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기 구겐하임을 만나다.

나는 미술 애호가입니다.

by 이태리부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페기 구겐하임' 그 이름만 들어도 아직도 가슴이 두근두근 뛴다. 처음 그녀의 다큐멘터리를 봤을 때 그녀를 꿈에서 한 번이라도 꼭 만나게 해달라고 기도했음을 고백한다. (믿는 종교는 없지만)


페기 구겐하임은 1898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다. 21살에 타이타닉호의 침몰로 사망한 아버지의 재산을 상속받은 그녀는 예술에 대한 탁월한 안목과 재력을 바탕으로 미술품을 수집하고 예술가들을 후원하기도 하였으며 미술의 중심 무대를 유럽에서 미국으로 옮겨놓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아무도 현대 미술의 진가를 모르던 세계 2차 대전 시절, 유럽에서 헐값에 하루 한 점씩 작품을 사들였다. 그 전쟁통에 자신이 수집한 작품들 뿐만 아니라 여러 나치즘의 작가들을 미국으로 망명하는데 도움을 주었고, 뒷바라지까지 해주었다. 현대미술의 발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이 바로 페기 구겐하임이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그녀는 전설적인 아트 컬렉터 이면서 동시에 20세기 현대 미술사 그 자체이다.


1948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자신의 컬렉션으로 전시회를 열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였으며, 자신이 사랑하는 작품들과 함께 베니스의 대저택에서 30년을 살다가 키우던 개들과 함께 숨을 거두었다. 사망 후 그녀의 소장품들은 뉴욕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에 기증되었으며, 이후 그 저택은 구겐하임 미술관의 베니스 분관으로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 The Peggy Guggenheim Museum'이라는 공식 명칭을 얻어 운영되고 있다.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Peggy Guggenheim Collection)

시간 : 10:00-18:00(매주 화요일 휴관)

주소 : Dorsoduro, 701-704, 30123 Venezia VE


녹음이 우거진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의 입구

한국에서 미술관은 나에게는 익숙지 않은 곳이었다. 그러나 이탈리아에 살면서 자연스럽게 미술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제는 내입으로 '애호가'라고 말해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전문적으로 미술에 대해 배운 적은 없지만 나 스스로 미술을 공부하는 방법은 그저 많이 가보고 느끼는 거다.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도 그랬고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오르세 미술관은 연간 회원권으로 구입해서 그저 매일 출근하듯이 끊임없이 다녔다. 어느 도시를 가든 그 도시의 미술관을 찾는 것은 나에게는 일상이 되었다.


베네치아에서 살면서 좋은 점은 베네치아에 거주지 등록을 하면 베네치아 시에서 운영하는 미술관(MUVE)은 모두 무료로 입장 가능하며, 아카데미아 미술관은 매월 첫째 주 일요일 무료,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은 연간 회원권을 구매하면 베네치아의 대부분의 미술관들을 자유롭게 다니며 그림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은 보유하고 있는 방대한 작품들 때문인지 갈 때마다 그림을 바꿔주고 다양한 미술 프로그램들을 제공해주어 같은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늘 새로운 느낌마저 든다.


그녀가 사랑했던 의자와 쉼터

미술 애호가인 내가 베네치아를 찾는 여행자들에게 꼭 추천해주고싶은 첫번째 장소는 바로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이다. 단 그녀의 다큐멘터리를 꼭 보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그녀가 수집한 수많은 작품 보다도 그녀의 흔적과 스토리가 큰 의미로 다가오는 미술관이기 때문이다. 그녀가 앉았던 의자, 그녀의 발코니, 그녀가 사랑했던 작품, 그녀의 무덤...



마우리치오 난눈찌 (Maurizio Nannucci)







초현실주의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
이브 탕기(Yves Tanguy)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

벨기에의 초 현실주의 화가이다. 장난기 가득하고 기발한 상상이 돋보이는 그의 작품은 보는 이로 하여금 관습적인 사고의 일탈을 유도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일상적인 오브제를 그린 듯하지만, 이런 오브제들이 예기치 않은 배경에 놓였을 때 느껴지는 낯섦과 기묘함이 그의 작품의 특징이다.

르네마그리트(René Magritte) , 공기의 소리(1931)


2018년 12월 벨기에 왕립미술관에서 르네 마그리트 빛의 제국 연작과 함께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보유하고 있는 르네 마그리트의 빛의 제국을 보고 싶었는데 한동안 다른 나라에 전시 출장을 가는 바람에 보지 못했다. 그 한을 풀기 위해 직접 벨기에로 날아가서 만나고 온 "빛의 제국" 연작들.

빛의 제국은 르네 마그리트의 하이라이트 작품이다. 낮의 하늘 아래로 펼쳐지는 밤의 모습. 낮과 밤의 공존을 나타낸다.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


광기로 가득했던 20세기 대표 화가, 스스로를 천재라고 부르다.정신분석학설에 공명, 의식 속의 꿈이나 환상의 세계를 자상하게 표현했다. 스스로 ‘편집광적·비판적 방법’이라 부른 그의 창작수법은 이상하고 비합리적인 환각을 객관적·사실적으로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살바도르 달리 (Salvador Dalí), 무제(1931)



이브 탕기(Yves Tanguy)


그는 무의식의 표현이라는 앙드레 브르통의 예술 이념을 구현하는 작품들을 제작하며, 초현실주의 그룹의 중요한 인물로 부상했다. 그는 항상 자신은 작업을 할 때면 사전에 계획이나 준비를 하는 것을 의도적으로 피하고, 초현실주의의 자동기술법에 의거해 작업을 한다며 공언하고는 했다. 괴기한 꿈속 같은 공간에 정체불명의 사물들이 있는 바다나 달의 풍경은 이성적인 관점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신비로운 매력을 보여준다.


이브탕기(Yves Tanguy)





키네틱 아트 (Kinetic Art)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


미국의 조각가로 움직이는 미술인 '키네틱 아트(Kinetic Art)'의 선구자이다. "몬드리안의 작품을 움직이게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움직이는 조각(mobile)'을 제작하였다.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의 모빌과 그녀



알렉산더 칼더의 작품을 설명하시는 선생님







추상 표현주의
잭슨 폴록(Jackson Pollok)
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
피에트 몬드리안(Piet Mondrian)



잭슨폴록 (Jackson Pollok)


Jackson Pollok(잭슨 폴록)


나는 페기의 안목과 예술을 향한 열정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은데 잭슨 폴록을 발굴한 사람이 바로 페기 구겐하임 그녀이다. 잭슨폴록의 발굴은 괴짜 수집가인 페기 구겐하임의 안목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잭슨 폴록은 우리나라 에서도 그의 흔적이나 명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특히 어린이 미술교실이나 문화센터, 베어브릭이나 명품 패션 브랜드들과의 콜라보로도 잘 알려진 유명한 작가이다. 어릴 때 학교 미술시간이나 미술학원에서 물감 흩뿌리기 수업 한 번쯤 다 해봤을 텐데 그 흩뿌리기 기법(액션 패인팅)의 창시자이자 추상표현주의의 개척자가 바로 잭슨 폴록이다.


그는 페기가 운영하던 미술관에서 허드렛일을 하던 주정뱅이 목수였는데 그의 천재적인 재능을 알아보고 그를 죽을 때까지 후원해주었던 사람이 바로 페기 구겐하임이다. 폴록의 작품을 가장 사랑하기도 했던 사람이며 그녀의 침실 벽지 패인팅을 잭슨 폴록에게 맡기기도 했는데 그 작품은 현존하는 가장 큰 폴록의 작품이기도 하며 페기 덕분에 가난한 예술가였던 잭슨 폴록이 캔버스라는 작은 틀 안에서 벗어나 더 큰 화폭의 그림으로 발전할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 경매장에서 거래되는 잭슨 폴록의 작품은 1000억 원을 호가한다.



잭슨폴록(Jackson Pollock) ,조류의 변형(1946), 연금술(1947)


잭슨 폴록을 눈앞에서 보면서 수업을 듣는 아이들

잭슨 폴록을 눈으로 직접 느끼는 아이들. 이런 모습을 보면 내 아이는 무조건 이탈리아에서 낳아 길러야겠다는 생각이 커진다. 어릴 때부터 이렇게 미술을 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감각을 감히 따라갈 수가 없겠구나 싶다.



바실리 칸딘스키(Vasily Kandinsky)

칸딘스키는 현대 추상회화의 선구자로서 대상의 구체적인 재현에서 이탈, 선명한 색채로써 음악적이고 다이내믹한 추상표현을 이루어냈다. 그는 색채와 선, 면 등 순수한 조형요소만으로도 감동을 줄 수 있으며, 형태와 색채가 사물의 겉모습을 그려내기보다 작가의 감정을 나타내는 표현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시각에서 그는 추상미술이 우리에게 주는 감동을 음악에 비유해 설명했다. “색채는 건반, 눈은 공이, 영혼은 현이 있는 피아노이다. 예술가는 영혼의 울림을 만들어내기 위해 건반 하나하나를 누르는 손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바실리 칸딘스키 [Wassily Kandinsky] (두산백과)


바실리 칸딘스키(Vasily Kandinsky), 붉은 반점의 풍경 n.2(1913)


피에트 몬드리안(Piet Mondrian)


네덜란드 출신의 화가. 칸딘스키와 더불어 추상회화의 선구자로 불린다. 그의 기하학적인 추상은 20세기 미술과 건축, 패션 등 예술계 전반에 새로운 시야를 열어주었는데 특히 우리나라의 가구 디자인에도 영감을 주었다.

피에트 몬드리안 (Piet Mondrian), 구도n.1(1938-39)





팝아트
앤디 워홀(Andy Warhol)

앤디 워홀(Andy Warhol)

대중미술과 순수미술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미술뿐만 아니라 영화, 광고, 디자인 등 시각예술 전반에서 혁명적인 변화를 주도하였다. 살아있는 동안 이미 전설이었으며 현대미술의 대표적인 아이콘으로 통한다.


앤디워홀, 꽃





큐비즘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고 있는 입체파를 대표하는 천재 화가 피카소, 그는 20세기 예술 전반에 혁명을 일으키며 미술사의 흐름을 바꾸어 놓았다.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 흉상의 남자(1939), 해변에서(1937)





페기구겐하임의 발코니


무엇보다도 페기 구겐하임 그녀가 부러운 이유는 바로 베네치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발코니를 가졌기 때문이다. 30년 동안 그녀가 살았던 집이 바로 지금의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인데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들과 이토록 아름다운 발코니를 가졌을 그녀라니!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은 입장료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극성수기만 피하면 이 아름다운 발코니를 온전히 독차지하게 되는 행운을 종종 누리게 되는데, 그곳에서 누렸을 그녀의 삶을 상상해본다.


그녀의 발코니로 나설 때 가장 먼저 보이는 마리노 마리니(Marino Marini)의 작품이 있다.


마리노 마리니(Marino Marini)

마리노 마리니 (Marino Marini), 도시의 천사(1948)

정말 '그'답다. 예술가로서 "그 사람답다."라는 말을 듣는 건 어떤 기분일지 모르겠지만 '말'과 관련된 연작을 (그림이나 조각 작품) 주로 다루는 그의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참 마리노 마리니답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마리노 마리니 박물관이 피렌체에 있고, 2007년에는 덕수궁에서 마리노 마리니의 전시회를 한 적이 있다. 이 사람도 미켈란젤로처럼 그림과 조각 모든 분야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다. 이 작품이 이 공간에 정말 적절히 배치되었다고 생각했다. 처음에 제작될 당시에 소년의 음경 부분을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고 하는데 페기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였다고 한다. 나는 이 장난스러운 작품을 정말 오래도록 들여다보았는데 모든 사람들이 오래도록 그 앞에서 머물도록 하는 작품이 가진 힘이 대단했다.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Amedeo Modigliani)


이탈리아 태생으로 파리에서 활동한 화가이며 조각가이다. 특정한 사조에 참여하지는 않았으나 폴 세잔, 야수파, 입체파, 아프리카 미술 등 다양한 미술 양식에서 영감을 얻었다. 탁월한 데생력을 반영하는 리드미컬하고 힘찬 선의 구성, 미묘한 색조와 중후한 마티에르 등을 특징으로 하며, 긴 목을 가진 단순화된 여성상은 무한한 애수와 관능적인 아름다움을 전달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Amedeo Modigliani] (두산백과)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Amedeo Modigliani), 마린 옷깃의 소녀(1916)



이브 탕기(Yves Tanguy)와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의 귀걸이


이브 탕기와 알렉산더 칼더가 그녀를 위해 제작한 귀걸이다. 독특한 그녀의 취향을 잘 반영하였다.

이브탕기(Yves Tanguy)와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의 귀걸이

장 뒤뷔페(Jean Dubuffet)

프랑스의 소박파 미술가. 그라피티 예술가를 포함한 아웃사이더들의 미술인 '아르 브뤼'에 매료되었다. 장 뒤뷔페의 드로잉은 유치하고 편집적이며, 미완성된 듯이 보여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사회적 체면과 예의 뒤에 숨겨져 있는 것을 폭로하고자 하였다.
[네이버 지식백과] 장 뒤뷔페 [JEAN DUBUFFET] (501 위대한 화가, 2009.08.20)
장 뒤뷔페(Jean Dubuffet)

페긴 베일 구겐하임(Pegeen Vail Guggenheim)


페기 구겐하임의 딸 페긴 베일 구겐하임(Pegeen Vail Guggengeim). 그림에 소질이 있었지만 두 번의 이혼과 우울증에 의한 마약 복용으로 41세에 생을 마감한다. 타이타닉호의 침몰로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사랑하는 딸마저 잃었던 페기 구겐하임. 그런 그녀를 위로해주는 것이 바로 예술 아니었을까 ? 평생 1,000명 이상의 남자를 만났다고 말하며 항상 사랑을 갈구했던 그녀이지만 안타깝게도 진실한 사랑은 받지 못했던것 같다. 사랑이라고 말하던 예술가든을 모두 재력이 있고 유능한 그녀를 이용하려고만 했으니 말이다. 그녀는 변하지 않고 진실하게 자신만을 바라봐주고 사랑해 주던 14마리의 개들과 쓸쓸하게 생을 마감했다.


딸 페긴 베일의 그림을 들고 있는 페기 구겐하임

그녀의 집이기도 했던 오늘날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에는 이름만 들으면 알법한 현대 미술 거장들의 작품이 즐비하다. 그녀가 작품을 수집하던 그때 당시에는 인정받지 못했던 살바도르 달리, 칸딘스키, 르네 마그리트, 막스 에른스트, 이브 탕기, 데키리코 등이 있다. 그녀의 컬렉션은 말할것도 없이 탁월하다. 베네치아를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 하나만 보기 위해 들러도 좋을거라고 감히 확신한다.



베네치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을을 자랑하는 자떼레(Zattere)에서부터 아카데미아 미술관,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에 이르는 길에는 크고 작은 갤러리들이 자리하고 있어 예술의 거리라고도 불린다. 미술관 관람 후 예술로 충만해진 마음은 때마침 마주하는 주홍빛 노을과 함께 더 깊이 물들어 갈것이다.


페기 구겐하임은 그의 전기 작가였던 재클린 웰드와의 마지막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재클린 : 열정적인 삶이었다고 생각 하나요?

페기 : 그럼요, 예술과 사랑이 전부였어요.


다시 봐도 참 그녀 답다.

그녀를 보고, 읽고, 쓰는 이 순간 그녀를 더 사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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