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telmen Apr 09. 2018

아이의 성장, 나의 인생

발달 기록

일을 하다 어머니가 된 여자 동기, 후배들은 눈빛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들은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하는 고단함에 대해 분노의 하소연을 쏟아내다 "그래도 아기가 잠든 모습을 보면 피로가 다 풀려"라며 말을 갑자기 바꾸곤 했다. 몇 달 치 피로가 담긴 목소리로. 그 똑똑하던 여자 후배들 중 상당수는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됐다.|장강명 "동료들의 눈빛 비명 보고 포기"


"부쩍 까치발을 든다. 닿을 수 없는 곳에 손을 뻗고 뭔가를 잡으려고 애쓴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몸으로 표정으로 말한다. 전보다 우는 소리, 웃음 소리도 커졌다. 어떤 감정이든 기어코 표현해낸다."

몇달 전쯤 써둔 메모. 이제 아이는 의자쯤엔 가뿐히 기어 오르고, 계단만 보면 손짓을 한다. 자기가 발을 디뎌 오르내리겠다고. 할 수 있다고. 해보겠다고. 아이에게 세상은 모든 게 처음이다. 거칠 것이 없다.

얼마 전 꽃샘추위가 잠잠했던 주말, 아이와 함께 자고 일어나 밖에 나가 한참을 걸었다. 바람이 좀 불어 얼굴을 간지럽히긴 했어도 퍽 따뜻했다. 봄바람이 이런 거구나 했다. 날 좋을 때 그렇게 쏘다녀봤어도 말 그대로 봄바람의 느낌을 몰랐다. 아이가 알려준 것이나 다름없다. 
덕분에 나도 그제야 처음인 게 있다.

“부모님은 공원에서 풍선을 팔았다. 풍선이 날아가지 않도록 아이들 손목에 끈을 묶어주며 아버지는 말했다. 이 풍선이 니 소원을 들어줄 거란다. 잘 간직해라. 그 소리를 듣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서 나는 어머니의 뱃속에서 나도요, 아빠, 내 소원도 들어주세요, 하고 외쳤다. 어린 나는 풍선에 바람을 넣었다가 다시 뺐다가 하면서 놀았다. 풍선에 들어 있는 바람과, 아버지가 사랑한다고 속삭일 때마다 귓등을 간질이는 바람과, 나뭇가지를 흔들어대는 바람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어린 나는 늘 궁금했다.” |윤성희 <저 너머>


봄바람처
럼 내가 새로운 의미를 모르던 언어들은 과연 얼마나 더 있을까, 앞으로의 모든 처음을, 나는 매일 기대한다. 내게 주어진 세계에서 아이가 무럭무럭 커갈 때마다 지금처럼 기꺼이 기쁘게 나이 들고 싶다. 바람 따라 앞서거니 뒤서거니 걷고, 날이 더워지면 물놀이도 하면서.

최근에 나를 보러 집에 온 친구가 아이 기저귀 가는 모습을 가만 보다가 “이러다 주말이 다 가는거네”라고 하길래 멋쩍기도 잠시 “그냥 이렇게 흘러가는 시간이 지금 내 인생이야”라고 말했다. 편협해지고 싶지 않아 말을 아꼈지만, 아이를 기르는 모든 순간의 고단함은 행복감의 일부라고 꼭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나는 엄마이기만 한 것은 아니지만, 나는 엄마이니까. 그게 내 인생이고, 그 사실을 무엇과도 맞바꾸고 싶지 않다.

맨 위에 인용한 장강명의 글을 보고도 한 생각이다. 결혼 후 4년 가까이 
아이 없는 삶을 고민했다. 지금은 내 아이 덕분에 더 기쁘고 앞으로도 그럴거라 믿지만, 여전히 아이 없는 삶을 존중하고 지지한다.

내가 지금 내 아이로 인해 누리고 있는 행복과 아이 없이 살기로 한 누군가의 행복의 크기가 다를 것이라 결코 함부로 생각하지 않는다. 
결혼을 하지 않아서 또는 아이를 선택하지 않음으로써 감당해야 하는 무게가 있을 것이고, 나 역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기 때문에 견뎌야 하는 몫이 있는거라 여긴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은 온전히 스스로의 선택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몇 달 치의 피로가 담긴 목소리, 눈빛으로 내지르는 비명, 분노의 하소연도 다 내 인생이다. 그게 당신이 아이가 있는 삶을 결정하지 않는 이유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누구에게도 그런 영향을 끼치고 싶지 않다.

아래는 그간 잠든 아이 옆에서 휴대폰 메모장에 틈틈이 적어둔 발달사항 기록. 군데군데 날짜가 빈다. 최근 한동안은 또 못적었다. 일단 옮겨둔다. 현재는 546일. 만 17개월. 아이가 성장한 시간이 다 내 인생이다.


*180일~
- 이도 안났는데 이를 딱딱 부딪치듯 뭘 씹어먹는 듯 입을 오물거림 (이유식 욕구?)

- 씩씩거리며 짜증을 표현할 줄 알게 됨

- 뿌우뿌우 하며 입술을 부르르 떠는 걸 재미삼아 자주


* 190일~

- 앉아서 꽤 오래 버팀

- 뒤집기와 되집기 연속으로

- 다리를 쭉 펴서 서려고 함 (쏘서 태울 때)


*200일~

- 스위치를 누르면 불이 꺼지고 켜지고, 공을 손이나 발로 차면 앞으로 나가고 등을 이해하고 재밌어 함

- 손아귀 힘이 더욱 세지고 동작이 정교해짐. 휴대폰 같이 납작한 물건도 쥐고 잡을 수 있고 한손으로 들기도 함

- 투레질 엄청 자주, 아주 잘함


*210일~

- 뒤로 몸 젖히고 또 다시 일으키기 아주 유연하게 잘함

- 누워있다 뒤집고 다시 되집는 과정에서 허리를 들고 다리를 설 듯이 꼿꼿하게 듬

- 말하듯 푸념하듯 소리 길고 크게

- 앉은 채 옆으로 몸을 기울여 앞으로 엎어지기 가능 (기기 직전)

- 앉아있을 때 다리를 접고 구부려서 옆으로 방향을 틈

- 팔다리를 쫙 펴고 몸을 떠는걸 자주 (기쁜 감정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 중기 이유식 시작한 이후 살이 눈에 띄게 오름


*220일~

- 손뼉침

- 입술 문지르기

- 잡고 일어서려고 함


*230일~

- 빨대컵 사용법 터득 (첨엔 한번 빨고 켁켁댔는데 이제 엄청 잘빰)

- 앉은채 뭘잡고 엉덩이를 듬(다리로 섬), 중심을 잡고 앉아서 180도 몸을 돌림

- 짝짜궁 소리하면 손뼉침

- 사랑해요 (이마뽀뽀)


*240일~

- 빠빠이를 하게 됨 (정확히 240일 되는날)

- 음~마 소리 가끔

- 장난을 치면 맞장난(눈을 찡긋하거나 투레질)

- 제 힘으로 엉덩이 들고 무릎 꿇기까지 가능


*250일~

- 기는 자세까지 터득

- 배밀이로 앞으로 나가고 옆으로 방향 바꾸기


*260일~

- 윙크

- 고정된 물체를 잡고 금방 일어남

- 누워있다 뒤집어서 상체를 일으킨 뒤 무릎꿇고 일어나기까지 연쇄동작 가능

- 똑같이 따라하기(소리내기) 놀이 가능

- 물건의 쓰임새 알기(휴대폰 화면 손으로 밀기, 펜을 종이에 갖다대기 등)

- 떼가 늘어남. 가짜울기

- 기기 시작


*270일~

- 만세, 악수 등 장기 추가

- '주세요' 하면 물건을 건네줌

- 손을 놓고 서있기 (버티기)

- 붙잡고 걸음 옮기기 가능(점점 속도 빨라짐),

- 누운 자리서 앉고 일어서기


*280일~

- 서로 장난치고 놀게 됨

- 활동량 방대해짐(떨어져서 멍들게 됨)

- 분유 먹이려고 젖병 가져가면 쪽쪽이를 스스로 뺌

- 지칭하는 것을 알아들음

- 음마~에서 엄마~로 정확히 발음(288)

- 공을 튀기면서 좋아함


*290일~

- 아무것도 안붙잡고 서있기(20초 가까이)

- 아~하고 입 벌리면 과자 넣어줌

- 엄마 소리 가열차게

- 엎드려 기댄 자세로 멍때리기

- 제맘대로 구르고 포즈잡아 잠들기

- 장난감 용도를 정확히 파악

- 고개를 훽훽 돌리거나 천장으로 휙 쳐들면서 장난치기

- 수건으로 얼굴 가렸다가 까꿍놀이

- 떼를 제법...이 아니라 엄청 씀. 엄청나게 소리를 지름..

- 소파에서 엉덩이로 내려오기 가능. 소파에 올라가려고 다리를 굽혀 올림(?) 올라가진 못함

- 손가락으로 귀도 파고(?)

- 낙하 놀이를 엄청.. (눈 깜빡거리며) 물건 떨어뜨리고 좋아함

- 쿠션 같은데 몸이나 얼굴을 기댐


*300일~

- 말귀를 잘 알아들음(빗을 머리에)

- 물을 빨고 뱉음(놀이로 인식)

- 콧구멍에 손을 넣고 컹컹(장난을 침)

- 소리를 굵고 크게 냄. 원하는게 있음 떼를 씀, 소리를 내서 의사표현

- 과자나 사과를 잇몸으로 부숴 먹음

- 엄마 발음 정확하게


*310일~

- 물건 흔들흔들 몸도 흔들흔들. 엉덩이 들썩들썩

- 인형 자장자장 해줌

- 붙잡는 것 없이 다리힘으로 일어나기. 지지대를 잡고 몸을 한바퀴 뱅글

- 소리를 엄청 지름.. 소리를 낼때 음을 높낮이로

- 이유식 먹다가 거부 (손으로 탁 치고)

- 엉덩이를 위로 치켜세우고 붙잡는 것 없이 일어남


*320일~

- 양말을 벗고 다시 발에 신는다고 갖다댐

- 팬티 기저귀 채우려고 하면 지가 발 들어서 입으려고 함

- 말하는 책을 찾아 가져옴

- 제맘대로 몸을 포개고 엎어짐

- 꺅꺅꺅 소리를 냄

- 물건을 손끝으로 가르킴

- 이유식을 먹다가 입에서 손으로 빼냄

- 수저를 쥐어주면 떠먹는 폼새를 취함

- 물건을 들어올릴때 낑낑 영차영차하며 소리를 냄

- 얼굴을 꼬집고 어루만지고 장난침

- 미간을 찌푸리며 짜증을냄

- 네 걸음마 뗌(329일)


*330일~

- 청소도구를 쓰며 재밌어 함

- 엄청 소리를 지름

- 다섯걸음마 뗌

- 언니들(또래)를 인식. 먼저 만지고 다가가고 좋아함

- 스킨십 강화. 얼굴 만지고 장난치고 좋아하고

- 입술을 뿌우뿌우 내밀고

- 엄마 몸과 옷을 관심갖고 탐색(치마를 들어올리고 등)

- 말귀 다 알아듣고 지시하는 물건을 가져옴

- 안녕하세요(고개 까닥)-잼잼-곤지곤지 3종세트 연마


*340일~

- 음식 가지고 장난. 수저로 밥떠서 제 팔에 문지르고..

- 아쁘아 아바빠 압빠 아빠 정확히 발음 (341일)

- 걸음마 제주에서 (343일)

- 노래에 맞춰서 춤추기 엉덩이 들었다앉았다, 씰룩씰룩

- 머리, 코, 발을 가르킴(348일)

- 뚜껑열고닫기 놀이에 홀릭. 생수병, 화장품병 등등

- 젖병 뚜껑 코랑 입에 대고 인공호흡기처럼 숨쉬며 놀기


*350일~

- 자꾸 아휴 에휴 이런 소리를 내며..

- 춤추기 좋아하고

- 손가락질 정확히 원하는걸 가리킴 가리킨 뒤 엄마 무조건 엄마


*360일~

- 잔꾀가 늘었음

- 엄마라는 말이 정확히 나를 지칭

- 말타기 놀이 좋아함


*370일~

- 반짝반짝 손을 좌우로 움직임

- 거울보기 좋아함 창에 비친 얼굴을 한참 들여다봄

- 인형 안아주기

- 그림자 보기


*380일~

- 날 간지럼 태움

- 자기 사진에 뽀뽀 하는 등 자기애 강해짐


*390일~

- 옷 스스로 벗기 입기 가능

- 무릎 굽히면서 인사하기

- 알아듣는 말귀가 많아짐 (청소, 전자레인지 등)

- 글씨쓰기 흉내. 펜잡기를 좋아함


*400일~

- 떼, 가짜울음

- 짖궂은 장난(안된다고 하는 행동 특히 더 많이 함. 화장실 문턱 넘기, 유아식탁 바깥으로 발 빼기 등)

- 예쁘고 귀여운 행동 일부러 자주(윙크 남발)

- 엄마를 제외한 주변인,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삼촌을 정확하게 손으로 가리켜 지칭

- 본인도 정확하게 인지해 이름 말하면 가슴팍에 손(451일)

- 말귀를 대부분 알아들음(쓰레기통에 기저귀 가져가 버리고, 휴대폰 심부름 등, 지시하는 책 가져옴)

- 노래에 맞는 율동도 하기 시작(머리어깨발무릎발, 사과같은내얼굴 등)

- '주세요' 손동작 등

- 할머 할빠 말함


*450일~

- 내 손을 잡고 돌아다님. 가고 싶은 곳에 나를 이끌고.

- 소리를 지름. 싫다는 감정표현 확실히.

- 펜잡고 공책에 낙서하기 오래함 초집중!

- 질질 끌렸던 수면조끼가 발 뒤꿈치 위로 껑충. 키가 많이 큼


*460일~

- 자꾸 구석탱이같은데 자리를 만들어 앉음

- 물건을 뒤집어 의자로 씀

- 핑크퐁 동요 그림을 따라 동작(피카부)을 하거나 노래를 따라함(A송에서 아아아~)

- 지지대를 잡거나 내 손을 잡고 뒤로 고개를 젖혀 넘어가려는 동작을 함. 굉장히 조심성 있는데도 짖궂게


*470일~

- 돼지고기(수육) 처음 먹여봄

- 닫혀있는 문 열기

- 벽에 낙서하기

- 책 가져와 읽기(읽어달라고 하기)


*480일~

- 웃거나 울거나를 전보다 무척 큰 소리를 내서 감정 표현. 특히 웃기

-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림

- 자기 동영상 보기를 좋아함

- 아빠~ 소리를 엄청 다양하게 냄 거의 3단 고음

- 동물 소리를 알아듣고 버튼 찾기. 어흥 같은 의성어?를 따라하기

- 혼자 바지입고 옷 입고 벗고 양말신으려고 무진장 애를 씀


*490일~

- 혼자 옷입기 취미

- 진짜 엄청나게 소리를 지름


*500일~

- 약을 스스로 먹음

- 숨기 놀이 좋아함

- 화장실만 들어가면 무조건 숨음. 나와서 자기 찾으라고 꽤 오래 숨음

- 주방놀이 본격. 음식 먹는척 과일자르기 등등

- 뒷짐지기

- 단어를 말하면 어조와 억양을 얼추 따라함

- 머리무릎발, 올챙이송 홀릭. 무한반복 동작까지 완벽

- 콧물 감기 시작... 두달 반만에.. (504일)

- 내가 눈을 껌뻑껌뻑이며 피곤해 하니까 눈 밑을 지긋이 눌러줌. 그동안 지압 마사지한 걸 본 모양 (506일)


*510일~

- 어린이집 적응중. 친구 탐색 중. 곁눈질

- 할아버지 따라 호두 견과류도 먹음 ㅎㅎ 별 탈 없음

- ‘아니아니’ ‘안돼안돼’하면 손이랑 고갯짓

- 야야야~ 제법 큰 소리 내지름

- 하리보젤리 먹음(517일)

- 목욕하자고 하면 좋아함. 물장구도 치고 목욕 장난감으로 사준 바가지도 제법 갖고 놈

*520일~

- 동물소리 (멍멍, 야옹~) 말(사자, 낙타) 등을 비슷하게 따라 내려고 함

- 포크로 찍어먹기 여념없음. 부쩍 잘 먹음

- 손안잡고 혼자 걸으려고 애씀

- 입을 삐죽거리며 울음을 참음. (어린이집서 헤어질 때 등)

*530일~

- 퇴근하고 들어가면 어서오라고 반갑게 손짓 하면서 가방 받아줌 ㅋㅋ (전엔 한참 딴청피우더니)

매거진의 이전글 자극의 경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