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차 마케터 & 멘탈 스타일리스트, 아라
내가 엔터테인먼트를 계속 했던 게 내가 치유가 돼서 계속 버텼구나 이것 자체가 가진 힘이 엄청나구나 생각했어요.
나무가 초록색이라는 건 대자연의 섭리고 법칙이라 바꿀 수 없는 건데 그림에서는 바꿀 수 있거든요.
어떤 조직은 마케터로 또 다른 조직은 멘탈 스타일리스트로 일을 하다가 올해부터 두 개의 정체성을 다 써주는 조직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아라님 모셨습니다.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아라라고 하고요. 일한 지는 9년 차 되는 것 같고 인하우스로 7년 있었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2년째 하고 있습니다. 직군은 마케팅이고요. 마케터만 하다가 좀 지루해서 직업을 하나 만들었어요. 멘탈 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을 하나 만들어서 그게 직업이자 브랜드 이름이 되었습니다.
멘탈 스타일리스트라는 게 본래 있는 건 아니죠?
아마 없을 거예요. 그래서 남들 못 쓰게 하려고 상표권도 냈어요. 누가 쓰면 제가 득달같이 찾아가요. 스웨덴인가 어딘가에 심리 삼당사분이 하는 사이트를 보기는 했는데 그렇게 활발하게 하시지는 않는 것 같아서 국내에는 없습니다.
멘탈 스타일리스트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베이스는 미술 치료예요. 회사 다닐 때 3년 일해서 좀 쉴 수 있는 안식월이 나와가지고 한 달 동안 뭘 할까 했는데요. 미술 치료에 원래 관심이 조금 있었어요. 예술 치료라는 거에 자체에 관심이 좀 있었어서 한 달 동안 공부를 했는데 너무 좋은 거예요. 그때 한참 번아웃이었어가지고 일단 제가 좋아져서 주변에 좀 나누고 싶다. 마케터는 자꾸 뭘 콘텐츠로 만들고 싶어 하잖아요. 글로도 만들어 보고 미니 워크샵처럼도 만들어 보고 했는데 그때 회사 사람들 한 100명 모아서 워크샵을 해보고 재밌어서 그 프로그램을 들고 나왔어요.
원래 그런 세션이 있었던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하신 거죠?
아침 명상 모임이었는데요. 그냥 명상하면 재미없으니까 컬러 명상 해가지고 명상 주제가 매일 달라지는 색깔인 거예요. 파란색 이미지 같은 거 보여주고 그럼 집중이 좀 잘 되니까 그거에 대해서 명상을 해보자 이런 식으로요. 저는 한 5명 오면 해봐야지 하고 회사 사내 게시판에 올렸어요. 제가 미술 치료랑 이런 거 공부를 해 와서 같이 해보고 싶은데 해보실 분 하고 금요일에 글을 쓰고 딴 일을 하고 있었죠. 알림이 계속 오는 거예요. 200명 좋아요가 울린 거예요. 6주를 했는데 6주 동안 100분이 왔었어요.
한 번 하는 것도 아니고 긴 기간 동안 했던 거네요.
6주를 다 오신 분도 있고 1회만 오신 분도 있고 그래요. 좋아요 누르신 분을 제가 엑셀로 쭉 내려가지고 알람을 보냈죠. 보통 10시 출근이니까 9시 50분부터 딱 10분만 명상하는 시간으로 해서 목요일 아침 9시 40분쯤에 줌 링크 띄우고 좋아요 눌렀던 사람들 다 태그해서 ‘너 신청했잖아. 명상 할 때 됐어’ 그렇게 여섯 번을 하고 저는 바로 퇴사를 했어요.
마케터인 본케가 있고 또 부케가 있는 건데 IT 업계는 어떻게 오게 되셨나요?
원래 전공은 예술 경영 쪽인데요. 영화에 좀 가까워요. 베이스가 영화인 과여서 보통 저희 과 졸업하면 제일 많이 가는 데가 영화 홍보사나 영화 마케팅사, 영화 배급사 이런 데를 선배들이 엄청 많이 갔었어요. 저도 4학년 때부터 취업을 준비하려고 선배들한테 막 물어보잖아요. “언니 취직하셨다는데 어떤 일하는 거 어때요?” 그러면 “새벽 3시에 퇴근해서 10시에 출근해. 택시비 한 달에 60만 원 나와” 이러는 거예요. 와 그거 어떻게 다녀? 그 생각을 하면서 그래도 일단은 공부한 게 있고 제일 많이 가는 업계니까 면접을 좀 보러 다녔었어요. 그래서 근데 갈 때마다 면접 경험이 너무 안 좋은 거예요. 무례한 분도 있었고 정말 택시비 50만 원 나오는데 괜찮아요? 그런 말도 하시고 업무 강도에 비해서 거기 가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고, 전공자가 아니라도 줄을 선 거예요. 3개월 하고 그만둬도 줄을 서 있기 때문에 바뀌지 않은 업계라는 걸 너무 알게 됐고 그리고 영화 홍보나 영화 마케팅 같은 게 지금도 똑같을 텐데 예산이 이미 정해져 있어요. 제작비 100억짜리 영화다 하면 그 중에서 이미 홍보 마케팅 쓸 예산은 사실 정해져 있거든요. 그러니까 늘어나지 않잖아요. 그러면 일을 잘해도 돈을 더 벌 수가 없는 구조잖아요. 그거를 그때 한참 어떤 회사를 가야 하나 이런 공부를 하다가 알게 되고 아 그러면 내가 일을 열심히 하면 돈을 많이 줄 수 있는 회사, 내가 일을 하면 회사가 성장하든 내가 성장하든 사장님이 돈을 많이 벌든 해서 나한테 더 보상을 줄 수 있는 회사였으면 좋겠다라고 생각을 하다가 웹소설, 웹툰 플랫폼을 그 때 처음 알게 됐어요. 2015년 2월에 졸업을 했는데 웹 소설은 인터넷 소설, 인소 이렇게만 부르고 아직 그렇게 콘텐츠 IP로 각광받는 시대가 아니었어요. 제가 영화 마케팅이나 영화 쪽 면접 경험이 되게 안 좋았다고 했잖아요. 면접 준비할 때 대학생들 다 똑같이 성격의 장단점 달달 외워서 가는데 분명히 일주일 전에 영화 관련된 회사에서 제가 했던 대답을 이 웹소설 회사에서도 똑같이 얘기를 했단 말이에요. 근데 영화 회사에서는 저한테 성격이 있어 보이는데 막내를 할 수 있겠어요 라고 그래서 제가 엄청 당황했었거든요. 똑같은 웹소설 플랫폼 하는 회사에서 얘기를 했더니 우리 회사 오면 잘 하시겠네요 이런 거예요. 그렇게 해서 웹 소설 플랫폼을 운영하는 IT 회사에 가게 됐어요. 그 회사를 첫 회사로 3년을 다녔어요.
제작비가 딱 고정돼 있는 것보다 확장하는 경험을 거기서는 해보셨어요?
그때 웹소설에 처음 가려고 했던 이유가 웹 소설이 그때 한 편당 100원, 천 자에 100원 이렇게 하는데 그러면 소설을 많이 보면 많이 볼수록 회사가 돈을 벌잖아요. 그게 다른 거죠. 그 성장 그래프 자체가 다른 거예요. 이미 영화 쪽은 정해져 있는 예산에서 어떻게 쪼게쓸까 똑같은 1000만 원을 지하철 광고를 할까 TV 광고를 할까 연예인 모델을 쓸까 이런 걸로 갈라진다면 여기는 스타트업스러운 그래서 IT 플랫폼에서 할 수 있는 걸 다 해볼 수 있고 웹 소설이 아직 그때는 뜨는 콘텐츠가 아니었다 보니까 벤치마킹을 음원 플랫폼이나 도서 플랫폼이나 그런 다른 장르의 콘텐츠 플랫폼으로 많이 했었어요. 그래서 제가 이직을 음원 플랫폼으로 했거든요. 그래서 같은 장르, 같은 구조인데 더 메이저하고 규모가 큰 데를 가고 싶다 해서 그때 음원 플랫폼으로 옮겼었어요. 그래서 IT에 계속 있었던 것 같아요. 인하우스에서는 기본이 IT 콘텐츠 플랫폼에서만 쭉 경험을 했던 것 같습니다. 컨텐츠 플랫폼은 구조가 되게 비슷한데요. 웹 소설도 작가가 있고 플랫폼이 있고 소비자가 있잖아요. 그러면 플랫폼이 작가랑 소비자를 연결해 주는 역할이고요. 음원 플랫폼에서도 멜론 티켓이라서 공연 예매 플랫폼 담당이었는데 공연 기획사가 있고 공연을 보고 싶어 하는 관객이 있고 그런데 여기는 이해 관계자가 좀 더 많아서 극장이 있고 투자사가 있고 좀 더 많아지긴 하는데 그걸 이어주는 플랫폼이어서 되게 구조가 비슷했어요. 그래서 업이 바뀌었으니까 초반에 이해하는 과정이 좀 필요했는데 그렇게 어렵지 않았어요. 제가 3년 주니어 마케터가 딱 필요해서 지원을 했던 거였는데 우대 조건에 콘텐츠 플랫폼 경험자가 있어서 제가 면접 가서 그 얘기를 했더니 맞다. 우리가 말한 콘텐츠 플랫폼이 꼭 음원이나 공연이 아니어도 되니까 엔터테인먼트 성격이 있는 걸 팔아본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해가지고 그때 아마 됐던 것 같아요.
엔터테인먼트 도메인은 특별한 성격이 있다는 느낌을 좀 받았거든요. 거기서 마케팅을 하는 게 녹록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떠셨어요?
맞아요. 결국에는 콘텐츠가 좋아야 된다 라는 말이 되게 사실 힘 빠지는 말이기도 해요. 아무리 마케팅을 해봤자 아무리 플랫폼 좋게 만들어 봤자 예를 들면 이런 거죠. 아이유 신곡 나오면 끝인 거예요. 그러면 끝나는 거예요. 그래서 그쪽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개발자분들끼리 농담처럼 자조적으로 하시는 말씀이 우리는 고객이 자발적으로 디도스 공격을 하는 서비스다. 그런 얘기도 하고 요새 티케팅이 엄청 치열하잖아요. 그러면 대기 번호 몇 만 번 이렇게 띄우고 이러잖아요. 그게 서버가 자꾸 죽으니까 어쩔 수 없이 줄을 세워서 계속 퍼널을 나눠가지고 들여보낼 수밖에 없는 거에요. 그러다가도 아예 하나도 안 팔리면 어떻게 팔지 하면서 데이터를 파고 이제 CRM으로 가야 되는 거죠. 어떻게 하면 이런 전시가 있다는 걸 알려줄까 이런 공연이 있다는 걸 알려줄까 그래서 저는 멜론 티켓이었는데 거기서 데이터 마케팅 많이 했는데 되게 있어 보이는 새로운 전시가 들어왔어요. 그러면 그 전시 기획사에서는 우리 거 마케팅 좀 해주세요. 이렇게 요구가 오잖아요. 전시 기획사 담당자가 마케팅 좀 해주세요 하고 줄을 서 있어요. 이렇게 전시 담당자 공연 담당자 막 줄을 서서 논의를 하면은 고민을 하는 거죠. 어떤 사람이 저 전시를 보러 가고 싶을까 왜 우리 버스 같은 데 전시 포스터 있으면 가끔 눈길 가는 게 있잖아요. 예를 들면 어떤 되게 힙한 아티스트 라틴계 아티스트였는데 그럼 저거는 최근에 EDM 페스티벌 갔던 사람이 혹하지 않을까 이런 식으로 어떤 사람이 이 광고를 보면 눌러볼까 그런 재미가 조금 있었던 것 같아요.
콘텐츠 자체가 힘이 있을 때는 마케터가 할 일이 없어서 힘이 빠지지만 콘텐츠가 힘이 없거나 사람들이 잘 모를 때는 마케터로서 이런저런 것들을 잘 조합해서 고객들을 많이 맞았을 때 굉장한 희열이 있겠네요.
제가 있었던 회사가 업계 후발 주자인 플랫폼이었거든요. 인터파크가 너무 1위잖아요. 압도적인 선점 업체가 있고 다 뒤를 따라가려는 거여서 그러면 우리의 강점은 뭘까? B2B와 B2C를 다 고민해야 되는 우리 플랫폼은 무슨 강점으로 고객하고 기획사한테 어필을 할까 했을 때 데이터였어요. IT 데이터 회사니까 어쨌든 멜론 티켓이 카카오에 들어 있고 카카오에 이런저런 걸 쓸 수 있을 거라고 막연히 기대를 하시기 때문에 그 기대감을 충족시켜 주는 제안서 같은 걸 만들고 보여드리고 던 것 같아요.
아라님이 있었던 분야는 서비스를 알리는 것도 있지만 그 서비스가 판매하고 있는 상품들을 계속해서 알려야 되는 거잖아요. 난이도가 훨씬 더 있을 것 같아요.
맞아요. 제가 멜론 티켓을 3년 정도 했는데 이게 연간 사이클 같은 게 있더라고요. 예를 들어서 봄 되면 야외 페스티벌 시즌이 거잖아요. 그러면 뭐뭐뭐 들어올지 딱 있으니까 그것만 묶어서 페스티벌 기획전을 미리 준비를 해야 된다든지 연말 되면 인지도 있는 가수분들이 전국 투어를 도세요. 그래서 백지영 전국 투어 그러면 서울 대전 대구 어디 주요 공연장들이 다 뜰 거란 말이에요. 그거를 미리 묶어가지고 지도를 만든다든지 그러면은 제휴할 서비스들이 딱 나오는 거거든요. 카카오 맵이 있잖아요. 카카오 맵한테 우리 이런 게 있으니까 좀 뿌려줘 그런 식으로 미리 좀 만들어 놓고 그런 거를 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재미있게 하셨는데 퇴사를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제가 왜 퇴사가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냐면 퇴사를 결정하는 과정 자체가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 과정이 엄청 치열했거든요. 충동적인 퇴사가 아니었고 거의 1년 6개월에서 1년 정도는 고민을 했어요. 퇴사하고 싶어! 때려치고 싶어! 이거는 그냥 숨 쉬듯이 하는 말이잖아요. 근데 진짜 퇴사를 하려면 왜 하고 싶으며 회사 말고 다른 대안은 없으며 그럼 퇴사 말고 다른 대안 부서를 옮겨 볼까 이런 거죠. 아니면 부서 이동 전에는 우리 팀 안에서 내가 더 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어필을 해 볼까 아니면 더 위의 조직장이랑 한번 면담을 해볼까 이런 식으로 제가 할 수 있는 엄청 다양한 선택지를 고민을 하고 그걸 하나씩 지워가는 과정들이 있었어요. 다 지워지는 거예요. 다 안 되는 거예요.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더 높은 사람도 찾아보고 갑자기 C레벨도 찾아가 보고 했는데 계속 벽에 부딪혀서 제일 마지막에 했던 게 아마 부서 이동을 하려고 원하는 부서 조직장 분을 찾아가서 면담을 했었어요. 그런데 그분이 왔으면 좋겠다. 근데 결국에 본부가 달라서 TO 문제로 안 풀린 거예요. 높으신 분들끼리 밥그릇 싸움이잖아요. 조직적인 문제에 막혀서 결국 안 되니까 “그러면 저 퇴사하겠습니다” 라고 바로 나와가지고 왜냐하면 그때 여한이 없었던 거죠. 모든 걸 다 시도를 해봤는데 안 되니까
퇴사를 하고 싶어라고 생각했을 때는 일이 너무 힘들거나 이 일은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던 거에요?
제가 아까 멜론 티켓 얘기할 때 되게 신나게 얘기했잖아요. 너무 재밌었어요. 진짜 천직을 찾았다. 제가 2018년에 멜론 티켓 입사를 했거든요. 2019년 말에 코로나가 터지죠. 그래서 20년, 21년을 정말 공연, 전시 다 역대급 불황의 시기에 맨날 출근하면 하는 게 공연 취소 공지, 광고 한 거 더 나가면 안되겠다 내리고 이런 거를 맨날 취소됐다. 어느 회사 망했다 어디 서비스 접는다. 그런 얘기를 한 1년 정도 들으면서 버티긴 버텼었어요. 그러다가 저희 조직 자체를 규모를 좀 줄여가지고 다른 조직으로 이동을 했었어요. 근데 사실 좋은 데로 갔거든요. 카카오톡으로 갔어요. 사실 카카오에서 카카오톡이 전 국민 서비스 할아버지도 아는 서비스인데 그래서 사실 잘 됐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주변에서 다 너무 잘 됐다. 안 잘리고 좋은 데로 간 거니까 저도 그런가 보다 갔는데 생각한 거랑 좀 많이 달랐어요.
회사를 옮길 생각을 할 수 있었는데 왜 퇴사를 결심하셨어요?
이직 준비도 했죠. 고민했던 것 중에 이직도 있었어요. 이직은 엔터테인먼트 쪽을 그대로 하려고 했거든요. 그런 쪽에서 헤드헌터 분들이 제일 연락이 많이 왔어요. 엔터테인먼트 마케팅 파트 이런 걸로 제일 많이 와요. 지금도 와요. 근데 면접을 얘기를 해보면 제가 그쪽을 더 하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3년 동안 너무 고생을 많이 해서 그래서 엔터테인먼트를 더 하고 싶지는 않은데 그러다가 예술 치료를 만나게 된 것 같아요. 그러니까 예술 엔터테인먼트 관련돼서 비즈니스는 어느 정도 경험을 해 봤는데 이걸 더 하고 싶지는 않지만 엔터테인먼트 자체는 좋다 라는 그런 애매한 스텐스를 갖고 있다가 예술치료를 접했는데 아 내가 엔터테인먼트를 계속 했던 게 내가 치유가 돼서 계속 버텼구나 이것 자체가 가진 힘이 엄청나구나 생각했어요. 저희 팀에서 뮤지컬 제작 투자 그런 것도 했었거든요. 그러면 뮤지컬을 그냥 계속 봐요 계속 보는데 계속 봐도 안 질리는 거예요. 보면 볼수록 너무 좋고 초대권 나오는 공연, 모든 공연 다 가고 거의 한 3년 동안은 공연이랑 전시만 계속 본 것 같아요.
재미없는 공연이 하나도 없어요?
있죠. 근데 재미 없는 공연도 나름의 재미를 발견할 수 있는 거죠. 되게 지루하네. 왜 저렇게 만들었지 하면서 찾아본다든지, 아니면 하다못해 극장의 의자가 편한지 이런 거 보는 것도 재밌고 여기는 앞에 뭐 카페 하나도 없네 그런 거 보는 것도 재밌고. 전반적으로 사람을 좀 엔터테인먼트 하게 하는 것들에 다 제가 관심을 갖는 것 같아서 그거를 좀 예술 치료로 잘 풀어보고 싶어요.
미술 치료는 아라님이 본인의 치료를 위해서 공부하게 된 거예요? 아니면 미술 치료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생각이 있어서 시작한 거에요?
그것도 아니었어요. 오히려 코로나 때 일도 공연 전시가 힘든데 제가 공연 전시 보는 게 취미기도 하니까 그럼 취미로 할 것도 없어졌잖아요. 할 건 일도 없고 취미도 없고 이런 상태로 재택근무만 맨날 하고 있는 되게 울적하게 지내다가 뭐라도 해야겠다 해서 그림을 그렸어요. 그림 그리는 친구들끼리 아이패드로 그림 그리기 모임 이런 거 하고 너무 좋은 거예요. 근데 그림 그리는 것보다 색깔을 칠하는 게 너무 재미있었거든요. 아이패드 같은 데서 그림 그리면 색깔을 휙 바꿀 수가 있어가지고 초록색 나무를 그렸다가 거기다 노란색도 끼얹어보고 파란색도 끼얹고 이게 너무 재밌있어서 색채에 뭐가 힘이 있나 해서 찾아봤는데 색채 심리라는 게 있는 거예요. 그래서 색채 심리 상담사 자격증을 딴 거거든요. 그렇게 시작을 했어요. 뭐가 돼야겠다는 아니었고 이게 너무 재밌는데 왜 재미있지를 알고 싶어서요. 처음 그 수업 들으러 가서 무슨 얘기를 했냐면 제가 선생님한테 그림 같은 걸 보여드렸었어요. 나무 식물 그림을 그렸는데 초록색이 아니라 자꾸 다른 색을 칠하고 싶다. 왜 그럴까요? 근데 그런 질문을 하면은 그냥 보통 미술 치료적 관점이 아니라 그냥 그러고 싶은가 보지 이러고 있는데 미술 치료 선생님이 말씀하신 게 정해진 거를 바꾸고 싶은 힘이 있는 것 같다. 그게 초록색 나무가 초록색이라는 건 대자연의 섭리고 법칙이라 바꿀 수 없는 건데 그림에서는 바꿀 수 있거든요. 제가 되는 일이 없었잖아요. 코로나 때문에 되는 일이 하나 없는데 캔버스 안에서는 원하는 걸 할 수 있는 거예요. 그러면 이게 치료로 접근이 되면 일상에서 해소되지 않는 것들, 성취감이 너무 없다던지 너무 답답하고 너무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황에서 태양 색깔 노란색으로 칠하지 말고 다른 색으로 바꿔보세요. 원하는 색 다른 색으로 바꿔보세요. 그런 것을 하거든요. 클래스에서 신호등 색깔 바꾸기 이런 것도 해요. 그래서 신호등이 빨간 초록은 정해진 건데 만약에 내 기준에 편안한 색을 초록색 대신에 넣고 불편한 색을 빨간색 색 대신에 넣어봐라. 그거에 대해서 대화 나누면서 나는 어떤 걸 불편해하고 어떤 걸 편안해 하는지 그런 대화 아니면 워크숍 같은 거를 하는거죠.
신호등 색깔을 바꾼다는 건 생각 못할 법한 접근들인데 그걸 업으로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으세요?
퇴사를 하고 회사에서 해볼 수 있는 걸 다 해봤는데 회사 부서 이동도 해보려고 했고 프로젝트도 따보려고 했고 높으신 분도 찾아가서 들이 받고 했는데 다 안 돼서 퇴사를 하고 대학교 졸업하고 7년 동안 일을 했으니까 6개월만 놀아보자였어요. 원래는 6개월 놀아보고 당연히 이직을 할 생각으로 이렇게 살 생각이 전혀 없어요. 2022년 4월에 퇴사를 했거든요. 봄이고 벚꽃 피고 너무 좋은 거에요. 일단 놀았어요. 근데 그냥 놀지 말고 미술 치료 배웠던 게 아까우니 저걸로 뭘 만들어 볼까 하다가 그 웹소설 회사 같이 다녔던 디자이너 언니랑 그림 일기장을 만들어서 텀블벅 펀딩을 했었어요. 펀딩만 하고 이직 해야지 하고 이건 나의 사이드 프로젝트다라고만 생각을 했었어요. 근데 제가 아까 회사에서 명상 모임 했다고 했잖아요. 신청한 100분 중에 6주차를 다 못 오신 분들이 오늘 회의 있어서 못 왔어요. 연차여서 못 왔어요. 다시 보내주시면 안 되나요? 그런 분들이 생겨서 뉴스레터를 만들었어요. 그 100분이 친구들한테 공유하고 이래서 한 600명 정도 돼가지고 계속 뉴스레터를 보냈거든요. 명상 에세이처럼 해가지고 하루에 한 컬러씩 일주일에 한 컬러씩 그러니까 그것도 원래 퇴사하고 그냥 매주 목요일 마감을 정해가지고 한 30개 써가지고 나중에 독립 출판이나 해볼까 하고 그냥 30주 완성 목표로 쓰고 있었는데 28주 차에 출판사에서 책 내자고 연락이 왔어요. 그러면 책만 내고 이직해야지 구직 준비해야지는 항상 머릿속에 그냥 왜냐하면 그게 너무 디폴트니까 회사원이 아닌 삶을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근데 점점 미뤄지는 거예요. 그림 일기장만 만들고 이직해야지 책만 내고 이직해야지. 점점 미뤄지니까 그럼 퇴직금을 다 까먹어 갈 때가 되잖아요. 생활비가 점점 떨어져 가니까 그래서 프리랜서를 시작했어요. 그래서 프리랜서 마케팅이랑 멘탈 스타일리스트랑 함께 하게 됐죠. 멘탈 스타일리스트가 원래는 사이드고 인하우스 마케터가 본업이었는데 오대오 정도로 올라온 거죠. 그래서 뭐가 본업이지? 헷갈리게 되는 과정이 지난 2년 정도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제 기준의 멘탈 스타일리스트가 조금 더 올라왔어요. 그래서 멘탈 스타일리스트로 전업을 하고 싶어서 그로 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그러면 멘탈 스타일리스트로서 지금은 어떤 거를 하세요?
책이 진짜 별거 아니지만 책이 들어오니까 강의를 할 수가 있더라고요. 지난주에도 은평구립도서관에서 강의를 했거든요. 책이랑 미술 치료 그림 일기장이랑 제가 두 개인 거예요. 그림 일기장은 워크샵 교재로 쓰기 너무 좋아요. 밑그림이 5개가 있는 그림 일기장이라 5회짜리 프로그램도 짤 수 있고 그림 일기장이랑 컬러 명상 책이 있으니까 이걸 합쳐서 프로그램 만들어가지고 기업 강의도 가고요. 기업 강의는 기업 강의 플랫폼 같은 게 있어요. 그럼 그런 데를 인사팀 분들이 가입해 가지고 뒤져보신대요. ‘아 우리 이번 달에 정기 역량 강화 워크샵 해야 되는데 뭐 하지?이번에는 힐링을 해볼까’ 그 힐링 중에 제게 눈에 띄면은 선택을 해 주시는 거죠. 그래서 지난주에도 기업 강의가 하나 있었고 그리고 아직 시도만 하고 있는 건데 이 콘텐츠가 오프라인에 펼쳐놓으면 되게 이쁘거든요. 사실 컬러 명상 이런 것도 아이맥 하나에 예쁜 컬러풀한 이미지 띄워놓고 제가 녹음해 놓은 명상 가이드가 있어요. 그러면은 헤드셋 두고 그러면은 거기가 명상 존처럼 되게 분위기 있게 꾸밀 수 있어요.
지금까지는 이제 막 좋은 거 얘기해 주셨는데 어려움도 있으실 것 같아요.
엄청 많죠. 이제 2년 정도 됐는데 사실 올해 초에 워크샵 같은 거를 이제 저 혼자 안 하고 유명한 서점 이런 데서 같이 해보려고 제안을 넣었었어요. 근데 모객을 못해서 자꾸 취소가 되는 거예요. 요새 경기가 엄청 어렵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사람들이 필수적인 거 말고는 돈을 줄이는데 그중에 하나가 개인 멘탈 관리에 대해서는 저렇게까지 돈을 지불하고 가야 되나 그런 모객의 어려움을 너무 겪고 있어요. 제가 유명한 사람이 아니니까 제가 했을 때 안 되는 건 그럴 수 있다쳐도 유명한 서점이랑 같이 모객을 했는데 안 된 거는 좀 타격이 있더라고요. 콘텐츠 자체의 매력 그러니까 이 카테고리 자체의 매력도가 좀 떨어지나 아니면은 지금 너무 경기가 어려워서 아예 프리미엄으로 가야 되나 별 생각 다 했어요. 미술 치료 명상이 너무 깊은 콘텐츠라고 생각이 들면 쉬운 버전을 만들어야 되나 예를 들어서 명상을 하라면은 아 졸려 지루해 안 하지만 되게 예쁜 인테리어용 명상 모래 시계를 팔면 살 것 같은 거예요. 모래시계를 태무에서 떼와서 한번 팔아볼까 그런 생각도 하고 있어요.
IT 마케터와 예술 심리 치료는 완전 다른 분야잖아요. 지금은 예술 심리 치료에 좀 더 재미와 흥미와 그런 관심이 있으신 거죠? 그쪽으로 완전히 전업을 하셨다고 봐도 되나요?
명함에도 프리랜서 마케터, 멘탈 스타일리스트가 다 써 있거든요. 처음에 프리랜서 시작했을 때는 저를 두 사람인 것처럼 분리해서 일을 했던 것 같아요. 어느 조직이랑 일할 때는 마케터라고만 얘기를 하고 어느 조직에 일할 때는 멘탈 스타일리스트라고만 얘기를 하고 그렇게 일을 하다가 올해부터 두 개의 정체성을 다 써주는 조직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마케터로 들어가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우리 입주사 대상으로 명상 프로그램 해주면 안 돼요 해가지고 아침에는 명상을 한 다음에 9시부터는 마케팅을 하고 그런 데도 있었고 제일 최근에 했던 데는 틱톡으로 영상 올리면 브랜드에서 리워드 주는 협찬 같이 제품 협찬하고 이거 글 쓰는 리뷰 플랫폼이었는데 크리에이터 대상으로 멘탈 케어 프로그램을 해달라 원래는 거기도 마케터로 들어간 거예요. 그래서 오전에는 마케터로 일하고 오후에는 크리에이터들 회사에 불러가지고 그림 그리고 그래서 두 개로 다 써주는 클라이언트가 생기기 시작해서 그것도 재밌는 경험이에요.
두 가지를 다 하면은 엄청 바쁘실 것 같아요. 프리랜서를 하다 보면 또 회사 다닐 때랑 다르게 규칙적인 생활을 하기가 힘들잖아요. 시간 관리나 이런 거는 어떻게 하세요?
작년에는 주 2일에서 3일은 무조건 마케팅에 시간을 쓰고 나머지는 멘탈 스타일리스트를 해봤어요. 멘탈 스타일리스트가 공부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리고, 마케팅은 7년 동안 해 놓은 게 있어서 시간 대비 나한테 더 페이를 확보할 수 있어서 시간을 그렇게 배분을 했었거든요. 2일과 5일로 사실 주 7일이잖아요. 2023년은 그렇게 구성을 했는데 올해는 약간 무너졌어요. 공부하는 시간이 너무 많았어요. 교육 받고 연구하고 이런 시간을 좀 많이 써서 올해는 사실 좀 되는 대로 했던 것 같아요.
어떻게 일하는 게 혹은 업무를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는 게 일할 때 좋은 마케터일까 궁금해요.
마케팅이 제일 취업 준비하기 어려운 직군 중에 하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왜냐하면 조직마다 생각하는 마케팅이 너무너무나 달라요. A회사, B회사, C회사 있다고 치면 A회사의 마케팅은 브랜드 마케팅이고 B회사가 생각하는 마케팅은 퍼포먼스 마케팅이고 C회사는 또 다르고 이럴 수가 있거든요. 근데 취업 준비하는 분들이나 그런 분들 보통 광고 자격증 따고 온갖 포트폴리오 다 만들고 되는 대로 다 해서 오는데 결국에는 당장 이 시즌에 우리 회사한테 필요한 거를 채우는 활동이 마케팅이거든요. 제가 봤을 때 마케팅 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건 목표 지향이 중요해요. 지금 우리 조직이 필요한 게 뭔지 아는 것, 내가 잘하는 일을 잘 할 수 있어요 라고 하거나 그런 스킬을 하는 게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 되고 빈 거를 빨리 찾아서 채우는 그런 능력이 제일 필요한 것 같아요.
젊을 때는 트렌드를 워낙 빠삭하게 아니까 마케팅하기가 쉬운데 나이가 들면 마케팅하기가 힘들다라는 얘기를 들은 것 같아요. 아라님은 어떠세요?
저도 그거에는 엄청 공감을 해요. 그래서 사실 마케팅을 오래 하고 싶지 않은 것도 있어요. 근데 경력이 있는 마케터만이 볼 수 있는 큰 그림이 반드시 있다고 생각이 되거든요. 단기랑 장기 싸움인 것 같아요. 단거리를 잘 뛰는 건 젊은 마케터들이 당연히 잘하고 엊그제 SNL에 나온 거 바로 쓰고 이럴 수 있으니까 근데 장기적으로 우리 브랜드를 관리를 해야 되는데 좀 텀도 오래 두고 봐야 되고 시즌도 미리 챙겨야 되고 그런 거는 확실히 경력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거라서 그거는 롱블랙 몇 개 읽었다고 할 수 없거든요.
감각을 잃지 않으시려고 계속 노력하시는 게 있어요?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사실 그게 제일 재미있는 것 같아요. 조직에 있으신 분들이랑 같이 협업을 하니까 저분들이 최근에 쓰는 툴은 뭔가 그럼 그것도 같이 써보고 그런 식으로 감을 유지하는 것 같아요. 저도 저를 점점 알아가고 있는 것 같긴 한데 제가 생각보다 되게 현실적인 사람이다라는 거를 퇴사하고 알아가고 있거든요. 저는 이상주의자인 줄 알았어요. 저는 완전 F긴 한데 되게 T 같은 애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예술을 보고 감동하고 감탄하는 게 저의 그냥 모든 감정이 약간 코어 같은 느낌이에요. 이게 무조건 다 기본이 되어야 힘들면은 듣는 음악이 있고 힘들면은 가서 공연 보면 나아지고 또 전시 보면 나아지고 그런 것처럼 저를 컨트롤할 수 있는 게 다 예술에서 오는 것 같아서 그래서 그거는 계속 가지고 가고 싶어요. 진짜.
제 편견인지도 모르겠지만 마케팅이라는 직무가 현실적이어야 되지 않나 그래서 아라님이 조금 현실적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저는 아까 아라님이 미술 하고 관련된 걸 계속 했으면 좋겠다고 한 이유가 아라님과 굉장히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이름 아라도 한자가 아름다울 아, 고울 라 할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인데요. 민증을 보다가 원래 내 이름 뜻이 이랬구나..
아이티백 나오게 된 소감 어떠세요? 오늘 아이티백 무슨 색깔이었나요?
아이티백 색도 초록색이잖아요. 초록색이 원래 조화롭고 균형이 잘 맞고 안전한 느낌도 있고 그런 색이거든요. 그래서 되게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이렇게 일 얘기랑 그동안의 이야기를 한 번에 하는 것도 오랜만이라 저도 얘기하면서 정리가 된 것도 있고 나한테 이런 목표 있었지 맞다. 더 열심히 해야지. 그렇게 저도 동기 부여가 된 것 같습니다.
CREDIT
글 오잉
인터뷰 디디, 찌니, 오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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