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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기슬 Jul 16. 2020

2020, 코로나 시대의 소비 시간표


꼭 1년 전 즈음에 제가 이런 글을 썼습니다. 2019년 7월이네요, 

'쿠팡이 이겨가고 있는 것 같다' 고 쓰고 그 이유로 두 가지를 들었습니다, 첫 째는 배송 시간의 '확실성' 확보, 둘 째는 '하루 24시간 루틴 중 일부에 확실히 침투했다'는 것이었죠. 


https://brunch.co.kr/@itandesire/25


그로부터 1년 지난 지금, 쿠팡은 원래에도 거래액이 늘고 있었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대형마트 방문 감소 덕에, 상당히 많은 부분의 소비 유통 시장을 장악했습니다, 


처음 쿠팡에 대해 글을 쓰던 당시에도 '이용자들의 쿠팡앱 총 체류 시간', '필요를 느낀 후에 상품을 얻게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정 전 주문할 경우 다음날 도착 확정이라는 배송 서비스를 통해, 밤 10~12시 쇼핑 루틴에 포함된 것', 이렇게 소비 UX에서 시간의 중요성에 대해 얘기를 했었는데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등장 이후 더욱 더 중요해진 '시간'의 의미에 대해 오늘은 좀 더 얘기를 해보려 합니다.



소비 시간표의 변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온라인 등교'라는 개념을 만들었고, 재택 근무를 보급했으며, 사람이 모여야만 했던 모든 행사를 줄엿습니다. 이런 것들이 1차적인 효과라고 하면 그 다음으로 따라오는 2차적, 3차적 효과 중 하나가, 사람들의 '소비 시간표'를 바꾼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명확히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은 아닐 수도 있지만, 인과를 떠나 '결과'인 것은 분명한 몇 가지 현상들이 있습니다.


의미의 층위와 계통에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변화에 대응하고 미래를 준비하시는 분들을 위해 '소비 시간표'에 제 관점을 다음과 같이 몇 가지 공유하고자 합니다. 

1) 출퇴근 감소가 가져 올 콘텐츠 소비의 변화 

2) '아침'이 있는 삶의 효과

3) '혼자있는 시간'의 역설과 새로운 시장 



첫째, 재택 근무가 늘어나며 출퇴근 시간이 감소했습니다. 이는 콘텐츠 소비 영역에서는 상당히 직접적 변화로 다가올 것입니다. 


재택근무는 아니라도 대중 교통이 붐비는 시간을 피해 출퇴근 유연화하는 곳이 늘어났다고 합니다. 출퇴근 시간은 혼자 있는 소위 '스낵 콘텐츠'에게 아주 중요한 시간대입니다. 여기서 스낵 콘텐츠는 기존에 있는 '스낵 컬쳐'의 하위 개념으로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짧고 굵게, 언제든 편하게 접속해서 소비할 수 있는 그런 콘텐츠죠. 블록버스터 영화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에 비하면 아주아주 작은 것처럼 보이지만, 그 스낵 콘텐츠 니즈 안에서 연예 뉴스와 같은 가십에서부터, 게임, 웹툰, 웹소설 등 굉장히 큰 소비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2010년대 초에 모바일 게임이나 앱 기획에서, 행동의 단위를 '지하철 두 정거장 거리'로 끊어야 한다거나, 그렇게 짧고 반복되는 UX 기획 방법론이 유행이던 때도 있었습니다. 대중 교통을 통한 출퇴근 시간은 비즈니스에서 중요한 시간입니다. 짧지만, 강제되어있고, 반복되는 시간이죠. 


전국민 모바일 게임 시대를 열었던 애니팡!


실제로 주중 재택 근무를 도입하는 곳은 10~20%의 회사에 불과하다고 해도, 서울시 경제활동 인구를 대략 총 500만명이라고 했을 때에 50만명의 출퇴근 감소인 것입니다. 그러니까 어떤 앱 서비스 시장에서는 매일 50만명 곱하기 10분치의 활성 이용 시간 감소가 일어날 수도 있는 거죠. 작은 충격은 아닐겁니다. 


출퇴근이 감소했다고 해서 모든 스낵 콘텐츠의 위기는 아닐겁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이후 모바일 게임 매출은 오히려 증대되었다는 뉴스도 있습니다. 시간의 의미에서 보자면, '짧게 볼 때에만 쓸모 있었던 스낵 콘텐츠'와 '끊어서 볼 수 있지만 정주행할 수도 있는 콘텐츠'의 명암이 갈리게 되리라 봅니다. 게임은 짧게 할 수도 있지만 길게도 할 수 있는 콘텐츠이기 때문에 큰 기회를 잡았다고 봅니다. 수많은 웹툰 혹은 웹소설의 영역 역시, '끊어서 볼 수 있지만 정주행할 수도 있는 콘텐츠'입니다.


2020년 인스타그램에도 범람하는 '유머' 게시물, 여전히 '트래픽'이 되는 영역입니다.


반면 '짧게 볼 때에만 쓸모 있었던' 스낵 콘텐츠는 몇몇 유머 컨텐츠나, 연예 뉴스, 그런 것을 재가공한 커뮤니티 가십 같은 것입니다. 한 때에 국내 페이스북 이용자 수의 성장을 이끌었고,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시작했던 '피키캐스트' 같은 서비스들이 이런 니즈를 딛고 한 때에 반짝했었기 때문에, 작게 볼 수는 없는 시작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출퇴근 감소로부터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되겠죠. 


조금 추상적인 얘기처럼 들리실 수도 있겠지만, 재택 증가와 출퇴근 감소가 의미하는 것은 '분절 되어서 여러 번 쓰던' 시간을 줄어들고, '연속해서 쓰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입니다. 이 경우 연예 뉴스나 유머 위주 콘텐츠의 수요는 줄어들지만, 정주행할 수도 있는 웹툰, 웹소설, 시리즈 영상의 경우는 수요가 늘어나리라 조심스레 집작해볼 수 있습니다. 


꼭 콘텐츠 사업 영역이 아니더라도, 독자님들이 종사하는 업종 혹은 회사는 어떤 영역의 시간에 영향 받을지 생각해보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언제 어떤 채널로 광고나 판촉이 일어나고 있었는지 점검해보시는 것도 중요할 듯하고요. 




두 번째는 '아침이 있는 삶'의 확산입니다.


출퇴근이 없어지거나 유연 근무가 확대된다는 것은, 아침 혹은 저녁 시간대에 사람들로 하여금 새로운 독립적 활동을 가능하게 합니다. 한 때 어떤 서울시장 후보의 슬로건이었던 '저녁이 있는 삶'도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많았지만, '아침이 있는 삶'은 특히나 밀레니얼 세대에게 중요한 이슈인 듯합니다.


밀레니얼 세대는 무언가 삶의 규칙을 만들고, 반복되는 자기들만의 시간표를 살아가며 몸을 가꾸고 지식을 익히는 세대, 그렇게 자기 계발에 그 어떤 세대보다 열심히 임하는 이들입니다. 이들에게 아침 시간의 재발견은 그 부모세대가 강조하던 '아침형 인간'의 논조와는 조금 다른 듯합니다.


2000년초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책..!


기성 세대가 '아침형 인간'에 대한 논설을 늘어놓을 때에, 그 대전제에는 '사회에서 앞서 나가며 성공했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온갖 회장님, 사장님, 부장님들의 성공담 속에 한 번쯤은 '제일 먼저 출근해서 사무실 청소하고...' 갖은 레파토리를 들어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이 때의 '아침형 인간'은 근면함과 성실함,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회와 조직에서 앞서 나가는 사람들의 가치관을 담은 명제였습니다.


하지만 밀레니얼의 '아침이 있는 삶'은 조금 다릅니다. 젊은 밀레니얼들은 자신을 가꾸고, 위로하고, 가다듬은 '명상'과 '요가' 같은 활동으로 아침 시간을 채우고 있습니다. 아침 시간을 들여 식사를 준비하고 요리를 하는 것은, 든든하게 먹고 하루 업무를 열심히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자신의 건강을 챙기고 소소한 행복을 찾는 의례ritual입니다. 즉, 조직에 헌신하고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남들보다 긴 하루를 살고자 했던 동기부여와는 전혀 다른 것이지요.


아침요가..! 

'아침'에 더 생각나고 온라인으로 구매하게 되는 물건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사용자와 시간대에 맞춘 광고와 프로모션을 하는 유통 채널에게는 더욱 기회가 되는 '소비 시간표'일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아침 시간의 확산, 여기에는 앞서 말씀드린 명상이나 요가뿐 아니라, 자기계발이며 반복될 수 있는 모든 서비스와 비즈니스들의 기회가 있을 것 같습니다.




세 번째로 하려는 얘기는 '혼자 있는 시간'의 역설입니다. 


왜 '역설'이라고 하냐면 출퇴근이 없어지거나 회사에 머무르는 시간이 줄어들면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날 것 같지만, '혼자 있는 시간이' 줄어들어버린 사람도 많아진 것이지요. 


자취하는 젊은 세대의 문제라기보다는, 함께 살아가는 가족이 있는 젊은이들, 혹은 배우자가 있는 부부나, 자녀가 있는 부모들에 해당하는 얘기입니다. 앞선 '아침이 있는 삶'이 좀 더 1인가구의 이야기라면, 이것은 다인가구의 이야기입니다.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 이후 직장들이 재택 근무를 도입하는 동시에, 아이들은 온라인 등교를 하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남성에 비해 여성들에게 더 큰 육아 부담이 몰리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이는 정부의 긴급 돌봄 신청 건수 등의 데이터과 그에 관련된 여론을 통해 확인되기도 합니다. 


워킹맘에게 어쩌면 회사에 늦게 남아있는 시간은, 종종 업무와 자기 계발에 동시에 신경을 쓸 수 있는 '혼자 있는 시간'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그나마 이들은 자기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잃어버린 것이지요. 물론 이것은 엄마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수많은 아빠들 역시, 때로는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조금 늦게 퇴근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일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혼자있는 시간'의 역설 역시 '출퇴근 감소'와도 상관이 있습니다. 자가 운전으로 출퇴근 하는 와중에 듣는 라디오나 음악, 혹은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며 보는 책이나 영상 역시, 한 편으로는 '혼자 있는 시간'의 영역이었습니다. 지루하거나 의무적으로 소비하고 있던 시간이, 돌이켜보니 소중한 '혼자만의 시간'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분들도 제법 있으실 것입니다.


소수의 사례이긴 하겠지만, 제 주변 지인 중에는 금융권 종사자인데, 회사에서 필요한 시험 공부 준비를 하기 위해 일부러 평일에 휴가를 내고 집과 먼 곳의 독서실 종일권을 끊고 들어가서 내내 공부하고 왔다는 얘기를 하는 분도 있더군요. 


호캉스는 놀러가는 것이라 하지만, 저도 어디 조용한 데에서 책 읽고 글만 쓰다 오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저도 비슷한 생각이지만... '혼자 있는 시간'을 위해서 호캉스를 가겠다는 분들도 있습니다. 자 이렇게 모두에게 더 많은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해지거나, 독립된 공간, 간섭받지 않는 시간, 이 필요한 때에 더 필요한 서비스와 UX는 어떤 것일까요? 


이렇게 '혼자 있는 시간'이 줄어든 만큼, 이러한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소비가 또 일어날 수도 있고, 새롭게 만들어지는 형태의 '혼자 있는 시간'에 침투할 수 있는 소비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문제제기만 던지고 상상과 해법은 여러분께 맡깁니다. 



중요한 것은 계속 고민하고 관찰하는 일이겠지요


이렇게 변하는 '시간'의 의미에 대한 화두를 몇 가지 이야기와 엮어서 제 관점을 얘기해보았는데요, 많은 분들이 어렴풋이 생각하고 이미 느끼고 있는 부분이겠지만, B2C 업종에 종사하시는 모든 분들은 자기의 업에 관련하여 한 번쯤 더 깊게 토의하고 고민해볼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글은 바이브컴퍼니 '생활변화관측소'와 함께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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