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 없이 지나간 계절

26년의 1월이 지나가며

by 헌이

26년이 되었다.
그리고 1월이 지나갔다.
세월이 참 빠르다.


시간이 빠르다고 느낄 때마다
나는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
"나는 뭘 했지?"


분명 열심히 달려온 것 같은데
막상 떠올려보면 아무것도 선명하지 않다.
다시 스스로에게 묻는다.
"내가 무얼 했더라?"

그런데 역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유는 분명하다.
기억상실에 걸린 것도 아니고,
어디가 아픈 것도 아니다.
그저 늘 당장 눈앞에 있는 것만 보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잠시 20대의 어리고 풋풋했던 시절을 떠올려본다.
기억은 희미하지만
그때는 분명 설렘이 있었고,
괜히 가슴이 뛰던 순간들도 있었다.


모든 것이 새로웠고
그래서 대부분이 즐거웠다.
호프집에서 술 한잔을 마시는 일조차
괜히 운치 있게 느껴지던 시절이었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어떠한가.


호프집에서의 술 한잔은
설렘 대신 피로만 남긴다.
감정은 줄어들고
눈앞에 쌓인 업무만이 머릿속을 채운다.


하루가 무섭게 빠져나가는 돈,
내가 짊어진 책임들.
이런 삶에 익숙해졌기 때문일까?


예전의 여행이 설렘이었다면
지금의 여행은
처리해야 할 하나의 일정에 가깝다.


항공권은 어떻게 끊어야 저렴한지,
환전은 얼마가 적당한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여행마저도
검색하고, 비교하고, 결정해야 할
업무처럼 느껴진다.


물론 이런 삶이 싫다는 것은 아니다.
이 또한 중요하다.
지금의 나는
그동안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결과이기 때문이다.


다만 가끔은
스스로에게 묻고 싶어진다.

나는 지금
얼마나 설렘을 느끼며 살고 있을까.
최근에
가슴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뛰어본 적은 있었을까.


지금의 나는
그저 하루하루
앞으로만 나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설렘이 사라졌다고 해서
무언가가 끝난 것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설렘의 형태가
조금 달라졌을 뿐일지도 모른다.


예전처럼 이유 없이 가슴이 뛰지는 않지만,
대신 쉽게 무너지지 않는 하루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아주 작고 느린 설렘일지라도
언젠가는 다시 느껴질 것이라 믿는다.


지금은 그저
그 순간을 맞이할 준비를 하며
오늘을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생각이 깊어질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