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아름다운 신혼

이태리부부

by 이태리부부
두 분이 전생에 덕을 많이 쌓으셨나 봅니다.
이토록 아름다운 신혼이라니!


오늘 유튜브에 이런 댓글이 달렸습니다. 이토록 아름다운 신혼 이라니! 두 달 후면 결혼 3주년인 우리 부부를 신혼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정말 이토록 아름다운 신혼을 즐기고 있습니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이탈리아에서 그것도 코로나의 시대에 말입니다.


아기 낳기 전에 열심히 여행을 다녀야 한다는 육아 선배님들의 조언대로 마치 내일이 없을 것처럼 참 부지런히도 여행을 다니고 있네요. 누가 보면 부러운 인생이라 하겠지만 (저도 제 인생이 참 좋지만) 해외에서 우리 두 사람이 누리는 행복의 크기만큼 고단함도 늘 함께 견디고 있니다.



도비아코 유스호스텔

코로나의 시대를 맞이하여 (백수가 된) 남편과 신나게 여행을 다니고 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늘 언제 끝날지 모를 코로나 상황에 대한 불안한 마음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체류며 이탈리아에서의 삶이 남편의 일이 지속되어야만 이어나갈 수 있고, 코로나의 상황으로 경제상황이 어려워진 집주인으로부터 7개월밖에 살아내지 않은 지금의 월셋집을 팔기로 결정했다는 통보도 받았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또 그 힘든 이탈리아에서 월셋집 구하기를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이탈리아에서 살아낸 7년간은 조금 안정적이다 싶으면 나락으로 떨어지고 또 좀 살만하다 싶으면 우리 선에서 해결할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를 위기 상황이 닥치는 일들이 반복되어 왔습니다. 이탈리아에서의 삶은 내가 간절히 부여잡아야만 지속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이 많은 저는 이곳에서 살아낸 시간 동안 나도 모르게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 몸에 배어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늘 쫓겨다니듯 이사를 다닌 탓에 힘든 상황이 생길 때마다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좋은 이웃도 못 만들었고,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동네 친구도 한 명 없는 현실이 가끔은 외롭기도 합니다. 해외에서는 정보가 돈이고 힘인데 도움을 청할 사람이 없다면 우리 스스로가 더 강해져 정보를 얻어내고 의사소통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려 앞만 보고 달려온 시간들이 코로나의 상황과 맞물리면서 조금씩 빛을 발하고 있지만 정말 진심을 다해 우리를 축하해 줄 사람조차 주변에 없다는 사실이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저는 매일 진행하는 실시간 스트리밍이 참 좋았습니다. 오프라인에서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이야기 나눌 수는 없지만 내 모든 것을 공유할 수 있는 친한 친구와 수다 떠는 느낌으로 매일 그 시간을 기다리고 즐겼습니다. 어떤 날은 괜히 눈물이 나기도 하고, 말 한마디에 큰 위안이 되기도 하고, 몰래 고민하던 일이 이야기를 나누며 스스로 해결이 되기도 하고, 그러다 보면 그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혼자 상상도 하게 됩니다. 코로나는 정말 밉지만 그 덕분에 이렇게 좋은 인연들을 맺을 수 있음에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의 삶을 지속할 수 있음에 감사니다.


이토록 아름다운 신혼을 여러분과 함께 나눌 수 있어 행복합니다.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그날까지 앞으로도 많은 참견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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