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와 별종의 시대

by 아인도

“We are Outcast strong!”


넷플릭스 시리즈 <웬즈데이>에서 네버모어의 교장 배리 도트는 별종들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선언한다. 마녀, 늑대인간, 사이렌, 고르곤, 좀비, 크리처 등으로 상징되는 평범하지 않은 존재들은 오랫동안 차별과 무시의 대상이었다. 생김새가 다르거나 성격이 괴팍하다는 이유로, 혹은 보편적 사고의 흐름에서 벗어난다는 이유로 사람들의 기피와 혐오 속에 숨어 지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넷플릭스 영어 작품 역대 1위, 글로벌 92개국 1위라는 흥행 성적이 증명하듯, 네버모어의 별종들은 새로운 문화의 주류로 당당히 부상했다. 그들은 더 이상 세상의 차가운 시선을 피해 어둠 속에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스트리밍 플랫폼과 SNS를 발판 삼아 세계적 신드롬을 일으키며 부와 인기를 거머쥐고 있다.



광고 비즈니스 모델


별종이 주목받게 된 배경에는 플랫폼 경제의 부상이 있다. 무료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며 성장한 구글은 수익화를 위해 광고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했다. 사용자에게 직접 요금을 부과하면 이탈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서비스는 무료로 유지하면서 광고주로부터 돈을 받는 방식이다. 이후 유튜브와 틱톡을 비롯한 대부분의 B2C 플랫폼이 같은 모델을 채택하며 방대한 사용자 기반과 안정적 수익 구조를 동시에 확보했다.


광고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무엇보다 사용자의 시선을 확 사로잡을 파급력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 조나 버거는 <컨테이저스>에서 파급력 있는 콘텐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파급력이 강한 콘텐츠는 대개 감성을 강하게 자극한다. 아이폰을 믹서에 넣고 가는 행동은 누가 봐도 화들짝 놀랄 만하다. 세금 인상 가능성은 생각만 해도 짜증이 난다. 이처럼 감성을 자극하는 요소는 공유될 가능성이 크다.


별종은 이런 감정 자극에 최적화된 존재다. 보는 순간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며 호기심과 흥미를 주기도, 불편함과 거부감을 안기기도 한다. 반듯하고 점잖은 인물이 등장하는 콘텐츠는 편안하지만 뻔하고 지루하다. 반대로 독특한 개성과 행동을 지닌 인물이 화면에 나타나면 잠시 스크롤을 멈추고 집중해서 영상을 보게 된다.


넷플릭스 예능 <더 인플루언서>는 이러한 현실을 직설적으로 묘사한다. 유명 유튜버와 틱톡커 77명이 3억 원의 상금을 두고 경쟁하는 이 프로그램에서, 대부분의 미션은 ‘좋아요 받기’, ‘시청자 모으기’ 등 철저히 관심을 얻는 행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참가자들은 첫 화부터 자극적인 패션과 언행으로 등장하며, 오늘날 어떻게 튀어야 주목을 받고 성공할 수 있는지 극적으로 보여준다.



롱테일 효과


별종이 활약할 수 있게 된 또 다른 요인은 플랫폼의 롱테일 효과다. 오프라인 시대에는 별종들이 설 자리가 거의 없었다. 대형 마트의 진열대, 비디오 가게의 선반, 만화방의 서가에는 공간이 한정돼 있었고,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언제나 다수를 위한 상품이었다. 잘 팔릴 인기 상품과 메이저 콘텐츠가 우선이었고, 독특하고 마이너한 취향의 상품은 늘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러나 쿠팡, 유튜브, 네이버웹툰 같은 온라인 플랫폼의 등장은 이 상황을 완전히 뒤집었다. 물리적 공간의 제약이 사라지면서 수백만 개 이상의 상품과 콘텐츠가 동시에 제공되었고, 소비자들은 검색과 추천 시스템을 통해 원하는 것을 손쉽게 찾을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전국은 물론 글로벌 단위로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댓글과 커뮤니티로 소통하면서, 틈새 취향도 주류 못지않은 시장성을 확보하게 되었다.



덕분에 과거라면 무대에 설 기회조차 없었을 별종들도 이제는 자신만의 운동장을 가질 수 있다. 그곳에서 자신을 좋아해주는 팬들을 만나고, 다양한 실험을 이어가며, 콘텐츠를 축적함으로써 점차 영향력을 넓혀갈 수 있다. 기안84, 쯔양, 곽튜브 같은 인물들 역시 플랫폼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주목받기 어려웠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플랫폼 경제는 숨어 있던 별종들을 세상 밖으로 끌어내며 문화의 다양성을 확장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별종이 주목받는 주요 원인이 상업적 목적과 맞물려 있는 만큼, 긍정적 효과 못지않게 부정적 측면도 함께 드러나고 있다.



일탈의 정상화


인기 예능 <나는 SOLO>에는 매 기수마다 '빌런'으로 불리는 인물이 등장해 화제를 모은다. 무례한 언행, 극심한 감정 기복, 이기적인 행동으로 다른 출연자들과 갈등을 일으키지만, 그만큼 프로그램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전개를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시청자들은 이들을 욕하면서도 강한 감정적 반응을 경험하고, 그 과정에서 몰입감을 느낀다. 빌런이 등장한 장면은 리뷰·분석·패러디 같은 2차 콘텐츠로 재생산되어 프로그램의 화제성을 극대화한다.


문제는 시청자들이 점차 자극에 익숙해지면서 더 강한 도파민을 원한다는 이다. 제작자들은 이러한 수요에 맞춰 콘텐츠를 한층 과격하게 만든다. <더 글로리>, <나는 신이다>, <이혼숙려캠프> 같은 프로그램은 학교 폭력, 사이비 종교, 이혼 등 극단적인 상황을 전면에 배치하고, 광기에 휩싸인 인물들의 비정상적 언행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런 작품들은 악플 세례에도 불구하고 높은 화제성을 얻고, 때로는 악역을 맡은 배우나 빌런으로 욕을 먹던 출연자가 오히려 큰 인기를 끌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무플보다는 악플이 낫다”는 말처럼, 이제는 어떻게든 관심만 끌면 된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퍼지고 있다. 이른바 '일탈의 정상화'다. 과거라면 문제시되었을 장면과 태도가 대중의 즐길 거리로 별 생각없이 소비되는 것이다.


비록 <웬즈데이> 속 별종들은 매력적이고 선한 존재로 그려졌지만, 현실의 별종들이 언제나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자극성과 매운맛만 강조된 별종은 사회적 부작용을 낳는다. 사회는 결국 여러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기에 상호 지켜야 할 질서와 예절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를 무시한 채 '튀기만 하면 된다'는 태도가 확산된다면, 공동체의 안정과 예측 가능성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창의성과 사회 질서의 균형


질서있고 조화로운 코스모스에서 무질서한 카오스로 들어서는 시대일까. 아니면 억눌려온 창의성이 폭발하며 다양성이 꽃피는 시대라고 보아야 할까.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웬즈데이> 시즌1에서 웬즈데이는 과거 미국 개척시대에 별종들을 마녀로 몰아 박해한 조세프 크랙스톤의 화신을 처단한다. 물론 무고한 사람들을 억압한 그의 죄는 명백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보면, 크랙스톤 역시 당시 경건한 사회 질서를 지키기 위해 남들에게 불편함을 주는 존재들을 통제해야 한다는 나름의 정당성을 가지고 있지 않았을까.


결국 중요한 것은 별종들의 창의성과 사회 질서 사이의 균형이다. 개성과 창의성을 발휘하는 별종이 사회를 풍요롭게 만드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질서를 무너뜨리고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며 영리만 추구하는 별종은 경계해야 한다. 억눌려 왔던 별종들의 에너지가 폭발하는 지금, 그 힘을 어떻게 건강한 문화적 발전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동시에 새로운 균형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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