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를 탔다가 이제 내리려는 참이었다. 아직 신호를 하나를 더 건너야 되는데 기사님이 물었다. '카드요?' 하면서 미터기를 끄더니 카드를 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200원 깎아줄게', 다음 신호에 건널 때까지 기다리면 미터기가 200원 더 올라가는데, 미리 결제를 해서 200원 깎아준다는 얘기였다.
나는 '감사합니다, 좋은 일 많이 생기실 거예요' 라고 인사를 했다.
기사님은 웃으면서 '좋은 일은 지금도 많아'라고 하시고는 '나는 먹고 살만 하니까' 라고 덧붙였다.
노인이나 장애인이 타면 아예 안 받고 내려주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자기는 고속버스를 35년 하고 정년 퇴직 했고, 자식도 다 키워 뒀다고 했다. 나는 특별히 더 고맙다는 마음을 표현할 방법이 없어서, 감사하다는 인사만 하고 내렸다. 하지만 아마도 200원만큼보다는 무언가를 더 받은 것 같다. 베푸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른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 말이 조금 머릿 속을 따라다녔다.
좋은 일은 지금도 많아, 난 먹고 살만 하니까,
2017년 6월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