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 멘토님이 남겨주신 칼럼입니다.
자소서는 일의 관점에서 나 자신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글이다.
나아가 제대로 된 자소서라면, 개인은 자신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인식하고 지속적으로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는 지침으로 활용되어야 하며, 기업에게는 맞는 사람을 제대로 뽑을 수 있는 기준이 되며, 사회적으로는 적재적소가 실현되어 구직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줄어들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자소서는 누군가의 비위를 맞추거나 답안을 찾는 글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일에 대한 관점과 기준이 담겨있어야 하며 그 진심이 다른 이가 받아들일 수 있게 잘 정리해 담겨야 한다.
몇 번 대학생 대상 취업 관련 강의를 할 기회가 있어, 자소서와 관련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준비를 위해 자소서와 관련된 책을 읽었는데, 대부분 "기업의 인재상이나 원하는 답변에 맞춰 자신의 이야기를 각색해 써야 된다"였다. 각 기업마다의 모범 답안이 있고, 그 답안에 맞춰 잘 각색하면 통과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대기업들은 매년 전형을 혁신적으로 바꾸고 있다. 긴, 그리고 까다로운 질문에 답하는 자소서는 기본이며 동영상을 요구하는 경우, SNS를 활용하는 방법까지 요구하기도 한다. 시대가 바뀌면서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인재를 골라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그에 비해 대다수의 취준생들의 노력은 혁신적이기보다는 기업의 기준에 따라 평범해지길 바라는 것 같아 보인다. 혹시나 튀어서 떨어질까 걱정하는 듯하다.
그럼 기업의 니즈에 맞춰 준비하는 건 좋은 걸까?
자신이 인사 담당자라고 생각하고 역지사지해보자. 우리 회사의 인재상은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발로 뛰는 인재"이다. 이번에 마케팅팀 인력이 필요하며, 세부 요건을 받아보니 '프로모션 기획, 예산 관리, 통계 분석'을 동시에 할 담당자를 원한다. 두 지원자의 자소서가 도착했다.
[A] 마케팅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했고, 특히 현장 경험이 많다. 실제 사업을 위한 아이디어도 많다.
[B] 다양한 활동을 했지만, 컨설팅 관련 업무를 많이 해봤다. 아이디어보다는 정형화된 사무직 경험이 많다.
회사의 인재상과 마케팅팀 인력만 보자면 A가 좀 더 어울리지 않는가? 창의적인 아이디어, 발로 뛴 현장 경험 등등. 하지만 담당 업무에는 B가 더 어울릴 것 같다. 당신의 선택은?
이렇듯 시기와 현업에서의 필요 조건에 따라 같은 마케팅 구인이라도 요건이 다르다. 현장에서는 인재상보다는 업무와의 연관성이 더 중요하다. 당연히 둘 다 인적성은 통과한다고 생각하면, 우리가 아는 회사 인재상보다는 업무 요건에 따라 선택되는 사람이 달라진다. 취업 시 업무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알고 준비하는 사람이 있을까? 아마 담당자 외에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중소기업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지만 대기업이라면 이런 정보를 알 수 있을까?
이젠 면접까지 생각해보자. 위의 A는 마침 해당 기업 내에 지인이 있어 어떤 자리를 요구하는지 파악했고, 그에 맞춰 자소서를 작성했다. 인사담당자는 자소서로 파악하기 어려워 면접을 보기로 했다. 심층 면접, 압박 면접 등 사람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한 모든 방법을 동원할 생각이다. 과연 A는 B보다 자소서와 같은 모습(꼼꼼하고, 정리된)을 면접에서 제대로 보여줄 수 있을까? 결국 다양한 면접에서 A는 자신도 모르게 열정적인 미생 속 한석율 같은 모습이 나타났다. 자소서에서 보여준 모습과 다른 면접자를 어떤 기업에서 뽑고 싶겠는가?
우리는 자소서를 쓸 때면 다 잘한다고 말하고 싶다.
과연 어떻게 잘한다고 해야 할까? 다른 상황에서 자소서를 받아 검토한다고 생각해보자. C의 자소서를 보면 마치 전문가를 뺨칠 것 같다. 다 잘하고, 다 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학생회, 군대, 동아리, 학교생활 등 모든 활동에서 자신은 완벽했다고 말한다. 반대로 D는 자신의 장단점을 보여주고, 잘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에 대해서 정확하게 작성했다. 아울러 자신의 경험을 쓰되, 수치화된 내용을 중심으로 디테일하게 몇 가지 경험만 추려 적었다. 마지막에는 부족한 부분을 커버하도록 하겠다고 한다. 신입 직원은 원래 미생이다. 심지어 대리, 과장도 그러한데 신입이 다 잘한다면 믿음이 갈까? 오히려 자신의 부족함을 얘기하고 수치화된 내용으로 신뢰를 주는 것이 더 믿음이 가지 않을까?
너무 비약적이고 파편적인 예시만 든 것 같은가? 하지만 역지사지로 생각해보면 가능한 이야기다. 기업이 원하는 대로, 우리가 익히 들어온 대로 작성했다면, 혹 그게 나랑 잘 맞는다면 다행이겠지만, 아니라면 스펙 좋은 사람들이 입사하게 될 것이다. 특별한 친구들이 없기 때문이다. 후배들이 첨삭이나 상담을 요청해 자소서를 받아보면, 십중팔구 본인이랑 다른 모습을 쓰거나, 기업에 맞춰 자신을 틀에 집어넣어 어색하거나, 또는 슈퍼맨 같은 모습을 한 것이 많다.
이젠 자소서는 일의 관점에서 나 자신을 정확하게 디테일하게 표현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창의적이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많은 기업에서 나타난다. 이번 구직에 맞지 않았지만, 자신을 있는 그대로를 잘 표현해 임원이나 해당 팀의 팀장이 따로 불러 취업된 사례도 있다. 이 글을 통해 많은 대학생, 취준생들이 자신을 정확하게 바라보고,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길 바란다.
Q. 더 많은 현직자들의 글을 보고 싶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