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어지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이 고집스러워지는 이유는 단순하다.
성장이 멈췄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그건 단순히 정보를 추가하는 행위가 아니라,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일에 가깝다.
그리고 이 인정은, 나이가 들수록 더 어려워진다.
고집스러운 사람들을 보면 일정한 패턴이 있다.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 자신이 해왔던 방식과 비슷한 말에는 쉽게 고개를 끄덕인다.
“맞다”, “그렇다”라며 적극적으로 호응한다.
그 말이 자신의 경험과 겹칠수록, 판단은 빠르고 단정적이다.
반면 낯선 이야기가 나오면 분위기는 달라진다.
충분히 가능성을 검토해볼 만한 이야기 앞에서도
“안 된다”, “불가능하다”, “현실을 몰라서 하는 말이다”라는 말이 먼저 나온다.
이야기를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억측으로 결론을 내리고 대화를 닫아버린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모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싫기 때문이다.
여기에 또 하나의 착각이 더해진다.
오랫동안 해온 일에 대해서는 ‘다 안다’고 믿게 되는 것이다.
경험이 쌓일수록 지식이 넓어졌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익숙함이 판단을 대신하는 순간이 점점 많아진다.
그래서 새로운 관점은 위협처럼 느껴지고, 받아들이기보다 밀어내게 된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기다려주지 않는다.
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우리가 알고 있다고 믿었던 것들은 생각보다 빨리 낡아진다.
어제의 정답이 오늘의 오답이 되는 일은 더 이상 예외가 아니다.
그래서 성장하는 사람일수록 점점 겸손해진다.
배울수록 모르는 것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내 전공이라고 해도,
오랫동안 해온 일이라고 해도
모르는 영역은 늘 존재한다.
그 공백을 인정하는 순간에만, 다시 공부할 수 있다.
나 역시 새로운 것을 마주할 때마다 스스로의 부족함을 느낀다.
내가 잘하는 것이 하나도 없는 사람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그 감정 때문에 우울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나는 이 상태가 낫다고 생각한다.
고집스러워지는 것보다는,
부족함을 자각하는 편이 훨씬 건강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물론 나 역시 고집스러울 때가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주장하는 바에는
논리적인 근거와 판단의 기준을 두려고 한다.
그리고 그 판단이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열어둔다.
누군가 더 나은 이유를 제시한다면,
생각을 수정하는 것을 패배로 여기지 않는다.
그건 후퇴가 아니라, 판단을 업데이트하는 일에 가깝다.
고집과 신념의 차이는 크지 않다.
둘을 가르는 기준은 변경 가능성이다.
논리를 갖춘 고집은 질문을 허용하지만,
근거 없는 고집은 질문을 거부한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에게 자주 묻는다.
지금 이 생각은 충분히 검토된 판단인지,
아니면 익숙함을 지키기 위한 방어인지.
성장은 완성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다.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사람만이,
시간이 지나도 굳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