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에도 우리의 삶은 지속되어야 합니다.

베네치아 부라노섬(2020년 9월 8일)

by 이태리부부

남편과 오랜만에 베네치아 부라노섬 산책을 다녀왔습니다.

지난 5월 락다운이 해제된 직후에 다녀온 부라노섬은 집집마다 칠해놓은 페인트 색이 다 벗겨지고, 너무 고요한 나머지 사람이 살고 있기는 할까 싶을 정도였는데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오늘의 부라노는 예전처럼 활기를 되찾은 모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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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은 다시 북적이고, 식당들은 야외 테이블에 앉을자리가 없을 정도로 꽉 들어차고, 상점들은 여느 때처럼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여전히 문을 열지 않은 곳도, 새로운 가게가 들어선 곳도 많았지만 주민들은 언제 코로나라는 전 세계를 휩쓴 전염병이 있었냐는 듯 일상으로 돌아간 모습이었습니다. 관광객 때문에 못살겠다던 부라노 주민들도 다시 돌아온 관광객들이 반가운 눈치입니다.


9월의 초입인데도 햇살은 뜨겁지만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기분 좋은 초가을의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낙들은 집집마다 묵은 빨래를 털어 널고, 남편들은 아침부터 스프리츠(Spritz:식전 주)를 마시거나 물고기를 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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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대문 앞에 걸어두며 모두에게 축하를 받고(이탈리아에서는 아기가 태어나면 집 앞에 핑크색 또는 파란색 리본을 달아둡니다.) 누군가는 부고를 전합니다.(부고는 동네마다 게시판 또는 성당에 벽보로 붙어 있습니다.) 또 누군가는 인생의 동반자를 만나 결혼을 합니다. 오늘 부라노섬 초입부터 하얀색 리본이 걸려있기에 누군가 결혼을 하는 건 아닌가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오늘은 부라노섬에서 기념품 가게를 운영하는 Silvia가 Gianluca와 결혼을 하는 날이었습니다. 동네 사람들 뿐만 아니라 관광객들도 모두 알 수 있도록 작은 섬마을 전체를 그들의 결혼 소식으로 도배를 했습니다. 코로나 시대에 탄생하는 한쌍의 부부를 진심으로 축복하며 우리 모두가 그들의 삶에서 가장 행복했을 순간을 함께 나누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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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로나 사태를 겪으며 하루가 다르게 죽어가는 사람들을 뉴스로 보면서 삶을 지속한다는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삶은 지속되어왔고 앞으로도 지속되어야만 합니다. 요즘 저는 기도를 할 때 일상으로 돌아와 삶을 지속할 수 있음에 대한 감사를 먼저 고백합니다. 그다음으로 엄마를 위한 기도와 우리 모두를 위한 기도를 합니다. 스스로가 온전치 못한 존재임을 느낄 때 기도를 하는 것은 큰 위안이 되는 것 같습니다. 믿는 종교가 없다면 무작정 하늘에다 기도를 해 보세요. (저도 아직 종교는 없습니다.) 누군가는 분명 내 기도를 듣고 적절한 시기에 응답해주실지도 모르니까요. 삶을 지속하는데 기도는 분명 큰 버팀목이 된다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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