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통 어려운 열감기
아이는 꼭 내가 오지 않는 밤에 보란 듯 열이 오른다. 지난 주엔 처음으로 한밤중 40도를 찍었다. 난 그걸 다음날 오후에나 알았다. 부랴부랴 반반차를 내고 갔다. 빨리 안아줘야지 생각으로 달렸는데 주차장에 도착해선 조금만 눈 붙이고 올라갈까 잠깐 망설였다.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붓고 얼굴이 벌게져 있던 아이가 내 품에 안기자마자 십분도 안돼 스르르 잠이 들었다. 고민이 무색했다. 미안했다. 그걸 보고 친정엄마가 한숨을 내쉬었다. 회사에 보고하고 휴가를 이틀 이어 냈다.
삼성동으로 출근하기 시작하면서 두번째 열감기다. 고작 두달 사이에 벌써 두번. 장거리 운전이 몸에 익지 않아 피곤이 피곤을 덮쳤던 때, '육아 방학'이라고 선언하며 가지 않았던 주였다. 아이는 나를 만난 금요일 저녁부터 갑자기 열이 나기 시작했다. 별다른 외출도 안했다는데, 콧물기침도 없이 열이 뻗쳐 적잖이 당황했다. 엄마가 영문 모르게 안오니 아기가 혼자 속을 끓이다 열병이 난 건가 싶고 (물론 나의 착각일 것이다;) 그래서 또 마음으로 죄인이 됐던 주말. 속죄하는 기분으로 밤새 칭얼거리는 아이 옆에서 보초를 섰다.
이번 열은 만 삼일째가 지나서야 가까스로 잡혔다. 해열제를 그렇게 계속 투여하긴 처음인데, 그래선지 열이 35도대까지 내려갔다 다시 오르기도 해서 식겁했다. 몸이 불덩이 같은데도 나와 있는 내내 한결 안정을 찾은 아이를 보면서는 또 많은 생각들이 엉겼다. 아이와 일, 무엇이 더 중요하냐 하면 결코 우선순위를 정할 수 없는 문젠데, 그럼에도 엄마로서와 나 개인으로의 인생에서 균형점을 찾으며 살고 싶은 내 마음을 어쩌나. 앞으로 계속 아이는 아프면서 클텐데 그때마다 이렇게 괴로우면 어쩌나. 뭐가 이렇게 어렵나 등등.
멘탈 관리가 중요하다. 되게 앓고 난 이후에 더더욱 내게서 좀체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는 아이 때문에 마음이 아프면서도 몸이 힘드니 사실은 버겁기도 했다.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엄마와 내내 붙어 있고 싶은게 당연한 아이로선 지금 내게 최대치의 양보를 해주고 있는 거라고. 최소한 같이 있는 시간에는 엄마를 온전히 차지하고 싶은게 자연스러운 거라고. 그러니 더 꽉 안아주고, 계속 안아주자고. 그리고 우리가 함께 이 상황에 익숙해지면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내가 기꺼이 먼저 노력해야 한다고. 아이가 엄마인 나를 키운다.