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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기슬 Apr 26. 2020

알고리즘 시대의 새로운 습관, '추천 프로필' 관리하기


머신러닝 기술과 추천 알고리즘의 발달은 우리 생활을 많이 바꿔 놓았습니다. 

가장 흥미로운 변화는 몇년 사이에 사람들이 '알고리즘'이라는 단어를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게 된 점인 것 같아요. 알고리즘은 특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리적 순서도, 방법, 절차 등을 칭하는 말입니다. 주로 컴퓨터로 구현된 자동화 문제 해결에 쓰이는 말이지요. 



알고리즘은 원래 이런 것이죠, 연산 체계를 규칙으로 만든 것


하지만 이제 사용자들은, 유튜브나 넷플릭스 같은 컨텐츠 플랫폼에서 '알고리즘'이 우리에게 무언가 추천해준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농담처럼 '알고리즘이 컴퓨터를 못 끄게 만들었다'고 말하기도 하고, 종종 취향에 맞지 않고 마음에 들지 않은 컨텐츠가 추천으로 뜨면 '감히 나에게 이런 것을 추천해주다니!' 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유튜브에서 조회수가 많은 특정 동영상의 댓글을 보면, "알고리즘이 나를 여기로 데려왔어." "이 영상을 보는 사람 중에 검색해서 들어온 사람은 없을걸" 이런 댓글이 달리기도 합니다. 


제가 오며가며 캡쳐한 댓글들입니다. 이것만 보고 어떤 영상의 댓글들인지 각각 맞추신다면 당신은 진정한 유튜브 폐인



저만해도 최근에 친구가 무언가 질문을 해서 "구글에 OOO을 검색해봐, 그러면 그 다음부터는 알고리즘이 너에게 비슷한 서비스를 계속 광고해줄거야." 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정말로 그 친구는 결국 원하는 것들을 찾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2020년 현재 이렇게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접하는 정보들이, 특정 알고리즘의 선별과 추천을 거친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 더불어, 자신이 이미 클릭한 것들, 보았던 것들에 대한 정보를 토대로 알고리즘이 무언가 추천해준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알고리즘 시대를 능동적으로 살아가기


오늘은 여기에 쓰이는 알고리즘별 차별점이나 기술에 대한 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알고리즘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과 대응에 대해 얘기를 해보려 합니다. 이제 사람들은 무의식 중에 이것저것 누르면 추천 결과가 이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아무거나 누르기를 조심하기도 합니다. 또한 이전과 달리 본인의 유튜브 '홈'을 상당히 사적인Private 화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화면을 보면 그 삶의 취향이나 그 사람이 최근에 봤던 영상들을 유추할 수 있기 때문이죠. 


어쩌면 이렇게 '추천 결과'를 관리하는 것은, 알고리즘 시대에 그리고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가 능동적으로 지녀야할 습관일 수도 있습니다. 결국 추천 결과를 관리한다는 것은 곧 '추천 프로필'을 관리하는 일과 같습니다. 알고리즘에게 내가 누군지 알려주는 일이죠. 알고리즘이 더 좋은 결과를 추천할 수 있도록, 우리가 능동적으로 '좋아요'를 누르거나, 혹은 (가능한 경우)직접 프로필을 수정하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구글에서는 광고 설정에서 '개인 최적화'를 관리할 수 있습니다. 구글 로그인이나 크롬 브라우저 로그인을 한 상태에서 아래 링크를 누르고 들어가면 여러분의 최적화 프로파일이 보일 것입니다.  

https://adssettings.google.com/

이것은 구글이 파악한 저의 추천 프로필입니다 :)


위와 같은 프로파일에는 제가 입력한 적은 없지만, 제가 검색했던 단어나 제가 방문했던 사이트로 추론된 관심사 목록이 있습니다. 저는 구글의 추측이 기가 막히게 맞춘 부분도 있지만, 전혀 다르게 틀린 부분도 있더군요. 취미 분야나, 대학원 이상의 학위를 갖고 있다는 것, 관심있는 영화 장르까지 거의 맞추었지만, 잘못 알아차린 부분도 있는 것 같네요. 


'추천 프로필을 관리한다'는 것은 자신의 취향이나 선호를 설문 응답식으로 먼저 대답하는 것과 다릅니다. 알고리즘이 이미 어느 정도 나를 파악한 상태에서 프로필을 수정하는 것과, 내가 나의 선호를 먼저 입력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죠. 


왜냐하면 사람들은 자신들의 행동을 돌이켜보지 않을 때에, 자신이 정말로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질문으로 물어보면 '내가 추구하는 나'에 따라 대답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맞춤형 혹은 개인화 서비스를 지향하는 많은 서비스들이 초반에 설문이나 선택지를 통해 묻는 경우가 많은데, 개발자나 분석가 입장에서는 그런 데이터를 갖고서 실제로 사람들이 지닌 '행위하는 나'와 '내가 추구하는 나' 사이의 거리를 구분해내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결국 우리에게 주어지는 추천 정보들이 '행위하는 나' 중심이라고 해도, 종종 능동적 행동을 하는 것은 우리 자신에게도 필요합니다. 제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도, 최근(2020년 들어) 슬슬 사람들이 그런 '가두리' 방식의 추천 알고리즘이나, 자신이 말초적 자극에 의해 콘텐츠 소비에 이끌리는 것에 염증을 느끼는 모습이 관찰되었기 때문입니다.


테이프 클리닝 영상입니다. 이게 무엇인지 아신다면 세대 인증이겠죠?!


농담 삼아서 사람들은 추천 영상이 이상하다 싶으면 테이프 클리닝 영상을 돌린다고 합니다. 

혹시라도 잘 모르는 어린 세대 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이 '클리너'라는 것은 VCR 비디오 시절에 마그네틱 테이프 인식 장치를 위해 존재하던 것이라서, 알고리즘의 클리닝과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만, 밈으로 쓰이는 것이지요. 


결국 관리가 필요한 이유는, 우리가 알고리즘의 판단 혹은 제안에 종속되지 않고, 우리 스스로 능동적인 미디어 사용 시간을 얻어나가기 위함입니다. '행위하는 나' 역시 진짜 나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니까요. 그리고 정말로 우리가 더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본능적인 나'와 '숙고하는 나' 모두로 행복하게 살아가기


대니얼 카네만의 명저 Think slow and fast(국내 출판명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는 우리의 뇌 안에 시스템1과 시스템2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시스템1은 즉각적이며 감각적으로 반응하는 시스템이고, 시스템 2는 숙고하고 노력하고 판단하는 시스템이죠. 이 이론대로라면 우리가 접하는 많은 추천 콘텐츠는 특히 시스템1을 겨냥하여, 당장 클릭하고, 시간을 소비하도록 만들어졌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출처: https://www.rogerleishman.com/2017/12/thing1.html


하지만 우리가 시스템1대로 살아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다시금 이것이 우리의 전부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본능적으로 재미있어 보이는 것을 클릭하는 나'를 억지로 거부할 필요도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조절하고 통제하면서 즐겁게 살아가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미디어 사용자로서 자신에게 추천되는 것들을 인지하고 그에 대응할 필요도 있는 것입니다.


제가 실천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의 추천 탭에 보이는 영상이나 사진을 눌러, 수시로 '관심 없음'을 표시하는 방법입니다. 저도 모르게 유머나 가십 위주의 추천 컨텐츠들을 보게 된다고 느낀다면, 종종 일부러 '이 종류의 콘텐츠에 관심 없음' 옵션을 눌러서 지우곤 합니다. 




앞으로 기업 입장에서는 고객의 추천 프로필 관리를 위해 사용자와 직간접으로 소통하는 방법이 해당 서비스의 생명력과 상관 관계가 있으리라 조심스레 예측해봅니다. 사용자를 콘텐츠 소비나 물건 구매에 가둬두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 그 자체로 나쁘진 않지만, 사용자들이 염증같은 부정적 감정을 느껴서 아예 이탈해버리거나, 혹은 서비스에 대한 안 좋은 평을 양산하면 기업 입장에서도 좋은 것이 아니니까요. 


그리고 더 좋은 '추천'을 위해서라도, 사용자의 무의식적 행위 기반의 클러스터링(유사한 것에 관심이 있는 사용자들을 묶는 것)과 사용자의 의식적 질의응답의 조합이 더 유리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위에 썼듯이 '행위하는 나'만이 진짜인 것이 아니고 '내가 추구하는 나' 역시 상당히 진짜 나의 일부분이니까요. 기존의 소비 심리 이론들을 봐도, 콘텐츠 소비 외에 물건 구매 같은 경우는, '내가 추구하는 나'를 판단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죠. 


추천 알고리즘은 우리들에게 더 많은 편의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뉴스 소비에서 사람들을 더욱 양극화시킨다거나 하는 등의 다양한 부작용도 갖고 있습니다. 또한 사람들이 단 하나의 통일된 자아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면모를 갖고 있는 만큼, 추천 알고리즘 역시 장기적으로는 사람들의 그런 다양한 면모에 대응하도록 발전할 필요가 있겠죠. 인간 이해 바탕의 기술 적용은, 추천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에도 중요한 것입니다.




다양한 성격의 알고리즘 중에 선택하게 될 미래?! 


영화 어벤저스에서, 토니 스타크가 여러 인공지능 에이전트 중에서 FRIDAY를 선택하는 장면입니다. 


좀 더 먼 미래를 그려보자면, 우리는 다양하게 인격화된 추천 알고리즘 에이전트를 그때그때 '선택하여' 이용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아이언맨에게는 자비스도 있었지만 프라이데이(FRIDAY)도 있는 것처럼요. 혹은 인공지능과 더 직접 많이 대화하며 자신의 취향에 대해 얘기할 수도 있겠죠.


그렇게 생각해보면 제가 설명한 '추천 프로필 관리'는 우리 모두가 당장 경험할 수 있는, 인공지능과의 소통 방법의 하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이 모든 일이, 이제 사람들이 일방적으로 공중파에 방송되는 콘텐츠만 보고 광고 물건을 소비하는 시대가 점차 끝나가면서, 우리가 겪게 될 일입니다.


이미 우리는 알고리즘의 추천에 깊이 종속되어있고, IT 세상은 앞으로 더욱 그런 방향으로 흐를 것 같습니다. 이런 지능화의 활용에 무작정 반대하는 것도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지만, 시스템이 푸쉬해주는 것에 일방적으로 모든 것을 맡길 수도 없습니다. 적절한 소통과 상호작용에 대해 개발자와 사용자 모두 고민하는 것은, 더 빠른 지능화와 더 나은 미디어 문화 정착 모두에 중요한 일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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