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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기슬 Jan 18. 2020

궁중의 빛깔, 그 주방의 소리를 담다

문화유산 ASMR 보세요 여러분


오늘 '과장법 쾌락주의' 리뷰에서 다룰 콘텐츠는 공공 영역의 콘텐츠입니다. 그것은 바로 '문화유산 ASMR' 이라 불리는 장르인데요, 백문이 불여일견, 다음과 같습니다.


https://youtu.be/JdfnjliIiYw


제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런 아름다운 것을 수 백, 수천 명만 보고 있다니' 하는 것이 안타까워서입니다.


공공에서 만드는 콘텐츠란 안타깝게도 종종, 일반 시청자 입장에서보자면 '그럴싸한 예산 낭비'인 경우들이 있습니다. 제가 함부로 평가할만한 일을 아닙니다만 이를테면 2016년 '아라리요 평창' 뮤비 같은 것은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2억 넘는 예산을 들여 제작했으나 퀄리티와 스타일 문제로 네티즌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었죠. 문체부는 공식 영상이 아니라고 굳이 해명하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하지만 영상 제작자, 그런 영상 제작을 발주하는 주무관, 결재하는 사무관, 그 밖에 그에 관계된 책임자들의 입장을 변호해보자면, 사실 공공 행정이란 원칙과 법리에 따르다보면 모든 것이 상업 논리에 따른 결과물 만큼 나오기 힘든 부분이 큽니다. 


특히 영상의 품질이나 그 확산 효과는, 심지어 상업 목적으로 초고수들이 모여 제작한다고 한들, 결과물의 성과를 항상 담보할 수 없습니다. 수백억을 들인 영화도 최고의 배우와 팀이 만난다고 한들, 흥행에 실패하기도 하니까요. 그러니 공공 영역에서 만든 콘텐츠가 좀 눈에 차지 않는다고 해서 함부로 예산 낭비니 세금 낭비니 이런 말을 할 수도 없습니다.



또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디선가 누군가 저 구석에서 혼자 자라나서 걸작을 만들어내는 저력이 있는 것이 바로 조선반도라는 생각도 듭니다.


늘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신의 철학과 고집으로, 그리고 단지 그것이 옳은 일이라 생각하여 최선을 다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에, 가끔 무척이나 아름다운 결과물들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문화유산 ASMR' 같은 것이죠. 그 중에서도 제가 특히 추천하는 것은 '궁중 병과' 시리즈입니다. 바로 며칠 전의 업데이트로 봄, 여름(오감가득 편), 가을, 겨울이 모두 완성되었습니다.



일단 화질이 아주아주 좋습니다. 이 영상은 촬영과 녹음을 프로 중에 프로가 했구나 하는 것이 느껴집니다.


게다가 저 화면의 배치에서 눈에 보이다시피, 영상의 구도와 편집을 잘 알고 있으면서 사물의 배치와 디자인에 감각까지 뛰어난 어떤 디테일 변태 연출자께서 이 영상을 만들었다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습니다. 봄은 등장하는 병과는 화전 자체가 꽃이지만, 여름, 가을, 겨울 모두 계절의 꽃이나 나무로 장식하고, 그릇이나 받침에서도 계절감을 표현하고 있지요.


영상을 실제로 감상해보시면, 클로즈업, 타임랩스, 다양한 카메라 구도 등등 제가 영상 문법에 대한 식견이 약해서 그렇지, '와 이건 정말 미감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 온갖 수를 다 썼구나' 하는 것이 느껴집니다.


궁중 요리에는 더욱 식견이 없지만 고증 역시 부족하지 않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저는 원래 공예에 관심이 있어서 알게 되었는데요, 마침 최근에 일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일이 좀 있어서, 멍하니 명상하는 기분으로 '문화유산 ASMR' 영상을 보며 힐링을 얻었습니다.


 느림의 미학, 음식의 정성, 재료의 고유성, 조선의 맛이 지닌 빛깔, 소리, 모두가 생생합니다. 물론 ASMR이라는  그대로  자근자근한 소리를 구체적이고 선명하게 담아내는 일도 놓치지 않습니다.


이런 콘텐츠는 많이 보고 널리 알려줘야 합니다. 더 많은 아름다운 문화유산 ASMR 시리즈가 등장하길 응원하고 또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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