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찾아온 손님
가만히 있다가 문득 생각이 깊어질 때가 있습니다.
그 순간은 늘 예고 없이 찾아옵니다.
샤워를 하다가, 밥을 먹다가,
혹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있을 때 말입니다.
대부분의 생각은 그렇게 흘려보냅니다.
하지만 가끔은,
어디에도 흘려보내고 싶지 않은 생각이 있습니다.
잠시라도 붙잡아 두고 싶은 생각 말입니다.
그런데 막상 그 생각을 붙들기 위해
책상 앞에 앉으면 이상하게도 머릿속이 비어버립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려 했더라.”
치매에 걸린 사람처럼 좀처럼 떠오르지 않습니다.
쓸모없는 생각이었나 싶다가도,
아니라고, 분명히 건져 올리고 싶었던 생각이었다는
이상한 확신이 남습니다.
결국 아무것도 담지 못한 채
또 하루의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공부를 하다가, 다시 그 생각이 찾아옵니다.
이건 공부를 방해하는 잡념일까요?
아니면 그냥 스쳐 지나가도 될 생각이었을까요?
그래도 다시 한 번,
그 생각을 붙잡아 봅니다.
불필요한 잡념일 수도 있고,
지금 내가 가장 신경 쓰고 있는 일이
잠시 얼굴을 내민 것일 수도 있습니다.
혹은 이제는 기억조차 흐릿해진
불편했던 감정이 툭 튀어나온 것일지도 모릅니다.
나는 이런 생각들이
내가 살아오며 남긴 작은 흔적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흔적들이 하나둘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어왔을 것입니다.
세상에 완전히 불필요한 것은 없다고 믿습니다.
그렇다면 이 생각의 파편들 또한 불필요하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요.
그래서 이렇게, 이 생각을 글로 남겨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