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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티백 Nov 17. 2024

상처 받고 미울 때도 그 사람의 장점은 배우고 싶어요.

5년차 PM, 무명

인생에 절대 안 해봤을 것 같은 창업이라는 선택을 했으니까 다른 선택을 했을 때도 엄청 망하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생각을 해요.
저도 사람이니까 다른 사람한테 상처를 받잖아요. 근데 그 사람을 완전 미워하는 게 안 돼요. 미워하지만 그래도 그 사람의 장점을 배우고 싶어요. 
나는 진짜 스타트업 혁신 이루고 나중에 완전 부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런 것보다 오늘 일찍 퇴근해서 떡볶이를 먹고 누워서 유튜브를 보는 삶을 좀 더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해요.


오늘 무명씨 모셨습니다. 이름은 없지만 자기 소개 부탁해요.
안녕하세요. 저는 5년 차 PM이고요. 오늘은 왠지 저를 밝히고 싶지 않은 날이라서 노네임드 무명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분들도 닉네임을 정하고는 했는데 그냥 아무 이름으로도 불리고 싶지 않았던 거예요?
원래는 처음 지원할 때는 제 이름으로 했거든요. 약간 나 당당하다 나는 내 이야기를 다 할 수 있겠다 생각했는데 요즘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고 저의 인생도 너무 빠르게 변하는데 물론 솔직히 저의 목소리를 알아 들으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혹여나 제가 실수를 하거나 제가 속한 기업에 누를 끼칠까 봐 최대한 저를 숨기고 싶었어요.

무명씨는 IT 업계에 어떻게 들어오게 되었나요?

되게 단순한 거였는데요. 제가 대학생 때 카카오가 엄청 핫했잖아요. 근데 저는 별 이유가 없이 카카오에 입사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카카오를 어떻게 가야 되지? 라고 생각을 했는데 저희 동아리에 카카오에 계시던 선배님이 계셨는데 그분이 인턴 채용 공고를 올려주셨어요. 근데 제가 거기에 조건이 하나도 맞는 게 없더라고요. 근데 거기에 딱 한 줄로 IT 창업 동아리 경험이 있는 사람을 우대한다라고 했고 그때가 학기 초여서 제가 부랴부랴 IT 창업 동아리에 들어가게 됐어요. 근데 너무 재밌는 거예요. 저는 약간 나대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근데 사실 PM이라는 직무가 한 없이 나댈 수 있는 직무잖아요. 그래서 어 재밌다라고 하던 도중에 같이 알던 오빠가 한 번 창업을 해보지 않겠냐 이래가지고 창업을 해서 이 길로 들어가게 됐습니다.
 
카카오를 지원할 때 발견한 게 아니고 지원할 예정인데 거기에 IT 창업 동아리 경험이 있으면 좋다고 해서 그걸 미리 준비를 했다는 거예요?

맞아요. 미리 준비했지만 카카오에 지원한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몇 년 전부터 미리 준비하는 인재 무명씨, IT 창업 동아리에 들어가서 어떤 일들을 했어요?

그 당시에는 사이드 프로젝트 수준의 제품을 만들었는데 제가 처음 했던 거는 다이어트 어플이었어요. 운동 어플인데 예를 들면 친구랑 운동을 해서 운동을 더 많이 한 사람이 상대편 나무를 죽이는 게임을 했어요. 나는 내 나무를 키우고 친구의 나무를 죽여서 나무가 빨리 성장하게 만드는 이런 걸 했었는데 그 당시에 되게 재미있었지만 너무 모르기도 했는데 제가 그때 스타트업 뽕에 맞아버렸어요. 그래서 세상을 혁신하는 건 스타트업이다라는 생각이 들고, 돈도 벌어보고 싶고 사실 해보진 않았지만 그때 코로나 시기에 취업이 잘 안 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나 한번 해봐야겠다 하면서 가볍게 하다가 창업을 하게 되고 스타트업에서 계속 일을 하게 됐습니다.
 
창업 동아리에 들어가서 만든 친구의 나무를 죽이는 다이어트 앱으로 계속 창업 활동을 이어간 거예요?

아니요. 그 서비스는 그렇게 끝이 났고 그 다음에는 전자책 서비스를 했어요. 재능 공유 서비스인데 그거를 PDF 전자책 형태로 파는 걸 했어요. 그걸 하게 된 이유는 제가 아이템을 정한 건 아니었고 그때 같이 있던 팀원이 부업에 엄청 관심이 많았고 그 당시에 PDF 전자책 부업이 엄청 핫했던 거예요. 그래서 이걸 좀 해보자 했는데 그 당시에 되게 여러 가지 분야들로 콘텐츠를 만들었는데 가장 잘 됐던 게 IT 취업 분야였어요. 디자이너들이나 PM들 포트폴리오를 되게 많이 만드는데 이걸 어떻게 만들어야 될지를 잘 모르잖아요. 그래서 이거를 팔아봤는데 심지어 저희가 35만 원에 팔았거든요. 그게 한 50장 정도 되는 그냥 포트폴리오 원본이었는데 그게 35만 원이었어요. 그래서 이게 된다라고 해서 그걸 했어요. 
 
PDF 전자책 부업이 뭐예요?

자기가 가진 재능을 전자책으로 파는 거예요. 책으로 내고 싶지만 책 같은 경우에는 분량이 많기도 하고 약간 전문가들이 써야 될 것 같은 느낌도 있고 비용도 많이 드는데 이 전자책 같은 경우에는 진짜 간단하게 집에서 뚝딱뚝딱 써서 팔 수가 있는 거예요. 분량도 되게 짧고 사실 가격도 책은 어느 정도 레인지가 있는데 35만 원에 팔았다 했잖아요. 형태는 텍스트인데 재능을 파는 서비스라고 생각을 해 주시면 되는 거예요.


2019년 그 시절에는 대학의 IT 창업 동아리가 활성화돼 있었나요? 혹은 지금도 그런가요?
그 당시 제가 지원했을 때 경쟁률이 가장 높았다고 하는데 그 이후로 매 기수마다 경쟁률이 높아지고 제가 최근 기수에 IR 하는 데모데이 같은 데 그냥 보러 갔거든요. 근데 너무 잘하는 거예요. 수준이 점점 높아져서 지금은 학생 창업팀인데 이미 예비 창업 패키지 받고 이미 디캠프에 입주되어 있는데 창업 동아리 하는 수준이 진짜 높아졌어요.
 
그런 동아리도 경쟁률이 있어서 들어가기가 어려운 거예요?

진짜 어려워요. 그래서 저는 면접 볼 때 떨어질 줄 알았어요. 왜냐하면 제 옆에 있었던 한 분은 예비 창업 패키지를 받았던 분이고 다른 분은 창업 동아리 이미 하셨던 분인 거예요. 그래서 저는 떨어질 줄 알았는데 다행히 붙었어요.
 
그렇게 경쟁률이 높았는데 무명씨는 어떤 걸로 어필했어요? 

저는 하고 싶은 아이템을 3개 정도 이야기를 했어요. 제가 정치 외교 학과인데요. 정치에 너무 꽂혀 있어서 투표할 때 후보들의 정보를 알기가 너무 어려운 거예요. 그래서 이 정보들을 한 번에 모아주고 청년 정치인들 후원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보고 싶다. 이런 거를 이야기도 했었고 저는 화장실을 되게 자주 가거든요. 근데 화장실이 어디 있는지 깨끗한지를 찾기가 되게 어려워서 그 정보를 모아주는 앱을 만들고 싶다. 이러면서 막 이야기를 했었어요. 그리고 사람 좋음을 엄청 어필을 하고 그랬습니다.
 
포트폴리오 하나에 35만 원이나 받았던 그 서비스는 계속 잘 됐어요?

매출은 초기 서비스 대비 되게 잘 나왔고 작은 투자도 받았습니다. 근데 문제는 저희가 포트폴리오 쪽에서만 매출이 나다 보니까 매출이 확장되지가 않는 거예요. 그래서 다른 분야들도 좀 해봤는데 매출이 안 나오고 그냥 마케팅비 대비 매출도 계속 안 나오고 이래서 피보팅을 결정을 하게 됐고 저는 그 시점에 나는 이제 초기 팀은 있고 싶지 않다 해서 나가게 된 겁니다.


초기 팀에 있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 이유가 있었어요?
그 당시에 다 대학생 친구들이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개개인 역량도 뛰어나고 열정도 되게 좋은데 배울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없고 그냥 자기가 하는 일을 맡아서 하는 게 팀장이 되는 거잖아요. 근데 다 일을 잘 못하니까 저도 일을 이렇게 하는 게 맞나라는 의문이 계속 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저는 초기 멤버였다 보니까 마케팅도 하고 영업도 하고 그랬는데 제품만 만드는 일을 해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나는 이제 창업 말고 스타트업에 취업을 해 볼래 라고 해서 이직을 하게 됐습니다.
 
정치외교학과 나오셨다고 그러셨잖아요. 어쩌다 갑자기 창업이나 카카오 쪽으로 흐른 건지가 좀 궁금해요.

슬픈 이야기가 있는데 결론적으로는 잘 됐지만 저는 외교관이 꿈이었어요. 그래서 정치 외교학과에 갔는데 모종의 이유로 외교학과 교수님이 퇴출되시면서 저희 과에 정치학 수업밖에 없게 된 거예요. 그때 저는 깨달았죠. 나는 공부를 싫어하는 사람이다. 고등학교 때는 사실 공부만 해야 되잖아요. 그래서 그냥 무난하게 하는 거는 잘 했던 것 같은데 대학교에 가면 솔직히 수업 째도 아무도 뭐라고 안 하고 그냥 공부 안 해도 되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저의 본질을 깨달은 거죠. 제가 한 번 고시반에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90명이 앉아 있었거든요. 근데 제가 지원하려고 했던 외무고시가 경쟁률이 45대 1이었어요. 이 90명 중에 2명이 합격하는 거잖아요. 아 나는 안 할래라고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무명씨는 뭐 하나에 꽂히면 완전히 쏙 빠져드나 봐요.

꼭 그런 것 같진 않은데요. 제 인생의 가치가 중용이거든요. 저는 성격상 뭔가에 엄청 빠져들지는 못하고 그냥 적당히 계속가지 끈기는 부족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중간은 치는 것 같습니다.
 
근데 왜 중용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요즘 저를 알아가는 단계인데 저는 인생이 힘든 게 싫어요. 인생의 고난이 싫어요. 진짜 성취를 많이 이루신 분들은 고난이 그만큼 있어서 성취를 이룬 거잖아요. 근데 저는 원래는 제가 엄청 열정맨이라고 생각했고 나는 진짜 스타트업 혁신 이루고 나중에 완전 부자가 되고 싶어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인 줄 알았는데 전 그런 것보다 그냥 오늘 일찍 퇴근해서 떡볶이를 먹고 집에서 누워서 유튜브를 보는 삶을 좀 더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해요. 물론 왔다 갔다 하지만 그래서 평범하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고 싶다. 이게 요즘 제 마인드긴 합니다.
 
어떻게 보면 극과 극의 상황인 것 같은데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해요.

원래는 그냥 제가 생각했던 모습대로 살려고 했는데 실천이 잘 안 되는 거예요. 마음은 엄청 큰데 몸이 안 따라가요. 그래서 느꼈죠. 이런 내 마음은 남한테 보여주고 싶어 하는 모습이고 실제로 내 모습은 그냥 평범하게 살고 싶어 하는 게 나이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했는데 사실 그거를 인정하는 데 좀 오래 걸렸던 것 같아요. 지금은 조금 인정을 하게 됐고 오히려 마음과 몸이 다른 채로 일하다 보니까 더 많이 지쳤는데 지금은 인정하게 됐어요.  아 나 이 정도만 해도 괜찮을 것 같아. 나 일 바빠서 일단 이 정도만 해볼래라고 하니까 오히려 좀 더 롱런하게 되고 다른 사람들한테 말과 행동이 다른 모습이 좀 덜 보여지게 되는 거 같아요.
 
다시 회사 얘기로 돌아가 볼게요. 두 번째 스타트업에서 나는 여기까지인 것 같다라고 한 다음에 또 다른 스타트업에 취업을 한 거예요?

그렇죠. 그때는 PM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직무가 좀 달라졌다고 보면 되나요? 그전에는 마케팅하고 영업하다가 PM으로 취업을 처음 한 거예요?

처음에는 제품을 기획하고 새로운 피처를 맡고 이런 건 아니었고 운영성 업무들이 많았는데 그러다가 운이 좋게 B2B 앱을 리뉴얼 하는 프로젝트에 들어가게 되면서 사수분을 만나서 좀 더 서비스 기획 업무들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 당시에 약간 답답하다고 생각했던 부분도 있었는데 지금 돌아보면 PM과 서비스 기획자가 뭐가 다르냐라고 할 때 스토리보드를 어떻게 쓰고 정책을 얼마나 디테일하게 하고 이런 거가 좀 차이가 난다고 하잖아요. 근데 그 당시 저는 '왜 나한테 PM 일을 안 맡기고 서비스 기획에 일을 맡기지'라고 생각해서 좀 지루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근데 그때는 제가 너무 몰랐던 거죠. 근데 그때의 경험이 진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거예요. 기획서를 쓰고 개발자들이랑 커뮤니케이션하고 그때는 프로젝트에 소중함을 몰랐지만 이직하면서 알게 됐다.
 
이직하면서 어떤 소중함을 깨달았어요?

리뉴얼 프로젝트를 하고 피처를 엄청 제가 많이 만들었거든요. 그거를 좀 인정해 주신다. 기획서를 디테일하게 쓰는 걸 요구하시는 회사들도 PM한테 요구하는 데들도 있더라고요. 그래가지고 되게 좋은 프로젝트를 했다라는 생각도 들고 제가 지금 회사 와서도 기획사를 진짜 많이 썼거든요. 그때 그 기획서 템플릿을 만들었던 거가 도움이 진짜 많이 됐다.
 
새 회사로 옮겨서 거기는 사수가 있었고 그 사수에게서 계속해서 많이 배우고 도움을 받았나요?

제가 완벽히 그렸던 사수님의 모습은 아니었던 것 같긴 한데요. 저랑 되게 정반대의 성격이셨던 분인데 그래도 그분 통해서 부족한 부분들을 되게 많이 채웠던 것 같아요.
 
무명씨가 생각하는 완벽한 사수란 어떤 사수예요?

완벽한 건 없는데요. 그분은 저한테 매일 집에 가고 싶다고 이야기를 하셨어요. 저랑 같이 있는데 일하다가 아 나 집에 가고 싶다. 막 이렇게 이야기를 하시는 거예요. 근데 저는 사회 초년생이잖아요. 그래서 그런 얘기를 해도 되나 놀랐어요. 근데 제가 나중에도 이제 좀 물들어서 저 집에 가고 싶어요. 이랬더니 그럼 가 이러시는 거예요. 그런 쿨한 면모가 있으신 분이었습니다.
 

그 사수분은 왜 그렇게 집에 가고 싶었데요?
저는 그 당시에 커리어적으로 엄청 성취를 이루고 싶어 했잖아요. 근데 그분은 그런 스타일은 아니었어요. 그냥 내가 잘하는 것만 빨리 끝내서 가겠다. 이런 성격이셨던 거예요. 진짜 효율적이셨던 거예요. 저는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고 이런 회사도 가고 싶어요. 그랬더니 그분은 되게 좋게 봐주셨지만 그런 거에 관심이 없으셨던 거예요. 딱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거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를 명확하게 알고 계셨다 보니까 그 당시에 저는 왜 이렇게 꿈이 작지 왜 커리어 적으로 성장을 안 하고 싶어 하지 이런 생각을 했던 거예요. 근데 지금 제가 그 시기로 가면 오히려 되게 위로도 많이 받았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일을 되게 잘하셨거든요. 그래서 저처럼 열정만 끓고 못 따라가는 것보다는 본인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알고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게 더 나았던 것 같기도 해요.
 
그러면 지금 말씀하신 그 사수분은 저희가 사전 인터뷰 때 여쭤본 일할 때 만난 좋은 상사 에서 이야기한 그 CPO랑은 또 다른 분인 건가요?
맞아요. 제가 지금 완전 존경하고 있는 분이 지금 회사 CPO 님입니다.
 
CPO님은 어떤 점 때문에 존경하는 거예요?

일을 할 때 절박함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옛날에 누가 얘기해 주셨는지 진짜 가물가물한데 좋은 기획자는 절박함을 가진 기획자라고 했거든요. 왜냐하면 협업을 되게 많이 해야 되고 본인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없잖아요. 그런데 사실 사람이 다 제가 원하는 대로 안 되잖아요. 근데 절박함이 보이면 다들 도와주게 되어 있고 결국은 옳은 방향으로 간다는 거예요. 근데 저는 사실 절박함까지는 없긴 하거든요. 그분은 일을 하실 때 정말 절박하게 많은 것들을 챙기고 다른 사람들한테 이거 해 주세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이런 걸 되게 잘 챙기시다 보니까 적극적이지 않으신 분들도 적극적으로 만들고 결국 일이 되게 하시는 것 같은 거예요.
 
일을 잘 챙긴다는 것과 절박하게 일을 한다는 거는 조금 다르게 느껴지는데 무명씨가 이야기하는 절박함에 대해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줄 수 있을까요?

일을 일로 보는 게 아니라 정말 내가 맡은 서비스, 내 새끼라고 생각 하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자기가 맡은 범위 외에도 필요한 것들을 계속 챙기면서 확장하시는 듯한 느낌이 있고 그래서 좀 더 오너십이 되게 강하게 느껴지시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 범위가 엄청 넓고
 
뚜까가 보기에 무명씨 회사의 CPO님은 어떤 방식으로 서비스를 사랑하는 것 같아요?

[뚜까] 이걸 지금 긍정적으로 표현할 단어가 바로 생각이 안 나지만 약간 치맛바람 학부모 스타일 아닐까? 긍정적으로 표현하고 싶은데 대처할 말이 없네요. 
 
CPO님이 피드백을 되게 잘 주신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잘 주시는지 궁금해요.

제가 CPO 님이랑 세 번의 커피 챗을 했고 두 번을 진짜 하시하게 피드백을 받았거든요. 일단은 처음에 오셨을 때 저는 그분이 되게 마이크로 매니징 한다고 생각을 했어요. 왜냐하면 치맛바람 이야기를 하셨잖아요. 진짜 하나하나 다 챙기시고 저는 이게 이렇게까지 챙겨야 되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당시에 또 제가 몰랐던 제가 엄청난 P던 거예요. CPO님은 엄청난 J든요. 그래서 저는 CPO님이 왜 이렇게까지 하지 라는 생각이 들었고 CPO님은 제가 왜 이렇게 안 챙기지라는 생각이 들었던 거예요. 그래서 그분 입장에서 제가 일을 되게 대충하고 있다라고 생각이 드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이후로는 진짜 공유를 되게 자주 하고 좀 더 J가 되려고 노력을 했고 두 번째로는 제가 완전 새로운 직무의 일을 맡았던 적이 있거든요. 제가 너무 감을 못 잡고 리드급 분들이 와서 같이 논의하는 자리에서 시간을 좀 허비했던 적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아젠다를 들고 가서 유의미한 논의가 되게 해야 되는데 저도 어떻게 해야 될지를 모르니까 진짜 쓸모없는 논의들만 많이 하게 된 거예요.
 
그 직무가 CRM 업무 말씀하시는거죠?
맞아요. CPO님이 저한테 되게 솔직하게 피드백을 주셨어요. 다른 글로벌 스타트업은 회의를 잡으면 그 사람들의 시급을 따져서 이게 얼마짜리 회의인지를 계산을 한다. 여기에 지금 리드급 몇 명 들어왔고 지금 사람 몇 명 들어와서 이거 얼마짜리 회의인 것 같냐 이렇게 이야기를 하시는 거예요. 그러면서 왜 네가 맡은 프로젝트인데 본인의 생각이 없냐, 뭐가 정답인지는 중요하지 않지만 본인이 원하는 방향이 있어야 되는데 그게 너무 없는 것 같다라고 이야기를 해주시면서 제가 되게 고민을 많이 했을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분들이 계속 붙여주셨어요. 외부에서 강연자도 섭외해 주시고 그래서 많이 성장을 했고 그 피드백을 주셨을 때 이메일로 다시 한번 피드백을 정리해서 주셨거든요. 그래서 그냥 그 피드백을 제가 듣고 흘리는 게 아니고 정말 실천할 수 있도록 그래서 많이 실천을 했고 지금도 많이 부족하지만 예전보다는 신뢰를 많이 받는 것 같아요.
 
피드백 액션 아이템을 써주시나요?

그렇죠. 정확한 예시도 들어줬어요. 제가 뭐가 문제인지를 예시를 명료하게 해 줄 수 있다 보니까 이거 가지고 제가 반박할 수가 없는 거예요. 저는 그분이 저를 비난하려고 피드백을 준 게 아니고 정말 제가 잘 되기를 바라시는 마음이 너무 많이 들었어요. 그 이메일에 혹시나 상처됐을까 봐 걱정된다면서 이메일을 주셨거든요. 되게 스위트 하시고 제가 잘하는 부분이나 성장했던 부분들을 다른 분들한테 되게 많이 알려주셨어요. 그래서 다른 팀원분들한테도 신뢰를 받는 데 도움이 되게 많이 됐어요.
 
CRM 업무가 요즘 제일 뿌듯했던 경험이라고 했는데 그 얘기를 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일단 CRM이 뭔지 다들 아실 수도 있겠지만 정말 고객에게 맞춰서 마케팅을 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유저의 관심사 별로 푸시를 쏜다거나 이메일을 보낸다거나 알림톡을 보낸다거나 이렇게 하는 건데 일단 저희 서비스에서는 푸시랑 팝업 띄우는 것들을 주로 하고 있고 원래는 CRM 매니저분들이 계시다가 퇴사를 하신 상황이어서 아예 부재였어요. 그래서 기본적인 푸시만 나가고 있던 상황이었는데 그거를 유저 관심사나 아니면 퍼널 별로 다 쪼개서 푸시를 보냈고 매출이 작년 대비 한 100% 정도 올랐거든요. 그래서 완전 초기부터 제가 설계를 했고 결과까지 너무 좋아서 뿌듯한 프로젝트였습니다.
 
PM 일을 하다가 CRM 업무도 하셨는데 어떤 부분이 더 좋았고 잘 맞았던 것 같나요?

제품을 아무리 빨리 내도 거의 2주 정도 개발이 걸리잖아요. 근데 CRM은 제가 어떤 카피로 누구한테 보냈느냐에 따라서 바로 바로 결과가 찍히잖아요. 그래서 개발자 없이 실험을 되게 다양하게 할 수 있었던 게 재밌었던 것 같아요.
 
자율성이 훨씬 크게 느껴지셨군요. 이건 PM 일이 좀 더 재밌지 않나 했던 부분도 있어요?

사실 CRM은 협업할 게 많지 않아요. CRM은 제가 혼자 하다 보니까 제가 우선순위를 세우고 저 이렇게 할게요 라고 공유해서 액션만 하면 돼요. 그러다 보니까 아무래도 제품을 다루는 것보다 복잡도가 더 낮을 수밖에 없고요. 물론 CRM도 하면 엄청 복잡하긴 할 수 있겠지만 저는 개발자 없이 혼자 했어야 돼가지고 근데 복잡한 걸 하거나 큰 피처들을 다루거나 다른 사람들이랑 소통을 하면서 일을 하기에는 제품이 더 재밌는 것 같아요.
 
고객 집중적인 사고가 중요하다는 건 아는데 이걸 직접 써주신 분은 처음 봐서 어떻게 그렇게 딥하게 그 부분에 빠지셨는지 궁금해요.

제가 새로운 서비스를 런칭했는데 반응이 없었던 적이 몇 번 있었어요. 그렇게 큰 시도들을 하는 게 오히려 더 망한 경우가 좀 많았거든요. 왜냐하면 기존 고객들이 원하는 것들을 한 게 아니라 탑다운 식으로 이런 시장이 있으니까 한 번 진입해보자 이렇게 하다 보니까 사실 거의 제로투원(0 to 1) 하는 식으로 고객들한테 알리고 조금씩 매출을 쌓으면 되게 좋지만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그럴 시간이나 인력이 많이 없잖아요. 그래서 일단은 내고 고객들이 우리 서비스에서 여기로 넘어가겠지 하는 생각들로 만들었던 것들이 좀 있었는데 그런 것들이 되게 폭망하고 같이 일했던 팀원분들도 그때 사기저하가 많이 됐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좀 더 그런 아쉬움들이 있어서 적었던 것 같아요.
 
일할 때 무명씨 스타일은 어때요?

일단 회사에서 달성해야 되는 주요한 목표가 있고, 그 목표에 영향 주는 여러 가지 지표들이 있잖아요. 그 지표 중에 문제가 되는 것들을 보고 다시 한번 유저를 쪼개서 신규 유저인지, 웹 유저인지, 앱 유저인지 그렇게 쪼개다 보면 대충 가설들이 나오잖아요. 거기서 제가 먼저 할 수 있는 것들로 액션 아이템을 좀 하려고 하는데 사실 저는 그 부분을 잘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 이젠 그 넥스트를 좀 해보고 싶어요. 뭔가 새로운 시장을 발굴한다든지 아니면 신사업을 처음부터 진행을 해서 성공을 시켜 본다든지 그런 것들 을 제가 아직 잘 못하고 성공한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그런 걸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도 드는 것 같아요.
 
지금 얘기한 그런 방식들은 사수분들이 가르쳐줬나요 아니면 공부했나요?
CRM 했던 게 되게 도움이 많이 됐어요. 그때 지표를 엄청 많이 쪼개서 했거든요. 예를 들면 제가 오늘 이 푸시를 이 사람들한테 보낼 건데 매출이 얼마 나올지를 매일매일 포캐스팅해서 공유를 했어요. 모수랑 CTR이랑 전환율이랑 ARPPU를 매일 때리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매출을 만들기 위한 지표들이 어떤 게 있는지를 계속 고민하다 보니까 그 상위 목표를 쪼개서 보는 습관이 좀 생긴 것 같아요.
 
일하는 걸 설명할 때 무명 씨는 P가 아니고 J 같아요.

제가 정리된 생각은 되게 잘 말하는데요. 일이 몰릴 되게 P러워져요. 제 스스로 통제가 안 돼요. 그래서 진짜 노력을 많이 하거든요. 사수분도 그 얘기를 해 주셔서 많이 적으려고 하는데 일단은 자잘한 업무가 많으면 통제가 되지 않습니다.
 
통제가 되지 않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요? 허둥지둥 한다는 거예요?
A 일을 하다가 갑자기 B 일로 넘어가서 효율이 떨어지거나 까먹거나 약간 이런 것들이 생기는 거예요. 그래서 슬랙 리마인드도 걸어두고 어딘가에 적어두고는 하는데 이게 진짜 찐 J 분들은 다르시더라고요. 보드를 쫙 만들어서 상태 값을 계속 바꾸고 이렇게 오늘 할 일을 이렇게 쫙 하시는데 저도 노력을 해봤는데요. 귀찮아서 계속 포기하게 돼요. 계속 원래 방법으로 돌아와요.


원래 방법은 뭐예요?
그냥 머릿속에만 넣기. 머릿속에 넣고 어느 날은 노션에 넣고 어느 날은 메모장에 넣고 어느 날은 카톡에 넣고 이렇게 되는 거예요.
 
내 머리에 저장한다고 얘기하니까 너무 귀엽다는 생각이 드네요. 살면서 이건 잘했다고 생각한 게 창업 동아리 한 일이라고 했어요. 이유가 있어요?

일단 세상의 기회를 되게 넓게 보게 됐던 것 같아요. 저는 정치외교학과니까 친구들이 대부분 대기업에 가거나 시험 준비를 하거나 공무원이 돼요. 그러다 보니까 대부분 안정적인 길들을 택하고 창업이라는 길을 생각도 안 해본 것 같아요. 창업이 더 좋다 나쁘다 이런 건 아닌데 그냥 제가 인생에 절대 안 해봤을 것 같은 선택을 했으니까 다른 선택을 했을 때도 엄청 망하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 두 번째로 제 짝꿍을 동아리에서 자만추 했기 때문에 아주 아주 개이득이었습니다. 다 얻었습니다.
 
[뚜까] 너무 공감되네요. 저도 무명씨와 비슷하게 시험 준비를 하다가 스타트업에 왔는데 진짜 세상이 더 커 보이고 생각보다 인생은 뭘 해도 망하지 않는다. 스타트업 이라는 세계가 정해진 체계 속에서 움직이는 느낌이 아니다 보니까 이렇게 휘뚜루마뚜루 뭔가 되는구나 라는 생각을 처음 한 것 같아요. 보통 학생 때까지만 해도 체계적인 학교에서 체계적인 시스템 상에서 계속 크다가 야생에 처음 던져진 상황이다 보니까 야생인데 돈도 주고 살 수는 있네라는 생각을 처음 한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나의 모습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면모라고 예전에 적었는데 오늘은 약간 가라앉아 가지고 달라졌을 것 같은데 어때요?

저는 제 스스로 가스라이팅 하면서 늘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하는데 저는 그게 좋아요. 지금도 그래요. 저도 사람이니까 다른 사람한테 상처를 받잖아요. 근데 그러더라도 그 사람을 완전 미워하는 게 안 돼요. 그래도 이 사람이 나한테 상처를 줬지만 이런 장점이 있네 하면서.. 저에게 나쁜 면모를 보여줘도 긍정적인 면모가 있어서 이 사람 이런 장점이 있구나 그래서 나랑 트러블이 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요. 성격이 그런가 봐요. 미워하지만 그래도 그 사람의 장점을 배우고 싶어요. 저는 사람을 완전히 미워하는 걸 잘 못해요. 그게 좀 단점이라고 생각하긴 해요.
 
요즘에 시간과 돈을 가장 많이 쓰는 게 일도 있지만 결혼 준비 라고 했는데 아까 얘기한 창업 동아리에서 만난 그 짝꿍인가요?
맞습니다. 그 짝꿍 맞습니다. 결혼 준비에 돈이 굉장히 많이 들더라고요. 일단 저는 그런 결혼의 로망이 없어서 되게 싸게 싸게 하는데 그냥 작은 단위들도 돈이 너무 많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신혼여행을 가려고 하는데 저랑 짝꿍이랑 약간 달라요. 저는 진짜 싸게 가고 싶은데 짝꿍은 좋은 데 가고 싶고 이런 거에서 약간 의견 차이가 있습니다. 저는 100만원짜리 숙소나 10만원짜리 숙소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왜냐하면 숙소만 보고 간다라고 하면 그렇게 되는데 저는 숙소만 보고 여행을 하진 않거든요. 숙소는 자는 수단이라고 생각을 해서 진짜 좁은 방에서 자도 상관이 없는데 제 짝꿍은 좀 왕자님이셔 가지고 좀 따지십니다. 프린스십니다.
 
행복하시길 바라구요. 오늘 개인적인 얘기까지 다 했는데 혹시 무명씨 하고 싶은데 못 한 말 있어요?
너무 많이 한 것 같습니다. 다음에 만나요.


CREDIT

글 오잉

인터뷰 뚜까, 디디, 오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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