 가능성이 99.9%입니다.
우리가 여행한 수드 티롤(Sud Tirol) 지역은 지리적으로 이탈리아 북부, 오스트리아와 맞닿아 있으며 1차 세계대전때까지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의 영토였던 이곳은 지금도 독일어와 이탈리아어를 혼용해서 사용하고 있으며 알프스 산맥에 둘러 쌓여있어 전 세계의 스키어, 바이커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곳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너무너무 사랑하는 돌로미티라서 한국분들에게도 많이 알려졌으면 싶어 2017년부터 각종 SNS와 글, 영상을 통해 정말 홍보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스위스보다 물가도 저렴할 뿐만 아니라 스위스보다 더 아름답다기 때문에(물론 내눈엔) 향후 에 돌로미티는 스위스만큼 유명한 관광지로 우뚝 서게 될거라고 믿어의심치 않습니다. 지금 돌로미티를 알게 된 여러분들은 이미 선구자이며 언젠가 실제로 우리의 영상이나 글을 참고하여 돌로미티를 여행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Bressanone
수드 티롤은 행정구역상 이탈리아 영토 내의 트렌티노 알토 아디제(Trentino AltoAdige) 주에 속하지만 독일어 생활권이라 간판도, 기차 안내문도 심지어 몇 년 전부터는 구글 지도에서도 독일어가 우선적으로 표시되고 있는 지역입니다. 버스를 타고 가면 버스 시간표 검색도 안 되는 구간이 많고, 도시 지명도 익숙지 않은 데다가 일일이 대중교통 사이트 SAD에서 버스의 일정과 시간을 모두 확인해야만 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대중교통으로 돌로미티 여행을 계획한 이유는 대중교통으로 가는 방법을 몰라서 돌로미티 여행을 포기하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언젠간 한 번은 (자칭 돌로미티 홍보대사인) 우리가 직접 대중교통으로 다녀와 정보를 정리해야겠다 마음만 먹고 있었는데 때마침 이번 코로나 사태로 시간도 많겠다 남편과 돌로미티 서쪽 지역과 동쪽 지역을 대중교통으로 나눠서 다녀오기로 한 것이었습니다.
우리의 영상이나 정보를 보고 여행하시는 분들이 마음이 가는 쪽 루트를 선택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만 대중교통으로 돌로미티 여행을 계획하신다면 일정을 여유롭게 잡으시는 게 좋겠습니다. 돌로미티 지역이 생각보다는 대중교통 시스템이 잘 되어있기는 하지만 대도시처럼 기차, 버스가 자주 다니지 않는 곳이 많고, 막상 가보면 곳곳에 트래킹 코스도 잘 되어있어서 다음 일정 생각 않고 그저 걷고 싶은 길을 만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 부부는 돌로미티를 만나고서 걷기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습니다. 불과 어제 집으로 왔는데 남편에게 또 걸으러 가야겠다는 말을 벌써 백번이나 한 것 같고, 우리는 다음 주에 또 걸으러 갈 겁니다.
대중교통 여행에서 뜻밖의 묘미는 버스나 기차를 잘못 타는 건데 이번 여행에서 우리는 버스를 잘못탄 덕분(?)에 국경을 넘어 오스트리아의 인스브루크까지 갈 뻔했지만 다행히 국경을 넘기 전에 종점인 브레싸노네(Bressanone)라는 아름다운 마을에 내릴 수 있었습니다. 이곳이 이탈리아가 맞나 싶을 정도로 독일어만 보이고 들리는 깨끗한 분위기의 국경도시. 알고 보니 겨울철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는 곳으로 유명한 마을이라고 하네요. 왜 버스를 잘못 보고 탔냐고 남편을 구박했던 제가 민망할 정도로 단 한 시간 만에 그곳의 분위기에 매료되고 말았습니다. 집에 가기 전에 한 번만 더 길을 잃었으면 좋겠다고 기도까지 했지만 계획대로 여행이 잘 마무리되어 오히려 아쉽게 느껴졌던 여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