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장피에드포르에서 프랑스의 맛을 즐기자
바쁘다 바빠, 생장!
생장피에드포르에는 방문객 대부분은 단순 관광객이 아닌 순례자들로 이루어져 있다. 유럽 근교에서 관광을 오기도 하고, 미국인들같이 순례길을 버스로 다니는 단체 투어 그룹들이 오긴 하지만 발로 걷는 순례자들이 방문객수로 따지면 비교가 안될 정도로 압도적이다. 대부분 오전에 생장에 도착해서 순례자 여권을 받고 하룻밤 뒤 바로 다음 날 새벽에 생장을 떠나는 일정의 순례자들. 이분들이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있는 기회는 아마도 빨리 도착하신 분들 기준으로 넉넉히 잡아도 점심과 저녁이 전부이다. 개인적으로 까르푸에서 신선한 프랑스 식품들로 장 봐서 요리를 해 먹거나 간단하지만 풍성한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는 것을 추천하긴 한다만 조금 더 생장의 음식을 제대로 즐기고 싶으신 분들을 위해 음식점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순례길을 떠나기 전, 프랑스에서의 마지막 날 맛있는 한 끼 제대로 먹고 싶으시다면 프랑스 음식으로 가보자고!
3위 : L'étape gourmande
12 Rue d'Uhart, 64220 Saint-Jean-Pied-de-Port, 프랑스
운영 시간 : 아침 7시 30분 - 오후 5시 30분까지 (수요일 휴무)
이곳은 나에게는 바게트 샌드위치 맛집인데 주위 분들에게 물어보니 오믈렛과 소시지 등 적당한 식사에 맥주 한 잔 하기로도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일단 샌드위치부터 설명하자면 정말 갓 구운 듯한 바삭한 바게트에 신선한 재료들을 가득 넣어주셔서 너무 맛있다. 게다가 젊은 주인 분들이 아주 친절하게 이것저것 더 넣을지 물어봐주셔서 커스텀도 가능하다. 샌드위치 종류도 많고 혹시나 다음날 순례길을 위해 싸간다고 하면 빵전체를 랩으로 한번 더 싸주셔서 보관과 이동이 편하게 해 주시는 섬세함까지 갖춘 곳이다. 나는 메뉴에는 없는 잠봉뵈르를 여러 번 시켜 먹었는데 5유로(8천 원)에 정말 배부른 사이즈의 든든한 샌드위치를 먹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빵맛도 버터맛도 정말 프랑스가 다르긴 다르구나를 느끼게 해 준 곳. 근데 이곳은 샌드위치 맛집도 맛집이다만 든든한 오믈렛으로 아침 식사하기도 좋고, 오후에는 소시지나 다양한 고기들이 들어간 푸짐한 메뉴에 지역 맥주를 먹는 사람들이 늘 북적이는 곳이다. 실내에는 주문을 받는 곳밖에 없고 야외에 준비된 테이블이 4개 정도밖에 안되니 미리 가서 자리 맡아주기 잊지 말기. 오후 5시 반에 문을 닫기 때문에 아침, 브런치, 점심과 이른 저녁을 앞둔 스낵 정도로 이용해야 한다는 점, 저녁 시간대 운영 안 한다는 것도 꼭 알아두자.
2위 : Café de la Paix
4 Pl. Floquet, 64220 Saint-Jean-Pied-de-Port, 프랑스
운영 시간 : 아침 7시 30분 - 저녁 11시 (월요일에는 오후 3시까지 영업, 화요일 휴무)
Café de la Paix는 생장 바스크 음식의 종류도 많은 데다 점심에 다양한 가격대의 코스 메뉴를 제공하는 곳이라 좋았던 곳이다. 음식도 바스크 전통 요리는 물론 기본적인 프랑스 요리를 대부분을 제공하고 부담 없는 가격대에 양도 푸짐하고 맛있다. 웨이터 분들이 친절하셔서 내가 바스크 음식을 먹고 싶다고 추천하니 아주 좋아하시며 자세하게 설명해 주셨다. 나는 바스크 스타일의 돼지갈비 요리를 골랐는데 그동안 먹었던 돼지고기 느낌과는 달라 나름의 재미가 있었던 곳. 현지인들도 많이 오고 관광객들도 많이 오는 가게인데 메뉴에 피자가 있길래 프랑스까지 와서 누가 피자를 먹나 싶었지만 주위에 백인 관광객들이 이곳저곳에서 시켜 드시고 계셔서 조금 놀랐다. 아… 정말 백인들은 경험과 모험보다는 안전빵으로 이탈리아 아닌 곳에서도 피자를 시켜 먹는구나. 여하튼 이곳에서 음식 시키면 평타 이상이다. 함께 식사한 모든 분들이 음식이 참 맛있다고 칭찬하셨다. 바스크 음식이 뭔지 꼭 물어보고 시켜보시길 바란다.
1위 : Café Ttipia
2 Pl. Floquet, 64220 Saint-Jean-Pied-de-Port, 프랑스
운영 시간 : 아침 7시 30분 - 새벽 1시 (수, 목 휴무)
Café Ttipia는 생장에서 딱 한 끼만 먹어야 한다면 고민 없이 고를 레스토랑이다. 여기 음식들은 하나같이 깔끔한데 맛들이 풍부하다고나 할까? 음식들이 감칠맛 나는 게 특징이었다. 이곳 생장에 사는 장베누와가 혼자 식사할 때는 꼭 이곳에 와서 밥 먹는다고 극찬을 한 곳인데 이렇게 현지인에게 검증받은 레스토랑이고 점심이나 저녁에 가면 실내, 실외 정말 사람들이 꽉 차있어서 우리도 예약을 하고 갔다. 추천하고 싶은 음식으로는 오징어가 들어간 샐러드! 나는 해산물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데도 이렇게 맛있는 해산물 샐러드 처음 먹어본 거 아니겠어! 오징어 양도 엄청 난데 너무 부드럽게 잘 익었고 드레싱도 아주 맑고 감칠맛 나는 게 야채와 해산물의 맛을 해치지 않아 너무 좋았다. 내가 한번 언급했었는데 같이 식사했던 프랑스인들도 전날 이 샐러드를 먹고 또 다음날 이 샐러드를 다시 시켰을 정도였다니까. 샐러드가 뭐 배부르겠어 싶지만 애피타이저 섹션이 아닌 당당하게 메인 메뉴에 적힌 식사였고 배부를 정도로 넉넉하니 양걱정 말고 믿고 시키시길 바란다. 다른 날 먹었던 바스크 스타일의 수제 소시지와 바스크 야채볶음이 함께 나온 메뉴도 맛있었는데 나같이 수제 소시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추천. 특히나 저 바스크 야채 소스가 매콤해서 소시지와 너무 잘 어울리니 맥주 한잔과 함께하기 너무 좋은 메뉴이다.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디저트인 크렘뷜레인데 식사 뒤 디저트로 드시는 거 꼭 잊지 마시길 바란다. 크렘뷜레를 좋아하는 간식대장으로서,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기회가 될 때마다 크렘뷜레를 나름 많이 시도해 본 전직 승무원에 쩝쩝 박사로서 이곳 크렘뷜레 정말 기가 막히게 맛있다. 고급스러운 바닐라의 풍미와 달달한 정도가 적당해서 너무 행복하게 식사를 마무리했다.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싶으면 알롱쥬를 달라고 하면 되는데 아… 프랑스에서 크렘뷜레와 알롱쥬 조합이라니 맛의 기쁨에 눈이 감기는 행복감은 보너스입니다. Café Ttipia를 선택해 식사를 하러 오셨다면 세트처럼 식사 후 크렘뷜레에 알롱쥬 꼭 함께 주문하세요.
가는 날이 장날일 수도 있으니 조심하자
이곳 생장의 레스토랑들, 카페들이 좀 웃긴 게 휴무가 굉장히 들쭉날쭉해서 레스토랑 선택 시 구글에서 영업하는 날인지 아닌지를 꼭 확인하고 가야 한다. 내가 위에 언급한 세 곳도 화요일에 쉬는 곳, 수요일에 쉬는 곳, 화요일과 수요일 모두 쉬는 곳 다 다르단 말이지. 이상하게도 유럽에는 굉장히 애매한 날들에 쉬는 곳들이 많다. 이탈리아는 월요일 아니면 일요일에 쉬는 곳이 많은데 이곳 생장은 화요일, 수요일에 쉬는 데가 더 많은 게 신기하다. 우리가 순례길을 위해 생장을 방문할 때 보통 하룻밤만 지내고 출발하기 때문에 순례길 일정이 정해진대로 생장에 도착한 날 열려있는 레스토랑 중에 선택을 해야 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이왕이면 먹고 싶은 곳에서 먹어야 하지 않겠어? 생장에서 시작부터 쾌적하게 원하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도 하고 도시를 조금 더 즐기고 싶다면 큰 그림을 그려 가고 싶은 레스토랑의 휴무도 확인해 생장에 도착하는 날의 일정을 선택하는 것도 하나의 팁이라면 팁일 수 있겠다.
한 가지 주의를 당부하고 싶은 부분은 레스토랑들이 갖는 점심식사와 저녁시간 사이의 브레이크타임을 꼭 확인해 보실 것. 위에 언급한 세 곳의 장소는 현재 구글맵에는 브레이크타임이 따로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유럽 대부분의 레스토랑들이 한국과는 다르게 중간에 브레이크 타임을 갖는 곳이 흔하기 때문에 현지에서 꼭 들려 확인하시길 추천한다. 구글맵만 너무 신뢰하면 안 된다. 유러피안들은 느긋해서 인터넷에 올린 정보 수정을 빨리하는 편이 아니니 항상 현지에서 해당 레스토랑들에 직접 들려 확인하는 게 아까운 시간낭비 없이 식당을 이용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여러 번 언급하지만 프랑스 순례길에서 생장이 유일하게 프랑스에 있을 수 있는 거점이고 당장 내일부터 피레네 산맥 넘어 스페인으로 걸어 들어가게 된다는 거 다들 아시죠? 이 프랑스에 있을 처음이자 마지막 날, 생장에서 프랑스 음식 먹으며 순례길 떠나기 전 기분 좀 내보는 것도 나름의 에너지 충전과 즐거운 부스터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럼 우리 모두 생장에서 Bon appét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