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고 디저트 들어갈 배는 따로 있는 한국인 순례자들을 위하여
생장에서 밥 먹은 뒤 가주어야 할 디저트 맛집들
프랑스는 음식으로도 유명하지만 다양한 빵, 디저트 쪽으로도 세계 최고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탈리아에 살고 있지만 정말 간식 좋아하는 나에게도 아주 확 매력적인 디저트들이 그다지 없단 말이지. 가장 유명한 티라미수는 관광지에나 가야 휴명한 체인점들이 있고 사실상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게 정말 훨씬 맛있다. 그 외에 빵집들도 음… 그다지? 친구들이 이탈리아에서 어떤 디저트를 먹어야 하냐고 물어볼 때마다 진심으로 해 줄 말이 없다. 단지 이탈리아는 지역색이 강해서 그 도시만의 특별한 디저트를 맛보는 건 재밌으니 꼭 시도해 보라고 하는데 시실리의 까놀로, 풀리아의 파스티초또 외에는 딱히 기억게 강하게 남는 매일 먹고 싶어지는 디저트는 없었다. 그래서인지 빵집들과 디저트만 따지면 난 프랑스의 편을 들어주겠어. 개인적인 생각으로 버터를 많이 써서 그런건지 밀가루가 좋아서 그런건지 아니면 물이 달라서 그런건지는 몰라도 프랑스의 빵과 디저트는 정말 전 세계에서도 다른 나라들이 따라잡을 수 없는 압도적인 승리라고 생각하는 사람 여기 한 명. 디저트 맛있는 건 생장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내가 너무 좋아했던 장소 세 군데를 소개하고 싶다. 먹을 때마다 ‘아… 이러니 사람들이 프랑스 프랑스 하는구나…‘ 생각하게 만드는 생장의 후식, 디저트 맛집을 알아보자
3위 : Le Kawa
46 Rue de la Citadelle, 64220 Saint-Jean-Pied-de-Port, 프랑스
운영 시간 : 정오 - 오후 4시 (일요일 휴무, 금/토요일은 저녁시간에도 운영, 저녁 7시부터 9시 반까지)
Le Kawa는 생장 순례자 사무실을 나와 바로 왼쪽을 쳐다보면 있는 작은 레스토랑인데 여기 애플파이가 정말 미치게 맛있다. 내가 먹어본 애플파이 중에 1위. 손에 꼽는다 수준도 아니고 정말 압도적 1위. 이곳도 이전에 소개한 샌드위치 집 L'étape gourmande처럼 식사도 할 수 있는 곳인데 나는 애플파이가 너무 맛있어서 디저트 맛집으로 소개하고 싶다. 물어봤더니 수제로 만든다고 하고, 바스크 케이크도 같이 파는데 바스크 케이크는 전문적으로 파는 집들이 또 있기에 생략, 애플파이를 꼭 드셔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정말 그동안 먹었던 애플파이는 대부분 사각으로 잘게 썰은 애플을 시럽에 졸여 안에 넣어있고 위에 크럼블이 올라간 애플 크럼블 파이 아니면 애플을 얇게 저며 위에 두툼한 파이 위에 올린 스타일이었는데 이건 일단 파이지가 엄청 얇다. 그리고 위에 통으로 졸인 듯한 큰 덩어리의 두툼한 사과가 잔뜩 올라가 있는데 이게 파이지보다 훨씬 두껍고 무거운 게 특징. 근데 밑에 파이 빵도 버터맛 가득한 게 너무 맛있고 사과를 대체 뭐랑 졸였는지 너무 달지도, 시나몬 맛 넘치지도 않은 사과의 맛과 식감을 살린 고급진 맛이라 진심으로 행복한 맛이었다. 애플파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동안 먹은 모든 애플파이 중에 가장 고급진 애플파이가 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딱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가격이 많이 비싸다는 점인데 애플파이도 바스크 케이크도 조각당 7유로(만원)였다. 이곳 프랑스 시골 물가 치고는 비싸도 너무 비싼 정도. 양은 슬라이스가 너무 작지도 않고 나름 큼직하게 주는 편이지만 일단 바스크 케이크는 다른 가게들과 비교해 가격이 기본 두 배에서 많게는 네 배는 되기에 추천하지 않는다. 바스크의 맛도 내가 유명한 집 포함해 총 3군데에서 먹어본 결과 바스크 케이크 전문점 두 군데 중 한 군데에서 사다 파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일 들 정도로 맛이 비슷했다. 나를 믿고 이곳에서 바스크 케이크는 거르고 애플파이만 드셔보시길. 아… 가격만 절반으로 내려주면 매일 먹을 것 같은데 정말 가격이 제일 아쉽다. 가격은 비싸지만 생장에 들릴 때는 잊지 않고 찾아갈 것 같다.
2위 : Artizarra
17 Rue d'Espagne, 64220 Saint-Jean-Pied-de-Port, 프랑스
운영 시간 : 오전 8시 -오후 7시 (휴무 없음, 브레이크 타임 오후 12:30 - 오후 2시)
Artizarra은 내 개념으로는 생장에서 유일하게 카페 느낌이 나는 제대로 된 베이커리라고 생각되는 곳이라 강력 추천한다. 이곳이 바로 바스크 케이크 전문 맛집이다. 내가 봉사활동을 시작한 첫날에 이미 근무를 끝내신 전 팀의 할머니 자원봉사자가 가족들 준다고 이곳에서 바스크 케이크 4 상자를 사가며 내게 추천해 주셔서 알게 된 곳이다. 이곳 매장은 안에 앉을자리도 많고, 밖에도 벤치 느낌으로 여러 사람을 수용할 수 있어 좋다. 일단 안에 크로와상부터 크림 들어간 빵 등 여러 가지 베이커리들이 준비되어 있고, 생장에서 가장 유명한 바스크 케이크를 팔고 있다. 바스크 케이크는 프랑스 바스크 지방의 전통 디저트로, 겉은 버터 풍미가 가득한 쿠키 반죽처럼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크림이나 잼으로 채워져 있는데 가장 흔한 속은 바닐라 크림이나 바스크 특산 검은 체리 잼이다. 여기는 미니 사이즈로 한번 먹을 정도의 사이즈부터 4인, 6인 사이즈와 그보다 더 큰 사이즈의 선물용 등 다양한 크기들 중 고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4명이 먹을 크기의 바스크 케이크 한 판이 6.9유로이니 위에 언급한 Le Kawa에서 한 조각(7유로) 먹을 가격에 4조각을 먹을 수 있다는 이야기. 크림이 들어간 오리지널과 체리맛이 들어간 거 두 종류가 있는데 가격 차이는 없고 둘 다 맛있다. 단단하지 않은 부드러운 식감이라 남녀노소 가벼운 디저트로 먹기 너무 좋다. 여기는 현지인이 정말 자주 방문해 맛이 보장이 되는 곳. Artizarra의 대부분의 빵들이 보이는 것과 맛 둘 다 화려하지 않고 소박한 것 같다. 일단 이곳의 대표 메뉴는 바스크 케이크니 꼭 드셔보시길. 아침에 따뜻한 커피와 함께 간단한 식사하기 좋다.
1위 : Maison Berthold
23 Rue d'Espagne, 64220 Saint-Jean-Pied-de-Port, 프랑스
운영 시간 : 오전 10시 - 오후 1시, 오후 2시 30분 - 오후 7시 (휴무 없음)
Maison Berthold는 까눌레만 전문으로 만드는 가게이다. 한 5년 전 한국에서도 까눌레가 나름 인기였는데 지금은 어떤지 잘 모르겠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까눌레는 남부에서 주로 먹는 디저트로 파리와 같은 북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파리를 그렇게 많이 갔어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겉은 진하게 구워져 캐러멜처럼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고 부드럽게 쫄깃한 식감이 특징이다. 한 입 베어 물면 럼과 바닐라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고 겉바속촉의 질감이 참 매력적이다. 내가 먹어본 까눌레 중에 이렇게 맛이 진하고, 바삭 쫄깃한 건 처음. 작은 주먹만 한 보통 사이즈는 오리지널 맛만 있지만 한입크기의 미니 사이즈로는 10종류가 넘는 다양한 맛들을 팔기에 고르는 재미도 있는 곳이다. 고메(gourmet)의 나라 프랑스 답게 빨간색 이름표의 디저트용 단맛들과 노란색 이름표의 짭짭한 세이보리 까눌레로 맛 특징이 다르게 준비돼있다. 디저트 용이라면 빨간색 이름표를, 간단한 식사 대용이나 간식용이라면 노란색 이름표의 세이보리 맛들을 고르시면 된다. 개인적으로 오리지널은 정말 넘사벽이니 꼭 드시고, 단짠의 조화가 기가 막히게 맛있었던 브리와 무화과 미니를 추천한다. 계절이나 상황에 따라 맛의 종류도 조금씩 바뀐다고 하니 다음에 갈 때는 더 맛있는 걸 팔고 있을지도 몰라 더 기대되는 가게. 까눌레는 프랑스에서도 나름 고급 디저트이니 생장에 있을 때 꼭 드시길 바란다. 특이점으론 이건 산 당일에 먹는 게 좋은 거라 내일 순례길 갈 때 먹어야지 하고 사두기에는 살짝 눅눅해져 제 식감이 안 나기에 그날을 넘기지 않는 걸 권한다. 가격은 오리지널 맛, 사이즈는 2.5유로(4천 원), 미니 사이즈들은 개당 90센트(1400원)다. 미니 사이즈는 한입거리라 간에 기별이 안 갈 것 같은데 밀도가 있는 빵이라 여자 기준 너 다섯 개 먹으면 나름 배부르다. 오리지널 사이즈라면 1개에서 1개 반, 남자라면 2개는 먹어줘야 할 것 같다.
까눌레 자체가 완벽해 아쉬운 점은 단 하나도 없다만 매장에선 테이크 아웃 주문만 되고 커피도 안 팔아 살짝 아쉽다. 간이 테이블이라도 있어서 먹고 갈 수 있으면 참 좋겠는데 말이야. 이유가 미니 까눌레를 먹고 맛있을 때 바로 재주문할 수 있잖아. 나같이 주문해서 밖에 나가서 걸으며 먹다가 너무 맛있어서 다시 돌아오는 사람들이 종종 있지 않을까 싶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카드 사용은 10유로가 넘어야만 가능하기에 그 이하로 구매하는 분들은 꼭 현금을 준비해 가셔야 한다. 나같이 원래도 까눌레 좋아하고 호기심이 많아 이맛 저맛 시도하는 사람이 아니고 혼자 방문하는 경우라면, 10유로 넘기기가 쉽지 않다. 혼자 왔는데 현금이 없어 10유로를 채워야 한다면 오리지널 큰 까눌레(2.5유로/4천 원) 2개에 미니 까눌레 6개를 추천한다. 이 정도 양이면 한끼 식사 대용으로도 충분하다.
꼭 운영 시간은 매장에서 다시 확인하기
나에겐 먹는 즐거움이 여행을 하는 데 있어 차지하는 비율이 참 크기 때문에 진짜 맛있었던 가게가 있으면 언제나 주위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특히나 우리가 프랑스 순례길을 시작하는 생장에서 그 설렘이 얼마나 커… 낯설지만 두근두근한 심장을 달래며 짧은 시간 안에도 뭔가 알찬 걸 하고 싶은데 먹을거리만큼 큰 만족을 받을 수 있는 게 어디 있겠어. 그래서 공유한 나의 맛집 리스트였다.
그런데 말이야… 나름의 구글맵 평점도 비교해 보고 주위에서 들은 정보들을 활용해 그 가게게 딱 가보면 의외로 브레이크 타임이 있거나 운영을 안 하는 날도 참 많단 말이지. 그래서 짧은 시간 안에 이것만 제대로 먹자 해서 달려간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실망하기 일쑤인 게 유럽의 가게들인걸 기억하자. 이곳 생장도 마찬가지인데 인터넷에 버젓이 올려져 있는 영업시간과 실제로 운영하는 영업시간이 다를 때가 종종 있으니 꼭 현지에서 들려 시간을 확인하는 여유를 가지시길 바란다. 구글맵 시간 다 믿지 마세요. 그러다가 못 먹으면 속상하잖아요. 내가 너무 좋아했던 까눌레집도 현재 구글에는 매일 운영에 브레이크 타임 없이 나오는데 오 노… 아니야 아니야. 실제 매장에 가면 브레이크 타임이 있는 시간표가 문 앞에 붙어있다. 그러니 우리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맛집을 즐기기 위해서 이곳 생장에선 조금 더 여유롭고 유동적으로 대하는 자세가 필수라는 걸 모두에게 알려드리고 싶다. 유럽 사람들이 조금 이렇답니다. 친절하지만 운영 시간에 있어서만은 음식을 사는 소비자가 갑이 아니라 음식을 파는 그분들이 갑이에요. 우리 딱 하루 생장에 있는 거 인터넷에 올려진 시간보다 가게가 늦게 열었다, 일찍 문 닫았다, 휴무 아닌 날인데 쉬었다, 브레이크 타임 없는데 오후에 닫혀있었다 이런 불상사에 대해 조금은 해탈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웃어넘겨야 한다. 그래야 내일 당장 출발하는 우리의 순례길 전에 마음 안 상하고 ‘유럽이 대부분 그렇다던데 뭐.‘ 하며 초월한 마음으로 내 일정에 지장을 안 받지. ‘문 닫은 덕분에 다른 곳을 먹을 기회가 생겼네.‘하며 럭키비키의 마음으로 정신승리하는 거 잊지 말자! 앞으로 순례길 걸으며 내 멘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으니까 말이야. 모두들 생장에서 달콤한 디저트로 즐거운 기억을 만들시길 바란다. 순례길 걷는데 조금의 슈가러시도 필요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