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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잇다 itdaa Apr 07. 2023

UX 직무 경쟁력?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취준을 막 시작한 27살 대학원생입니다. 대기업의 UX 기획자로 취업을 준비하고 싶어 질문드립니다. 학부시절부터 잘 맞는 적성을 찾기 위해 오래 방황했는데요, 이러닝 기획자로 일해보기도 하고 대학원에 와서 프로젝트를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학부생 시절 게임 UX UI를 만드는 대회에서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대학원에 와서는 기관 프로젝트에 참여했었고요. 최근 다녀온 대기업 잡페어에서는 포트폴리오 준비가 제일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아직 마땅한 스펙이나 포트폴리오는 갖추지 못한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더 필요한 스펙이나 포트폴리오, 준비 과정이나 유리한 조건 등에 대해 여쭙고 싶어요.


감사드립니다.




멘티님, 안녕하세요.


UI/UX 어떤 커리어를 기획하고 있나요?

제가 대학 졸업하고 취준생이 된 시점 또한 28살이었습니다. 저는 시각디자인 전공인데, 단순히 무언가 시각화하는 일만 하는 것이 석연치 않았습니다. 남이 만든 '왜'에 내가 설득이 되지 않는데 아무리 시각화가 전문인 입장이라고 해도 답답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떤 일이든 '기획'을 하고 싶었습니다.


저희 아버지께선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누가 갓 들어온 신입한데 기획을 맡기겠냐고요. 그런 말을 들으면 포기하란 소리처럼 들려서 한 귀로 흘리긴 했지만, 연이어 현실의 벽에 부딪히다 보니 내심 속으로 공감할 수밖에 없어 괴로웠던 과거 기억들이 떠오르네요.


“다름이 아니라 대기업의 UX 기획자로 취업을 준비하고 싶어 질문드립니다.”


저도 입사 전까지 마찬가지였지만, 사람들이 대기업에 대해 잘 모릅니다. 때론 저명한 교수님들도 마찬가지고요. 무슨 말이냐? 대기업은 일단 규모가 엄청 큽니다. 한 사람이 작게 쪼개진 업무를 나눠 받아 수행하다 보니 수평적으로 걸쳐서 뭔가 역량을 발휘할 업무를 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15년, 20년 정도 지나 리더가 되고 임원이 된다면 그땐 그 엄청난 규모의 조직을 운영하는 사람이 될 수 있지만 경쟁도 있고 무엇보다 인내가 필요합니다.


반대로 스타트업과 같이 규모가 작은 조직에서는 경력이 짧더라도 기획자인 나에게 상당히 많은 무거운 짐이 짊어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겁 없이 일을 만져보고 느껴보면서 급성장을 하길 원하시는 스타일이라면 규모가 작은 회사에서 이렇게 바로 업무에 침투하듯 하시는 게 만족도가 높으실 것입니다.


물론 반면 불안감도 큽니다. 깜냥이 들통날까 봐 조마조마하죠. 그렇기 때문에라도 공부를 계속해야 하니 저는 긍정적인 스트레스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스타트업, 중견기업, 대기업 등 여러 조직을 경험했습니다. '기획'이라는 업무를 하고 싶었던 저의 여정의 오늘을 말씀드리면, 이제 10여 년 차에 이른 저에게 비로소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식으로 답변을 드린 이유는 이 질문을 드리고 싶어서입니다. 멘티님은 커리어의 최종 목적과 방점이 '대기업'인가요? 아니면 '기획'인가요? 질문상으로는 '대기업'인 것처럼 느껴지긴 합니다. 저는 이것부터 구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유리하다고 봅니다.


'기획'에 방점이 찍혀있다면 저처럼 시작을 꼭 대기업에서 할 필요는 없기 때문에, TO가 적고 경쟁도 치열한 대기업 문을 비집고 꼭 들어가야 하나 싶습니다. 만약 '대기업'에 방점이 찍혀 있다면, 대기업은 그 안에서 업무 로테이션도 가능합니다. '기획'이라는 것이 특히 대기업은 기업 내부 사정이나 정보에 대해 빠삭해야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죠. 기업의 순리나 경력을 어느 정도 쌓아 업계에 대한 안목이 생긴 이후, 조직 내부에서 기획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방법도 고려해 봄 직하답니다.


뭘 해도 경쟁이 있고, 뭘 해도 내 뜻대로만 되진 않을 것입니다. 주의가 필요한 것은, 너무 바늘구멍과 같은 기회만을 바라보며 더 빠른 지름길이나 쪽문이 보임에도 놓치는 우를 범하진 않으셨으면 합니다.



UI/UX 포트폴리오. 타협점을 찾아야 합니다


“최근 대기업 잡페어에서 상담받은 바로는 포트폴리오 준비가 제일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아직 마땅한 스펙이나 포트폴리오는 갖추지 못한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포트폴리오 역시 앞선 공채 제도와 마찬가지입니다. 몇백 대 1의 경쟁을 뚫는 일이기 때문에 솔직히 운이 더 많이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포트폴리오가 중요하겠지만 수백 명의 포트폴리오를 인사담당자나 실무자 면접관들이 과연 얼마나 자세히 살펴볼 수 있을까요? 예를 들어, 지원자가 예상보다 많을 때 이를 검토할 사람을 늘려준다던가, 인사담당자 인당 지원자 수를 관리할까요? 아닙니다. 그렇다면 제한된 시간, 자원 안에서 감당하기 힘든 정보량을 대체 어떻게 소화할까요? 묘책이 있을까요? 결국 훑어볼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누가 눈에 띄느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게 실력이라면 실력이기도 하나, 운이 참 많이 작용하기도 합니다.


계속 운을 이야기하니 맥이 빠질 수도 있겠습니다. 드리고 싶은 말씀은 취업 준비의 가성비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들인 노력을 고스란히 면접관과 인사담당자가 봐주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포트폴리오뿐만 아니라 자소서나 다른 제출 서류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평이하면 묻히고, 너무 튀면 노이즈고, 무난해도 안전한 게 아니며, 너무 잘해도 충분하게 읽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포트폴리오 준비가 제일 중요하다'라는 말이 있다만 너무 웰메이드하게 만드려는 태도를 갖거나 스킬에 집중하는 건 비효율일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업계 이해와 실무 경험이 경쟁력입니다


“여기서 더 필요한 스펙이나 포트폴리오, 준비 과정이나 유리한 조건 등에 대해 여쭙고 싶어요.”


유리한 조건이 뭔지 알려면 유리한 조건의 '기준'을 알면 됩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저는 현재 자동차 전장 관련 UI/UX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기대하는 UX 업무와는 약간 결이 다른 일인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동차 업계에 대한 이해'입니다.


저도 처음에 매우 매우 당황스러운 순간이 많았는데, 생각보다 오래된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나 기형적인 프로세스도 있었습니다. 같은 메일을 봐도 기존에 제가 가진 기준으로 해석해서는 오히려 엇나가는 경우가 더 많았답니다. 시간이 지나고 적응이 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감을 잡을 수 있는데, 그 이후 처음 들어온 분들을 보니까 저랑 똑같이 하더군요. 근데 신기한 건, 같은 프로젝트에서 개발자로 일하셨던 분들이라든가 연관된 일을 해보신 경우는 그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초기 적응이 빠르고 일하기가 훨씬 수월하더라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지원자에게 유리한 조건이란 무엇일까요? 다시, 그 유리한 조건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제가 제시하는 기준은 '업계에 대한 이해와 실무 경험'입니다. 이런 기준을 갖게 되면 이제 그것만을 생각하며 제공된 자료들을 보게 됩니다.


이러한 기준은 업계마다 회사마다 조직마다 조금씩 다를 것입니다. 하다못해, 너무 이직이 잦고 퇴사가 많은 조직이라면 오래 일해줄 사람처럼 보이는 것이 유리한 조건이 될 수 있습니다. 대학원 석사 진학 시 교수님들은 그 지원자가 그 동안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전문성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연구실 조교나 연구원으로 더 많을 일을 도와줄 풀타임 지원자인지 여부에 더 가중치를 두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저도 과거에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소위 '무적의 포트폴리오'를 꿈꾼 적도 있습니다. 근데 그런 것은 없습니다. 이유는 유리한 조건의 '기준'이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절대적인 스펙이나 유리한 조건을 갖고자 탐을 내는 근본적인 이유는 '불안'입니다. 불안하기 때문에 확실한 것을 손에 넣고 싶은 심리의 발현인 것이죠. 결국 진짜 처방은 바로 그 '불안'을 잠재우는 것에 있습니다.


무엇이 더 유리한 조건인가? 이 질문에 대한 본질적인 해소법은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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