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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잇다 itdaa Dec 02. 2015

#2.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것

소셜멘토링 잇다 박종경 멘토님

#흔히들 자신의 현재가 옳지 않다고 생각하거나, 반성하고 뉘우칠 점이 있을 때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이 말은 대부분 "처음 가졌던 마음가짐"이라는 뜻으로 사용하시는데요.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나는 이미 그 시절을 살아와 버렸고, 이후의 삶을 경험해버렸기 때문에
초심의 나를 기억한다고 할 지라도, 그때로 돌아가는건 불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생각은 "그래, 초심으로 돌아가야지" 라고 해 봐도, 제 자리로 돌아오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말은, '나를 다잡아보자'라는 측면에서 너무나도 좋은 말이기에,
할 수 없으니 하지 않는다가 아닌, 다르게 해석해보기로 했습니다.

내가 대학에 처음 들어갔을 때,
내가 연애를 처음 시작했을 때,
내가 회사에 처음 출근했을 때,

그래, 이 때 나는 정말 백지 그 자체였지.

제대로 아는 것이 많이 없었기 때문에, 정말 재미없는 수업을 신청한 적도 있었고
지금 알았던 것을 그 때도 알았더라면, 그 사람에게 더 잘 해줄 수 있었을 텐데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던 신입사원의 패기는 어디로 가고, 이렇게 권태로는 나만 남아있는 것인지... 

정말 말 그대로 초심으로 돌아가자니, 내 기억과 경험을 모두 지워야하고, 근데 그건 안되고.

그럼 다른걸 하자.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 중에 내가 잘 모르는 다른걸 한번 해보자.
그럼 그걸하면서 생기는 나의 초심이 지금껏 내가 해왔던 일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래서 하나씩 시작했습니다.
첫째로 아침을 챙겨먹기 시작했습니다.
아침을 안 먹은 생활을 한 지가 10년이 다 되어 가는데, 요즘 아침에 속이 부쩍 쓰리더군요.
처음엔 돈이 좀 아까웠지만, 꾸준히 챙겨먹으려고 노력했고 2달이 지난 지금 더이상 속이 쓰리지 않아졌습니다.
몸무게도 늘지 않았구요. 아침을 먹는다고 살이 더 찌는건 아니구나 하는걸 느꼈지요.
 
둘째로 다른 부서의 프로젝트 제안서를 후임과 같이 보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습니다.
우리와 전혀 다른 주제를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일을 하고 결과를 내는지.
거기서 우리가 참고하여 반영할 수 있는 주제들은 무엇이 있는지.
별도의 시간을 할애해야 하지만 그 시간이 아깝지 않은 경험을 가져다 줍니다.

셋째로 매일 아침 신문을 챙겨보기 시작했습니다.
모바일과 인터넷으로만 접하던 뉴스를 종이 신문의 논조로 보면 더 깊고 넓게 세상을 들여다 볼 수 있었습니다.
팩트 나열과 정보 홍수에서 벗어나 중요한 사안들에 대한 연속적인 탐색, 내 일과 관련되 이슈의 발견과 참고.
이를 통해 지금 하는 일도 보다 나은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고 할까요.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해, 백지 상태의 나를 만들어 내는 것.
해보지 않을 일을 실천함으로서 '처음'의 나를 다시 마주하고, '백지'의 경험을 하는 일.

취업전선에 뛰어든 후배님들이나
생활전선을 넘나드는 선배님들에게도

처음의 하얀 나는 소중한 존재이겠죠?

흰 눈으로 나를 다 덮고
그제서야 잠이 들었다

는 옛 시가 떠오릅니다.


박종경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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